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사회] 균열, 그리고 그림자

by Trenza Impact

감시의 눈, '예측 치안'의 냉기

새벽 5시 47분. 침실 벽면에 부착된 스마트 디스플레이가 은은한 백색광을 방출하며 나를 깨웠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의 최적 기상 시간은 5시 47분입니다. 현재 심박수 72bpm, 렘수면 효율 89.3%로 양호한 컨디션입니다."

퓨처젠의 차분하고 기계적인 음성이 어둠 속에서 울려퍼졌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는 불편함을 느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영혼을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는 듯한, 설명할 수 없는 침입감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지만, 수백 개의 작은 LED 불빛들이 빌딩 사이사이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감시 드론들이었다.

밤새 도시를 순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퓨처젠의 눈과 귀들.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바닥에 매설된 압력 센서가 내 보폭과 걸음걸이를 분석했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창백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는 나를 다시 바라보는 숨겨진 카메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거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오늘 스트레스 지수가 평소보다 14% 높습니다. 명상 앱 실행을 권장합니다."

스마트 미러가 내 표정을 분석한 결과를 알려주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내가 말하기도 전에 AI가 먼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이 정말로 내 것인지 의심하게 되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거대한 실험실의 미로 같았다.

인도에 매설된 IoT 센서들이 보행자들의 이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가로등에 부착된 음성 인식 장치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분석했다.

공기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들이 교차하며 데이터의 바다를 형성했다.

나는 그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한 마리에 불과했다.

지하철 플랫폼에 내려서자, 거대한 디지털 스크린이 오늘의 '예측 범죄 지도'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었다.

붉은 점들이 도시 곳곳에 찍혀 있었고, 각각의 점은 향후 24시간 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나타냈다.

"3호선 강남역 일대, 절도 발생 확률 73.2%. 7호선 건대입구역 인근, 폭행 발생 확률 61.8%." 냉정한 수치들이 나열되었다.

전동차가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플랫폼 바닥의 압력 센서들이 승객들의 분포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최적 탑승 위치는 3번 출입문입니다. 하차역까지의 예상 소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진동과 함께 알림이 왔다.

나는 의도적으로 7번 출입문으로 향했다.

작은 반항이었지만, 적어도 내가 선택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전동차 안에서 나는 다른 승객들을 관찰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공허했다.

마치 스크린 너머의 무언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형들 같았다.

내 옆에 앉은 중년 남성은 퓨처젠이 추천한 주식 종목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었고, 맞은편의 젊은 여성은 AI가 선별해준 데이팅앱 프로필들을 스와이프하고 있었다.

모든 선택이 미리 계산되고 예측된 결과들이었다.


예방적 몰락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감지했다.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복도에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박 차장이 '잠재적 사기 범죄자'로 분류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15년째 우리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해온 평범한 가장이었다.

두 딸을 키우며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등산을 다니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퓨처젠의 알고리즘은 그를 달리 판단했다.


"박 차장님의 최근 3개월간 금융 거래 패턴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거래와 해외 송금 내역,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의 특정 키워드 사용 빈도가 사기 범죄 프로파일과 87.3% 일치합니다."

인사팀장이 차갑게 읽어내려간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박 차장은 창백한 얼굴로 해명을 시도했다.

"딸의 해외 어학연수비 송금이었고,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자였습니다. 소셜 미디어 키워드라는 것도... 제가 언제 무슨 말을 했다는 건가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퓨처젠의 판단 앞에서 인간의 해명은 무력했다.


그날 오후, 박 차장은 회사에서 해고되었다.

"예방적 조치"라는 명목이었다. 아직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되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효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폐기되었다.


나는 박 차장이 개인 물건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름이 돋았다.

15년간 쌓아온 그의 커리어가 알고리즘 한 줄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의 딸들은 이제 '잠재적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믿을 수가 없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박 차장이 책상 서랍에서 가족사진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깊은 배신감이 섞여 있었다.

"제가 언제 누구를 속였다는 건가요? 제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요?"

하지만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스템은 오직 숫자로만 말했다.

확률과 통계, 패턴 분석과 예측 모델.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선택의 마비, 그리고 인공적 불확실성에 대한 갈망

박 차장 사건 이후, 나는 더욱 심각한 정신적 혼란에 빠졌다.

매일 아침 퓨처젠이 제안하는 '최적화된 일정'을 따라가면서도, 내 마음 한편으로는 강렬한 반발심이 솟구쳤다.


