스스로 가치를 지키는 법
2023년 11월 4주차
연애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가 있다.
교제든 썸이든 지나간 남자에 대해서는 기억을 싹 비운다. 많은 고민 끝의 이별인 만큼 이름도 가물할 정도의 남으로 인생에서 사라진다. 다만 이 상황은, 내 자신이 주변에 마구 흔들렸던 경험이라 내 모습이 선명히 기억이 난다.
썸만 한참 이어지던 관계를 청산했었다. 그런 낭비를 한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몇 달 간만보다 붙잡고 싶지 않은 사람인가? 사귀고 손잡는 그런 사이까지 될 가치까진 없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컸다. 사실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하필 그 때 주변에서 여자는 나이가 1순위라 하루하루 저물어 간다고 했다. 결정사 조언을 많이 들었다. 동생이면 손잡고 상담 갔을 거라는 분, 본인이 다니는 결정사 가입을 권유하는 분 등. 검증된 소개팅일 뿐이라고. 오히려 지금 뒷배경 모른채 연애하다 나중에 결혼 무산되면 끝이라고.
주변에 가입 남성은 많은데 여성은 없어서 궁금해졌다. 검색하면 나오는 여성들의 가입 후기를 읽고 나는 더 무서웠다. (보통 결정사에서는 여성을 깎고 시작하는 듯 하다.) 결론적으로는 단순 정보 서칭에 그쳤지만, 상담 가기 전 먼저 해보라는 팁들이 있었고 일부는 진지하게 따라해 보려 들었다.
그 때 왈칵 눈물이 나면서 왜 내가 여기까지 왔지?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에 결혼하고 싶었던 나는, 정신 차려보니 인생 실패자가 되어있었고, 평소 조건보단 남녀의 사랑이 먼저라며 냉소적으로 여기다 결정사 방문전 꿀팁을 새기고 있었다. 그 어떤 남자와의 이별보다도 그 때 제일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이성을 차려보니 난 그냥 썸을 오래 타다 깨진 것일 뿐이었다. 상처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주면 치유될 거라는 잘못된 생각만 앞으로 교정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처음 겪는 상황속에 남들이 흔드는 대로 흔들렸지만 정신을 잡으면 되는 거였다. 그 외 모든 상황은 그대로 였다. 울고 빠르게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내 일상도, 자존감도, 사랑도 회복했다.
결정사 이용하는 동료들도 있고, 결혼까지 한 케이스를 종종 접해서 그들을 존중하고 축복한다. 내가 전까진 대놓고 부정적으로 여긴 경로로 결혼까지 하고 행복하게 사는 커플도 적잖아서, 경로에 대한 색안경이 결정사에는 하물며 없다. 하지만 나는 그 타이밍에 그런 마음으로 결정사를 고민하진 말았어야 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는 법은 바깥 사람의 품평에 동요하지 않는 것이란 걸 이 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