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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Dec 12. 2023

치앙마이 야외 시장 둘러보기

코코넛 마켓, 선데이 마켓, 징짜이 마켓, 센트럴페스티벌 야외 마켓



치앙마이에는 야외에서 펼쳐지는 크고 다양한 마켓이 많기로 유명하다.

십여 개가 넘을 정도로 이름난 다양한 마켓이 있는데 우리가 머무는 동안 네 곳의 마켓을 둘러보았다.


우리 숙소 가까이에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몰, '센트럴 페스티벌'이 있는데 이곳 야외 광장에서 열렸던 야외 마켓에 대해 먼저 소개를 한다.

이 몰의 야외 광장에서는 우리가 머무는 동안 두 번의 큰 행사와 함께 음식 시장(food court)이 들어섰는데 무대에서 가수들이 공연을 하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 마켓이 들어섰다.


처음엔 태국의 맥주회사가 주관하는 행사였는데 맥주와 함께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저녁에 오픈하는 이 시장은 맥주를 팔고 있는 코너와 일반 음식을 팔고 있는 코너로 나뉘어 있고 넓은 광장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먹거리를 사려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종류가 참 많기도 많다. 문제는 간판도 음식 이름도 태국어로 쓰여 있으니 음식의 이름을 알기가 어렵다.

해산물,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음식들과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 만드는 주스, 가끔은 일본 음식과 한국의 떡볶이도 팔고 있다.

음식과 맥주를 사다가 테이블에 가져와 먹는데 화려한 무대 공연을 함께 보며 먹으니 흥이 난다.

더운 나라인 만큼 시원한 밤에 많은 행사가 열리는 치앙마이, 맥주와 맛난 안주로 치앙마이에서의 시원한 밤을 보낸다.



며칠 후 저녁, 발코니로 나가보니 센트럴 페스티벌 몰의 환한 불빛이 우리를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몰의 야외광장에서 태국의 환경보호 단체가 주관하는 야외 시장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성시를 이루고 있다.

며칠 전에도 야외 마켓이 열렸는데 1주일이 지나니 또 다른 야외 마켓이 열렸다.

지난 행사와 다른 점은 야외 광장 한쪽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공원을 만들어놓고 가족이 함께 와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놀이시설이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시설이 매우 작고 부실해 보이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무척 행복해하며 즐기고 있다.

다른 한쪽에 있는 음식 코너는 며칠 전 열렸던 마켓에서 보았던 음식들과 비슷하다.

그중 해산물 요리가 맛나 보이는데 더운 나라의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이라 덥석 먹기가 망설여진다.

대신 닭고기와 돼지고기 꼬치류와 주스를 선택했다.




토요일 아침,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코코넛 마켓(coconut market)'으로 향했다.

택시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이 마켓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아담한 마켓이었다.

이름 '코코넛 마켓(coconut market)'에서 느껴지듯 가게들은 야자수들이 우거진 곳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길쭉길쭉한 야자수들이 넓은 땅에 줄지어 펼쳐져 있는 광경을 만나게 되니 무척 인상적이다.

주말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이 되지만 대부분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나면 가게들은 서서히 파장 준비를 한다.

코코넛 마켓 풍경

야외 마켓의 한 코너에서는 두 남성이 올드 팝송을 부르며 마켓의 분위기를 띄워주고 있다.

치앙마이 야외 마켓의 첫 방문 분위기는 새롭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치앙마이의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팔고 있는 품목들도 다양하지가 않다.

대부분 여성들을 위한 옷들과 태국의 음식들이었는데 쏨땀과 팟타이. 꼬치류, 로띠 등과 주스와 커피들로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곳저곳에 들러 사 먹어보는데 숯불에서 직접 구워주는 음식들과 갓 튀겨 나온 음식들이 맛없을 리 없다.

싱싱한 과일을 직접 갈아주는 주스까지 마시니 금세 배가 부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시행이 안 되는  QR코드 결제 시스템이 이런 시골의 야외 시장에서도 사용되는 걸 보니 신기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먹으려니 몸에서 거부를 한다. ㅠㅠ


혹여나 마음에 드는 옷이 있을까 여기저기 들어가 보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내 취향과는 많이 달라 선뜻 눈길이 가지 않는다.

코코넛 마켓은 가게를 둘러보며 돌아다니는 것도 흥미롭지만 야자수나무가 많은 경치 좋은 곳이라 이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다.

근데 야자수나무 사이사이로 물 위에 이끼가 많이 올라와있는데 자세히 보지 않고 잔디라 생각하고 밟으면 곧바로 물 웅덩이로 빠질 수 있어 조심해야 했다.

주말 아침, 자연환경이 색다른 아름다운 곳에서 볼거리 먹거리까지 챙길 수 있었던 재밌는 시간이었다.




며칠 후 올드타운을 구경하다 우리가 찾아간 시장은 '선데이 나이트 마켓(Sunday Night Market)'으로  일요일 오후에 열리는 시장이다.

보통 때는 차량이 다니는 올드타운의 중심거리가 일요일 오후 3시부터는 차량 통제를 하고 대신 수많은 가게들이 도로 양 옆 그리고 중앙, 이렇게 세 부분으로 늘어서게 되는 곳이다.

약 1Km 넘는 도로가 순식간에 볼거리, 먹거리로 가득 찬다.

직접 만든 목공예품과 라탄제품들, 먹거리, 의류, 기념품들...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고 거리에서 팔고 있는 품목들도 며칠 전 방문했던 코코넛 마켓보다는 훨씬 더 다채롭다.

