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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Nov 04. 2023

무위도식 in 치앙마이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시작

방콕(Bangkok)과 나콘랏차시마(Nakhon Ratchasima) 다음으로 크다고 알려져 있는 도시, 우리는 지금 태국의 북쪽지역, 치앙마이(Chiang Mai)에 머물고 있다.

치앙마이의 위치

늦은 밤 치앙마이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 정돈되고 깨끗한 밤거리는 치앙마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어준다.

문득 태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던 영화, '왕과 나(King and I)'의 인상 깊은 남자 배우(율 브린너)의 모습과 태국의 근대화가 시작되던 그 시대의 방콕 거리가 널찍하게 잘 뻗어있는 치앙마이 도로와 오버랩되어 미소가 지어진다.


치앙마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유명한 음식점과 예쁜 카페, 야시장, 재래시장 등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몰려있는 올드타운 근처나 님만 해민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우리는 볼거리 먹거리가 많고 관광객들이 몰려있는 장소 즉, 올드타운(old town)이나 님만해민( Nimmanhaemin)이 아닌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탐 본 파함 (TAMBON FA HAM)'이라는 한적한 곳에 숙소를 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숙소 근처에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몰(Mall)인 "센트럴 페스티벌, central Festival)이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 낯설고 새로운 나라를 방문하는 목적은 그 나라의 특별함과 새로운 경험하기 위해 가는 것인데 하필 왜 특별함과 새로움을 피해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려고 하는 건지 많은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저렴한 물가로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치앙마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멋진 사원들 그리고 이색적인 문화와 생활풍습으로 새로움과 다양함을 원하는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치앙마이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유혹들을 뒤로하고 약 한 달간 조용하고 편안한 숙소에서 쉬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행히도 비가 오락가락하는 따뜻한 날씨와 커다란 몰에서 치앙마이의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이번 여행의 덤이었다.(사실 나는 향이 강한 치앙마이 음식이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우리는 치앙마이로 오기 전 우리가 묵을 숙소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외출 없이 숙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편리하며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깨끗한 숙소를 찾아야만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주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파트라는 광고로 홍보를 하면서 수영장, 독서실, 체육관, 목욕탕과 사우나시설, 심지어는 골프연습장도 구비하고 있는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최신 시설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 않은 나는 치앙마이에서 머물 숙소 만큼은 주민들을 위해 깨끗하고 편리하면서도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고 있는 아파트를 원했고 무엇보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조용한 아파트를 찾게 되었다.

우리가 머무는 근방에는 훨씬 단지가 넓고 고급진 콘도도 많지만 우리가 선택했던 숙소는 자그마한 규모로 다른 콘도에 비해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무엇보다 한적한 점이 마음에 들어 우리가 머무는 내내 만족할 수 있었다.


아파트 곳곳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있어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심지어는 숙소 내에서 걸어 다니는 주민 수 보다 관리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볼 때마다 아파트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관리하고 다녔는데 만날 때마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니 우울했던 기분도 금세 나아진다. 

심지어는 아파트를 나가거나 외부에서 들어올 때에도 카드를 인식해야만 가능하고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내가 묵고 있는 층이 아니면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제한을 하고 있어 거주자의 생활 보안 및 안전에 철저함을 기하고 있었다.

거주인들을 위한 복지 시설로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용할 수 있고 깨끗한 수질로 잘 관리되고 있는 넓은 수영장과 다양한 운동기구를 갖추고 있는 체육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산책을 할 수 있는 길들과 벤치 그리고 편리한 자판기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파트 주변 풍경은 사계절이 따뜻한 나라답게 이름도 모르는 많은 식물들이 아파트를 뒤덮고 있어 마치 자그마한 정글에 있는 느낌도 든다.

또한 넓고 쾌적한 라운지와 아파트 곳곳에 있는 편안한 벤치들은 나에게 편안한 장소가 되어주었는데 언제든지 그곳에서 쉴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 되어 주었다.

아파트 내 Lounge와  수영장
아파트 산책길


체육관과 자판기 

특히 나는 자판기를 이용하는 재미에 빠졌는데 다양한 종류의 고급진 주스들과 맛난 드링크류, Tea, 커피, 스낵, 라면 등이 구비되어 있는 자판기도 두 대나 있어 굳이 마켓을 가지 않더라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Tao Bin'이라고 이름 붙여진 커피 자판기 커피를 매일 애용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커피의 종류가 다양했음은 물론 내 마음대로 맛과 양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카페에서 사 마시는 커피 맛보다 훨씬 고급지고 깊은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 한국에도 이런 자판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곳 자판기들은 모두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라 사용할 때마다 왠지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다행히도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몰이라고 알려진 '센트럴 페스티벌(Central Festival)'이 부근에 있는데 고맙게도 아파트에서는 주민을 위해 30분마다 셔틀(Shuttle bus)을 운영하고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는 편리도 제공했다. 걸어가도 고작 3분인데 왜 우리는 대부분 그 셔틀을 이용했는지 모르겠다. ㅎㅎㅎ

몰에 데려다 주는 셔틀

주민들이 깨끗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항상 주변을 챙기고 관리하는 분들의 모습들이 참 부지런하고 성실해 보인다.