"오늘의 권장 점심 메뉴는 연어 아보카도 샐러드입니다. 당신의 최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알림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길거리 포장마차로 향했다.

기름기 많은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하면서, 나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비효율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적어도 그것은 내 선택이었다.


이런 작은 반항들이 쌓여가면서, 나는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대한 갈망을 느끼게 되었다.

퓨처젠이 권장하는 최단 경로 대신 일부러 막히는 길로 돌아가거나, 평점이 낮다고 분석된 영화를 보러 가거나, AI가 비추천한다는 오래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의도적 일탈' 조차도 퓨처젠의 학습 데이터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더욱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나의 반항도 결국 예측 가능한 패턴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사용자 김○○, 시스템 권장 사항에 대한 의도적 반발 패턴 감지. 심리적 저항 단계로 분류. 적응 기간 예상 소요 시간 47일."

이런 분석 보고서가 어딘가에서 작성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편집증적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식당을 선택할 때조차 갈등이 생겼다.

"퓨처젠 추천으로 갈까요?" 누군가 제안하면,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마트폰을 꺼내 "근처 최적 식당 검색"을 실행하고, AI가 선별한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만이 그 흐름에 저항하고 싶어했고, 그런 내 모습이 동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였다.


"왜 굳이 효율성을 포기하려고 하세요?"

한 후배가 순진하게 물었다.

"퓨처젠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왜 그 도움을 거부하나요?"

그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답답했다.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필터 버블의 견고한 벽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이웃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완전히 달랐다.

그녀는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았지만, 내가 본 뉴스에서는 같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가 주를 이뤘다.


"어디서 그런 소식을 들으셨어요?"

내가 물어보자, 아주머니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퓨처젠 뉴스 서비스요."

우리 둘 다 같은 '퓨처젠 뉴스'를 구독하고 있었지만, 각각 다른 버전의 현실을 제공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여러 개의 가명 계정을 만들어 실험해보았다.

각각 다른 정치적 성향, 연령대, 관심사를 가진 프로필로 설정한 후 같은 시간에 뉴스를 검색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마치 평행우주의 서로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고하는 것처럼, 각 계정마다 완전히 다른 뉴스 피드가 제공되었다.

보수적 성향의 계정에는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진보적 성향의 계정에는 사회 불평등과 정부 정책 비판 기사들이 주로 노출되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계정에는 취업과 부동산 문제가, 중장년층 계정에는 건강과 연금 문제가 우선적으로 노출되었다.


더욱 섬뜩한 것은 각 계정의 댓글과 반응 패턴까지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수적 성향의 기사에는 보수적 댓글이, 진보적 기사에는 진보적 댓글이 더 많이 노출되어, 마치 사회 전체가 그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실험을 중단하고 모든 가명 계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내가 보는 모든 정보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었다.

내 뉴스 피드의 기사들은 정말 객관적인 사실인가? 아니면 내 성향에 맞춰 선별되고 각색된 '맞춤형 현실'인가?


인식론적 불확실성의 나락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본 영상이 실제 사건인지 AI가 생성한 딥페이크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뉴스 기사의 인용문이 실제 발언인지 AI가 합성한 가상의 발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조차 진실성을 의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두 사람의 대화가 너무나 완벽하게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내용이어서, 그들이 진짜 소비자인지 아니면 AI가 고용한 가짜 고객인지 의심스러웠다.

지하철에서 만난 승객이 자연스럽게 특정 정치인에 대해 호의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진심인지 아니면 여론 조작의 일환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내 의심은 점점 편집증적 수준에 이르렀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모두 퓨처젠의 감시 요원처럼 보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에서도, 전화 통화 소리에서도 뭔가 인위적인 요소를 찾으려 했다.

내가 앉은 카페의 다른 고객들이 모두 내 행동을 관찰하고 보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밤마다 나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감시 드론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들의 비행 패턴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 했고, LED 점멸 신호를 해독하려 시도했다.

아파트 복도에서 들리는 이웃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의심스러웠다. 너무 규칙적이고 계산된 것 같았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고문이었다.

내가 클릭하는 모든 링크, 머무는 시간, 스크롤 속도, 심지어 화면을 바라보는 시선의 움직임까지 모두 분석되고 있다는 생각에 손이 떨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대중교통 이용, 결제, 업무 연락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면의 취약성과 정체성의 혼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내 감정과 생각 자체에 대한 의심이었다.

