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로 살아가는 일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내 역할 을 하면서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은 중요한 성인 과업 중 하나이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평탄하지만은 않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란 성인 남녀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부부는 다른 인간관계보다 매우 친밀하다. 긴 시간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노력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작은 갈등부터 위기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역경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부부간에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성격 차이를 발견한다.
갈등(葛藤)이란, 칡 '갈'에 등나무 '등'이 합쳐진 한자어다. 즉, 칡덩굴로 서로 얽히고 설킨 상태를 상징한다. 그래서 갈등은 복잡하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결정을 내리기 어렵거나 가치관의 충돌로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가 힘들어 지는 상황을 만든다. 이런 의미로 부부갈등을 해석해 보면,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도 생각과 가치관 과 같은 여러 가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
갈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하거나 해결할 의지가 없는 상대라면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런 상태에 이르더라도 함께 살아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관계가 악화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선택을 한다. 부부사이에도 별거나 이혼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조차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한다면 왜 그런 것일까?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혼해야 하는 상황처럼 보임에도 이혼을 쉽게 하지 못하는 현실 부부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편견, 자녀 양육처럼 고려할 사항이 많아서일 수도 있다. 부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듯이 이유도 다양하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상황에 처하기 마련이다. 갈등으로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면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이런 판단에 이르렀지만 한 집에 살아야 한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고통이 따르는 특수한 관계인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수평적인 부부 사이가 아니라면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상하관계처럼 부부간에 위계가 이미 만들어진 경우다. 이혼 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
부부관계에서 위계가 생겨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가 생기는 예가 있다. 즉, 일방적인 폭력이나 가학적 행위가 부부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다. 매우 위험한 일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일이 우리 사회에도 있었다.
'부사관 아내 구더기 사망 사건'이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 제목을 보고 적지 않은 사람이 경악했다.
사건의 요지는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남편이 방치했다. 아내는 하반신이 마비된 채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남편에 의한 가학적 살인이란 프로파일러 소견까지 있었다. 이웃들이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보고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함께 거주한 남편은 아내의 이런 상태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향후 조사가 더 이루어져야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피해자인 아내가 사망해 어떤 부분은 끝내 밝히지 못할 수도 있어 보인다. 매우 안타까운 죽음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상태를 몰랐다는 말을 납득할 사람이 있을까? 상식을 가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상태에 이르게 된 정황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사망 직전의 아내 모습을 보면 남편과의 관계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내는 진작에 주변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세상에는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드물지만 일어난다. 가족 안에서 말이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올가미 같은 존재다. 기사로 접한 또다른 사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친누나의 잔소리에 분노를 제어하지 못한 남동생이 누나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했다. 한동안 가족들에게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남겼다. 심지어 누나의 카드를 사용하며 누나 행세를 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모자녀, 부부, 형제자매처럼 매우 가까운 사이에서도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차이는 어떤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갈등을 해결하면 좋겠으나 어렵다면 각기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게 상책이다. 부부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이혼이란 제도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나쁜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부부라도 관계 악화가 심화되면 더 이상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합법적인 이혼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헤어지는 것이 부사관 남편과 아내와 같은 불평등한 관계 유지나 극단적인 관계로 치닫지 않는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수한 관계에 있었을 이번 사건의 부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만약, 아내가 평소 저항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생활에 처했다면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추측하건데 남편의 병리적 행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아내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런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한 사람이 더 위에 있는 수직적 관계에 처한다. 배우자를 통제하고 자율적 선택을 제한하는 사람이 우위에 있다. 약한 상대가 처음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겠지만 위력을 계속 행사하면 저항이 어려워진다.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힘이 약한 쪽은 상대에게 종속당하듯 꼼짝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가스라이팅이다. 저항의 힘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다 친밀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상대로부터 받는 거절이나 거부도 기분은 상하겠으나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야 한다. 나를 멀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떠나 보낼 필요도 있다. 아프더라도.
모든 사람과 원만한 관계에 이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단지, 서로 적응할 필요가 있다. 적응할 수 있으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고, 없다면 헤어지면 된다. 부부처럼 아무리 가까웠던 사이라도 이별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우선 갈등 조정을 하고 어렵다면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안타깝고 아쉽더라도 서로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을 위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최선이고 차선이다.
부부는 상하 관계가 아니며 종속 관계일 수 없다. 지속할 수 없는 관계라고 판단하면 각자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아량은 있어야 한다. 이혼으로 자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혼은 종결이자 또다른 시작이다. 첨예한 갈등 속에 부부로 살아남기 보다 결혼 이전처럼 각자의 길로 들어서는 일이다. 이혼할 때 협의가 이루어지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 재판 이혼으로 혼인 관계를 정리할 수 있으니 이견의 끝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더 큰 상처에 이르지 않도록.
같이 살면서 배우자를 미워하는 것보다 이혼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나은 이유가 있다. 미워하는 사람과 대상 모두 심리적 손상을 입고, 다른 가족에게도 영향을 준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괴롭긴 마찬가지다. 일부 자녀들은 부모가 갈등을 지속하기 보다 이혼으로 분리되어 싸움이 종결되기 바란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니 배우자와 사는 것이 매우 괴롭다면 최소한 별거처럼 분리된 생활이라도 하면 좋겠다. 그래서 사건 속 아내처럼 자신의 삶을 더 큰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부사관 남편처럼 다른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사건은 가족 모두에게 비극이다.
만약, 결혼생활 중 배우자의 행동에서 이상한 징후를 관찰하게 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자. 가족이나 지인, 전문가처럼 외부에 알리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립은 또다른 문제를 초래하기 쉽다. 사건 속 부사관 남편처럼 가학적 행동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인물은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는다. 그와 같은 가학적 행위는 정신병리적 문제에 따른 결과이다.
따라서 부부 사이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이런 조짐이 있다면 반드시 그 환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데이트폭력도 비슷하다. 적과 같은 대상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 빠르게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객관화되어 문제해결방법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이 다시 흐리다. 이런 뉴스까지 접해서인지 마음마저 가라앉은 오후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행복의 열쇠를 찾아 부부의 인연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 한 지붕에서 다양한 모습과 관계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결혼하거나 이혼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