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사회] 투명한 미래의 서막

by Trenza Impact

미지의 불안

서울의 공기는 언제나 잿빛이었다.

도시를 뒤덮은 빌딩 숲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미세먼지는 불안하다.

출근길 지하철 안,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미래를 짊어진 채 고독하게 나아가는 듯했다.


삐걱거리는 경제 상황, 치솟는 물가, 그리고 무엇보다 세 살배기 딸 아린이의 미래는 내 어깨를 짓누르는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아린이가 자라날 세상은 또 얼마나 치열할까.

유치원은 어디로 보내야 할지, 어떤 학원에 보내야 뒤처지지 않을지, 막연한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아내 지혜의 옆에서 나는 홀로 눈을 감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에 잠식되곤 했다.

이른바 '미지의 불안'이었다.


인간은 유일하게 미래를 걱정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우리는 다음 달 월세, 10년 뒤 노후, 심지어 손녀의 교육까지 염려한다.

발달된 뇌 덕분에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지나친 불안감을 얻게 된 셈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이 불안이 사라진다면, 내 삶은 얼마나 가벼워질까.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왜 이토록 많은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시의 소음은 끊임없이 나를 자극했고,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늘 부족한 수면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FutureSpark의 등장과 FutureGen의 서광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은 갑자기 뒤바뀌었다.

'퓨처스파크(FutureSpark)'라는 회사가 홀연히 등장하여 '퓨처젠(FutureGen)'이라는 인공지능 모델을 세상에 발표한 것이다.

뉴스는 온종일 퓨처젠 이야기로 도배되었다.

99.9%의 정확도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경이로운 기술.

단순한 과학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퓨처스파크가 퓨처젠을 오픈소스(open-source)로 공개했다는 점이었다.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자유롭게 수정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 개발자부터 대기업, 심지어 정부까지 각자의 인프라에 맞춰 모델을 실행하고 맞춤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술 확산과 혁신 가속화,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인류에게 주는 거대한 선물처럼 보였다.

도시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퓨처스파크 CEO의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질병 없는 세상, 금융 위기 없는 안정된 삶, 그리고 모든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미래를 약속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기후 변화 예측, 암 진단을 비롯한 헬스케어 분야의 질병 발생 예측, 제조업의 자동화, 금융 서비스의 리스크 관리 개선, 도시 인프라의 효율성 증대 등 퓨처젠이 가져올 이점들은 기술적 유토피아의 환상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린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내 일자리가 영원히 안전하다면, 더 이상 돈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희망이 솟아올랐다.

오랫동안 나를 짓눌러왔던 불안의 무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정말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은 희망으로 가득 찬 메아리가 되어 내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고요한 기대 속, 미세한 균열

퓨처젠의 등장은 도시의 풍경마저 바꾸기 시작했다.

서울의 번잡함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효율적인 질서가 채워나갔다.

출근길 교통 체증은 사라졌고, AI가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며 차량들은 물 흐르듯 움직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았고,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이 감돌았다.

거리의 소음은 줄어들었고, 대신 스마트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AI 음성 안내나 최적화된 시스템의 미세한 작동음이 도시의 새로운 배경음악이 되었다.

마치 모든 것이 정교하게 짜인 거대한 기계처럼 움직이는 듯했다.


처음에는 이 모든 변화가 경이로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퓨처젠이 그날의 날씨와 내 건강 상태에 맞춰 최적의 옷차림과 식단을 추천해주었다.

회사에서는 AI가 업무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미리 알려주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지혜도 육아에 AI의 도움을 받으며 한결 여유를 찾았다.

아린이의 수유 시간, 기저귀 교체 시간, 심지어 성장 단계에 맞는 최적의 놀이까지 AI가 조언해주었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이 완벽함 속에서 미묘한 균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성이 사라진 삶은 왠지 모르게 밋밋했다.

우연히 발견한 맛집의 기쁨, 예상치 못한 행운이 주는 설렘, 계획에 없던 만남이 주는 따뜻함 같은 것들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예측되고 최적화되면서, 삶은 마치 미리 짜인 각본처럼 느껴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움직임과 행동 반경이 좁아지고, 물리적 환경보다 디지털 환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말이 실감 났다.

다양한 감각들이 액정과 손가락 사이의 정전기로 집약되는 듯했다.


처음에는 미지의 불안이 사라진 것에 안도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나는 더 이상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전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완벽하게 최적화된 삶 속에서 0.1%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예언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AI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형성되면서,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무력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 고요한 기대 속에서 나는 미세한 균열을 보았다. 그리고 그 균열은 점점 더 커져갈 것만 같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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