뜨겁던 햇빛도 그 열기가 수그러들며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도로는 관광객들로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을 정도다.

이곳 선데이 마켓에서는 일반 물품(기념품, 의류, 수공예품 등)을 파는 구역과 먹거리 구역이 나뉘어 시행하고 있다 보니 훨씬 더 편리한 느낌이다.

평소에 사원으로 사용되던 곳마저도 먹거리 장터로 변하는 걸 보니 치앙마이 사람들의 마켓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먹거리를 팔고 있는 사원 안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테이블과 앙증맞은 의자들이 제공되어 있어 맛난 음식들을 사다가 테이블에 펼쳐놓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우리도 앙증맞게 생긴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잠시 먹거리를 즐긴다.


도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한 구역에서 마사지를 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마사지를 하는 사람도 마사지를 받는 사람도 즐겁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마사지받는 걸 즐기는 취향이 아니지만 남편은 궁금하다며 우리도 발마사지를 받아보자는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내 발을 맡겨 보기로 했다.

약 30여분 마사지를 받았는데 무슨 일인지 나는 종아리가 더 아프다.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다는 생각에 몸이 더 긴장돼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자 가게의 주인들은 순식간에 텐트를 친다.

지금은 치앙마이가 우기라 하루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이런 상황에 텐트를 몇 번씩 접고 펴야 하지만 그들은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쉽게 텐트를 치고 또 하늘이 맑아지자 순식간에 텐트를 걷는다.

비가 내리면 어쩌나 했던 내 걱정은 기우였고 그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행동이 무척 흥미롭다.


지금은 오후 6시를 갓 넘긴 시간... 거리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다니기조차 힘들다.

밤이 되면 얼마나 많이 모이게 될까 생각하니 벌써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두어 시간 걸으며 구경하다 보니 선데이 나이트 마켓의 종점인 왓 프라싱 사원((Wat Phra Singh Woramahaviharn)까지 도착했다.

왓 프라싱  입구

이 사원에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지 않고 사원 그대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프라싱(Phra Singh)은 '사자모양의 불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불교를 부흥시킨 스리랑카에서 제작된 여러 불상 양식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사원은 멀리서 봐도 확연히 눈에 띌 만큼 화려하고 규모가 큰 사원인데 사원을 들어서는 입구는 사원의 이름에 걸맞게 입구 양쪽을 사자(Singh 싱)가 지키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웅장한 사원의 모습은 이 사원의 규모를 짐작하게 했는데 사원을 지키는 양쪽의 '나가'의 형상이 그 웅장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왓 프라싱 사원은 유니크한 건축 형태와 함께 안정되고 고요한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원 뒤편으로 돌아가니 번쩍번쩍한 거대한 5단의 탑이 눈에 보인다. 탑 앞에는 기도를 올리고 있는 신자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사찰과 비교하니 무척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기까지 하다.

사원의 거대함과 화려함에 또 한 번 놀란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주말 낮 시간을 이용해 '징짜이 마켓(Jing Jai Market)'을 방문했다.

이곳은 커다란 공원 내에 차려진 야외 마켓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코코넛 마켓이나 선데이 마켓보다 좀 더 정돈된 마켓이라는 생각이다.


천천히 둘러보는데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치앙마이의 낮 기온은 무척 뜨겁다.

다행히 나무들이 많아 햇빛을 피해 나무 그늘에 들어가거나 건물의 그늘에 앉아있으면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이곳 역시 한쪽 무대에서는 남성 2인조가 부르는 올드 팝송이 징짜이 마켓의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그리고 한층 더 여유 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야외에 음식을 팔고 있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으며 주인이 만들어 오거나 공수해 온 기념품들과 의류 등은 곳곳에서 부스를 만들어 팔고 있기도 하고 건물 내에서 물건을 파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롭거나 신기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다.

치앙마이의 야외시장을 한 두 번 방문하다 보니 팔고 있는 품목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이곳 징짜이 마켓의 물품들이 다른 야외시장보다 고급지고 정성을 들여 만들어 파는 느낌도 든다.

야외에 차려진 가게 들 외에도 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데 모아 파는 'Good Goods' 상설 마켓도 들어서있고 커다란 대형 마켓도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Good Goods'마켓에서는 고급지고 독특한 현지의 물건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어 귀국 시 기념품을 사가지고 가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함께 온 아들은 기념품을 사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며 여기저기 주의 깊게 둘러보는데 라탄 핸드백을 유심히 보는 걸 보니 아마 여자친구에게라도 줄 모양인가 보다.

이때가 좋을 때지 싶다. ㅎㅎㅎ

징짜이 시장의 운영 시간은 주말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인데 시장에 도착해 둘러보고 난 후 점심을 먹으러 푸드코트에 가니 벌써 가게를 마감하는 주인도 있다.

더운 낮 시간을 피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장을 열고 일찍 마감을 하는 이들의 생활 방식이 흥미롭다.



치앙마이에는 우리가 방문한 시장 외에도 꽤 많은 시장들이 곳곳에서 수시로 선다.

장이 열리는 때와 장소는 다르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가지고 나오는 품목들은 거의 비슷하다.

많은 시장이 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갖고 손님을 맞는 다면 조금 더 독특하고 다양한 치앙마이의 야외 시장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느 마켓을 방문하든 마켓에 대한 치앙마이 인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 이 글은 2023년 10월  치앙마이에 머물며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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