나도 이런 편리함과 아늑함을 갖춘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치앙마이에서의 우리의 일상생활은 무척 단순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커피와 함께 여유를 부린 후 콘도에 있는 체육관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하고 들어와 점심 식사를 하러 아파트에서 가까운 몰 '센트럴 페스티벌'로 향한다.

'센트럴 페스티벌 Cenrtal Festival'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이용할 수 있는 곳인데 지하 1층과 4층, 5층은 주로 다양한 음식과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곳으로 우리는 갈 때마다 식사메뉴의 선택 장애를 겪어야만 했다.

사실 오랜 기간 머물 예정이라 한식을 먹고 싶을 때도 있겠다 싶어 도착 첫날 배추와 무를 사고 김치와 깍두기를 담기도 했지만 우리는 거의 끼니마다  음식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헤매고 있었다. 

고급진 몰에 있는 식당들이라 음식 가격이 비싸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무척 저렴했으며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즐기지 않는 우리들에겐 태국의 다양한 음식이 한 장소에 몰려있다 보니 오히려 이곳이 훨씬 편리했던 것 같다.

커피도 마시고 군것질도 하며 시원하고 넓은 몰 이곳저곳을 구경 후 슈퍼에 들러 필요한 물품도 사고 나면 다시 셔틀을 이용해 아파트로 돌아온다.

무더운 오후 시간에는 낮잠을 자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도 한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수영장으로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수영을 하는데 수영장엔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깨끗한 물에 햇빛에 미지근하게 데워진 적당한 온도의 물, 숲에 둘러싸인 듯한 조용한 수영장에서 놀다 보면 금세 어둠이 내려온다.

아름다운 조명이 들어온 수영장에서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시원한 밤에 수영을 하는 것도 무척 색다른 기분이다.

수영장의 낮과 밤


다시 저녁식사를 위해 방문한 몰(Mall).

가격이 워낙 저렴해 무얼 먹든 가격엔 부담이 없지만 나는 왠지 향이 독특하고 강한 태국의 음식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귀가한 후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

이게 우리의 치앙마이 한달살이의 일상이다. 



우리가 치앙마이에서 만족스러운 휴가를 보내고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는 건 사실이다.

아파트 주변에서는 조용하고 깨끗한 산책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니 내가 머물렀던 지역 근방에는 없다. 

아파트 뒤로 조그마한 강이 흐르지만 강물도 그 주변도 산책할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라도 산책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어느 날 아침 일찍 나가보기도 했지만 도로에는 인도조차 정비되어 있지 않았고 골목길 역시 산책을 할 만큼 주변환경이 깨끗하거나 정돈된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치앙마이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또 관광을 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는 곳인데 도시 환경에 대해서는 관리와 신경이 조금은 소홀하다고 느껴진다.

산도 바다도, 심지어 강도 없는 이곳 주변에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곳이라고는 잘 관리되고 있는 식물들이 있는 아파트 내에서 뿐이었다. 

인디언헤드진저, 루멜리아, 열대벚꽃 등...

아파트 안에 핀 꽃들이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름 모를 식물들이 많지만 넓은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오래 걸을 수 있는 산책은 한 번도 할 수가 없어 무척 아쉽다. 


그리고 치앙마이에는 시내버스가 없기 때문에 재래시장과 야시장 그리고 유명한 사원이나 명소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치앙마이에서는 그랩과 볼트, 맥심 등 다양한 콜택시 제도가 있고 가격도 저렴해 크게 불편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더구나 한달살이 하는 동안 숙소를 벗어나 택시를 이용할 계획은 아마 많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이곳의 음식이 향이 강하고 다소 기름진 음식이 많아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메뉴 선택에 있어 고민을 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은 동양의 이국적인 느낌과 향이 풍부한 태국의 음식을 먹기 위해  방문한다고도 하는데 고수라고 불리는 '팍치'와 '남플라'라고 불리는 소스가 음식에 포함된 이들의 음식을 나는 좋아할 수가 없다.

특히 고기류나 라이스류에 바질이 포함된 음식이 많았는데 남편은 다행히 태국의 음식들을 대부분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아파트 현관 앞에서 받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데 여기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보니 직접 음식을 받으러 아파트 밖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이 있다. 

이런 불편에도 우리는 곧 잘 음식을 주문해 먹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값도, 배달료도 한국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여행이든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또 깨닫는다.


며칠 후엔 직장인인 아들이 치앙마이 휴가에 합류를 한다.

이 녀석도 직장 생활에 지쳐 힘들었는지 무위도식이 필요하다며 같은 콘도에 있는 다른 숙소를 예약해 약 2주간 쉬기로 했다.

젊은 아이가 지루할 법한 우리 일상에 함께 잘 적응할는지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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