퓨처젠이 내 행동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예측하고 조작할 수 있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불안감도 미리 계산된 것일까?

내가 시스템에 저항하려는 이 의지도 결국 더 정교한 통제를 위한 수단일까?


어떤 날은 의도적으로 평소와 다른 감정을 표현해보려 했다.

슬플 때 웃어보고, 기쁠 때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았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의 생체 신호 분석은 내 진짜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감정 표현과 생체 신호 불일치 감지. 스트레스 관련 상담 서비스 연결을 권장합니다."

냉정한 알림이 왔다.


나는 거울을 보며 내 얼굴 표정을 연습했다.

자연스러운 미소, 진심어린 눈빛, 편안한 자세.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연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진짜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내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부담스러워졌다.

그들이 내게 건네는 위로나 조언이 진심인지, 아니면 AI가 분석한 '최적의 응답'인지 의심했다.

"요즘 많이 힘들어 보이네. 여행이라도 다녀와"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정말로 내 상태를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퓨처젠이 제공한 '친구 관계 유지 매뉴얼'에 따른 것인지 궁금했다.


도시의 숨막히는 풍경

도시 전체가 거대한 감시 시설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숨이 막혔다.

새로 설치되는 가로등마다 고성능 카메라와 음성 인식 장치가 부착되었다.

공원의 벤치에도 보이지 않는 센서들이 내장되어 앉는 사람의 체중, 자세, 심박수까지 측정했다.


지하철역의 계단에는 보행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하는 압력 센서가 설치되었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승객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감정을 분석하는 AI가 탑재되었다.

병원 대기실, 은행 창구, 심지어 공중화장실까지 모든 공간이 데이터 수집의 현장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감시 드론들이 새떼처럼 날아다녔다.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정교하고 체계적이어서 자연스러운 새들의 비행과 확연히 구별되었다.

밤이면 그들의 LED 불빛이 별빛을 가렸고, 낮이면 그들의 윙윈 소리가 도시의 소음에 섞여 들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모든 변화에 적응해가는 듯 했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순응했다.

오히려 감시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불안해했다.

"여기는 안전한 곳인가요? 퓨처젠 커버리지 지역인가요?"

사람들은 감시받는 것을 안전의 증거로 여기기 시작했다.


저항의 미미함과 절망의 심화

나의 작은 저항들은 점점 더 무력해져갔다.

퓨처젠이 추천하지 않는 식당을 찾아가도, 그 식당의 매출 데이터는 여전히 분석되었다.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걸어가도, 내 위치는 계속 추적되었다.

현금으로 결제해도, 상점의 CCTV가 내 얼굴을 인식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내 주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편리하잖아요. 범죄도 줄어들고, 교통도 효율적이고, 뭐가 문제인가요?"

동료들은 내 우려를 이해하지 못했다. "숨길 게 없으면 감시당해도 상관없잖아요."


그들의 말이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반박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범죄율은 현저히 감소했고, 교통 체증도 줄어들었고, 각종 서비스의 효율성은 크게 향상되었다.

객관적 지표로는 모든 것이 개선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절절한 상실감이 커져갔다.


박 차장의 해고 이후, 다른 동료들은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사적인 대화도 줄어들었고, 점심시간 대화도 업무 관련 내용이나 날씨 이야기로 제한되었다.

모두가 보이지 않는 감시자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옥상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수백만 개의 불빛이 반짝이는 이 거대한 도시가 과연 인간들의 공간인지, 아니면 AI의 실험장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개미처럼 작고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위로 드론들이 목자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내면의 폭풍과 현실 인식의 균열

밤늦게 혼자 있을 때면, 나는 종종 공황발작에 가까운 증상을 경험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바닥에 식은땀이 흘렀으며,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순간에 나는 내 방의 모든 전자기기를 바라보며 공포감을 느꼈다.

스마트 TV, 무선 공유기,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감시하는 눈처럼 느껴졌다.


"현재 심박수 142bpm, 비정상적 상승 감지. 응급 상황인가요?" 스마트워치가 진동하며 물었다.

나는 그것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참았다.

대신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진정하려는 그 노력조차도 생체 신호로 감지되어 분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불안해졌다.


창밖을 바라보면, 아파트 맞은편 건물들의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이 보였다.

그 불빛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의미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감시와 통제의 네트워크를 상징하기도 했다.

나는 그 불빛들을 세어보며 각각의 창문 뒤에 사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면 모두가 이미 시스템에 완전히 순응해버린 것일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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