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장남 이지호 소위 임관식에 관한 내용이 전해졌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동기 대표로 선서까지 한 사연을 더 의미 있게 다루었다.
병역 기피 관련 뉴스가 종종 전해진 탓에 그의 선택은 신선한 충격이란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인 삼성가의 장남이 군복무를 선택했으니 회자될 만 하다.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11주간의 힘든 훈련을 마치고 앞으로 통역 장교로 복무한다고 하니 대견하다고 봐야 하나? 모두 의미있게 전하기 바빴다. 보통의 가정에선 뉴스가 되지 않을 일이다. 그래서 더불어 참석한 가족에 관한 기사도 이어졌다.
관련 기사 속에서 나는 두 가지를 의미 있게 봤다.
첫째, 임관식에서 이지호 소위가 밝힌 좌우명이다.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하지 못한다. 그러니 즐겨라.'
그는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군 생활은 육체적 고단함을 피할 수 없다. 고생은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데 결정했다면 무언가 작동했을 것이다. 좌우명을 보니 군생활을 즐기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힘든 시간이지만 즐긴다면 조금은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어떤 과정으로 그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고민 속에서 용기를 냈을 것이다. 훗날 아버지처럼 삼성전자를 이끌 CEO가 되는 길에 지금의 선택이 도움이 되기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 동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의 선택은 삼성 그룹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이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권력자의 자녀들이 입시나 병역문제로 스캔들을 일으켰다. 이런 점에서 자원 입대한 그의 결정은 박수받을만 하다. 전역할 때까지 특혜받는 자가 아닌 모습으로 생활한다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사회적 인정 역시 뒤따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좌우명처럼 나 역시 사람은 변화 없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 더 나아지고 싶다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변화는 곧 도전이다. 도전은 위험이나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위해선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결정인 경우엔 더 그렇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존재이다. 물론 신체적 성장은 20대를 지나면 멈추고 노화로 접어든다. 하지만 마음의 근력이라 부르는 정신과 정서는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나이들수록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면 성장의 속도를 줄이지 않은 탓이리라. 고통이 따르는 성장이라도 진화하기 위해선 참아야 하니 이지호 소위의 말처럼 즐겨보면 어떨까?
둘째, 아들 이지호 소위 임관식에 참석한 이재용과 임세령 부부의 모습이다. 두 사람은 16년 전에 이혼했다. 이혼 사유는 개인적인 것이라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은 이혼 후에도 부모로서 두 자녀의 일에 함께 한 것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부모로서 경남 창원 해군사관학교까지 두 사람 모두 바쁜 와중에 기꺼이 참석했다. 아들의 일이니까. 그 중 이지호 소위의 어머니 모습에 더 눈이 갔다. 삼성가 중심으로 임관식 모습이 취재된 때문에 어머니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적게 비춰졌다.
아들의 임관식처럼 공식 석상에서 이혼했지만 부모로서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부가 대면한 모습은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각각 아들을 향한 얼굴은 화면에 잡혔다.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았다. 축하의 자리에 선 아버지와 어머니는 누구보다 흐뭇해 보였다. 사랑스러운 미소를 담아 아들을 격려하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결혼해서 해로할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부부들은 이혼한다. 이혼할 때 가장 마음에 두는 것은 대부분 자녀 문제일 것이다.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이후 어떤 환경에 있더라도 부모에 대한 아픈 마음이 남기 마련이다. 이혼으로 생긴 생채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비슷하다. 미안함으로 자녀를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같이 살지 않는 부모 입장에선 더 그렇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이혼했다고 그 사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능처럼 자녀를 향한 마음은 멈추지 않는다. 좋은 것이라면 더 많이 주고 함께 하고자 한다. 특히, 자녀가 대견한 일을 하거나 도전한다면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다. 무한 사랑이라고 봐도 좋다. 특히, 어머니란 존재가 그렇다.
이런 점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영웅이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것 자체가 창조의 영역이니 신과 같이 위대하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10개월의 임신기는 뱃속의 아이와만 나눌 수 있다. 아이의 무의식 속에 엄마라는 존재가 남게 된다. 자신을 지켜 세상의 빛을 보게 한 어머니의 사랑을 자식이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물리적 공간을 달리해도 변함없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이슈화된 기사 속에서 임세령 부회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매체는 그녀의 명품 선글라스와 코트에 주목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시어머니와 전 남편 뒤에서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을 상상했다.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을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아들을 만날 차례가 과연 올까?'
부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남부러울 것 없을 만큼 많이 가졌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문제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다른 영역이다.
임관식에 참석한 다른 부모와 마찬가지로 행동해야 한다. 똑같은 복장을 한 군인 무리 속에서 내 아들을 찾아야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대화하는 일이다.
허락된 조건 안에서 마음을 빠르게 전달해야 했을테니 만나기 전부터 생각을 미리 정리했을 것이다.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런 상황에선 아들과 어머니 모두 서로에게 안심하는 말을 건네는게 최상이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군 생활 잘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역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하지 않았을까?
5주 간의 육군 신병 교육훈련을 마친 아들을 만났을 때 나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이혼했더라도 자녀를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계속된다. 흐르는 물처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이 있다. 내리 사랑이라는 표현처럼 자식을 향해 연속해서 흘러간다.
부모와 자녀는 끈끈하고 짙은 사랑의 관계로 떼어 낼 수 없는 인연의 고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