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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소 Mar 09. 2024

내가 크루즈를 좋아하는 이유-두 번째

두 번째 :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유유자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크루즈를 매우 좋아한다.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편안하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여행 중 하나가 크루즈라서 그렇다.

앞 글에서는 크루즈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적어 보았고 이번 글에서는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매일마다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 크루즈의 사랑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크루즈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누구나 바다가 좋든 싫든 바다를 보고 느끼며 지내야 한다.

바다를 보고 있자면 무한한 상상과 함께 많은 나의 개똥철학들이 밀물 들어오듯 스멀스멀 다가오기도 한다.

바다를 보면 마치 우리의 삶과 인생이 펼쳐져 있는 장소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정해진 삶을 살고 가지만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바다를 보면 마치 나의 삶도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들기도 한다.

바다에 밀물 썰물 이 있듯 내가 사는 삶에도 밀물과 썰물이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물러나고 들어올 때를 알고 살고 있는지...

바다는 거친 파도를 막지 않으며 다가오는 건 그대로 받아들이고 견디며 순응한다.

밀물과 썰물, 출렁거리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고난과 역경이 와도 너울거리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순리대로 따르라고 조언하는 것 같다.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을 편하게 하고 내 숨결에 편안한 호흡도 준다.

내 눈앞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지나간다

무인도다.

어릴 때 읽었던 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떠오른다.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멋진 낭만이라고 꿈꿔본 적도 있다.

주인공의 끈기와 의지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끝까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보며  때로는 우리 삶의 자화상인 듯도 싶어 슬픔도 느꼈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무인도에서의 삶을 그리기도 한다.

삶을 위해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것 또한 의미가 있지만 나는 지금 침묵과 공허 그리고 여유 안에서 나를 찾아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는 고독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네고티움(Negotium)의 삶에서 벗어나 오티움(Otium)의 삶으로 가야 하는 준비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먼바다에 있으면 오로지 볼 수 있는 건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하늘이다.

이곳에 있으면 몸이 자유롭게 떠오름 을 느낀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곳이 바로 바다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바다의 색이 달리 보일 때면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다.

지중해의 짙푸른 코발트 색이 되다가도 금세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고기 떼들이 물속을 한꺼번에 지나가면 바다 여기저기에 짙게 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도 한다.

나는 주로 해질 무렵, 배의 선미와 선두를 돌며 산책을 한다.

왼편과 오른편의 덱(deck)을 걸으며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걸음은 빨라지고 내 심장도 덩달아 빨리 뛴다.

코발트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바다가 부드럽게 보일 때는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내 몸이 코발트 색으로 물들 때까지 신나게 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무척 안타까울 때도 있다.

때때로 파도가 크게 출렁일 때면 마치 펼쳐 놓은 카펫 위에 하얀색 깃털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크루즈는 거대한 몸을 가진 육중한 배로 어지간한 파도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간혹 큰 파도가 일어 배가 좌우로 움직일 때는 내 몸이 슬쩍슬쩍 흔들리고 식당과 카페의 접시와 찻잔들이 살짝 기우뚱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느낌마저 즐긴다.

특히 노을이 지는 바다 풍경은 잊히지 않는 또 하나의 감동으로 남는다.

푸껫의 빠통(patong) 비치를 출발하던 날, 노을에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의 모습을 난 잊을 수 없다.

잔잔한 바다가 마치 황금빛 오렌지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일 땐 내 가슴은 뭉클해지고 왠지 모르게 내 눈은 축축해진다.(나이가 드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두워지고 나면 별이 총총한 하늘아래  파도소리 들리는 갑판 카페의 벤치에 앉아 남편과 칵테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그 시간들도 나에겐 아름답고 황홀한 순간으로 저장된다.


태양이 떠오를 때의 바다를 보는 순간 내 눈은 빛이 난다.

뜨겁고 이글거리는 태양이 바다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게 되면 어떤 일출보다도 더 환상적이다.

이렇게 아침과 낮, 그리고 밤에 만나는 바다는 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솜씨를 발휘하며 다채로운 모습과 색으로 날 항상 흥분시킨다.


몇 년 전 우리 부부가 중동을 여행했던 크루즈에서는 "지금 바다에서 날치를 볼 수 있으니 바다를 보세요"라는 선장의 말이 방송으로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얼마나 뚫어지도록 보았던지...

마침내 날치가 뛰어다니는 모습에 우리 모두 환호를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동남아를 경유하는 태평양 바다에서는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는지 아무리 봐도 그 어떤 물고기를 볼 수는 없다.

그래도 내 앞에 있는 바다는 여전히 좋다.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박혀있는 바다가 보일 때면 주변이 포근해지다가도 끝없이 파란 하늘에 맞닿을 듯한 광활한 바다가 나타날 때에는 웅장한 분위기에 가슴이 시원해지고 덩달아 마음도 차분해진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표현할 수 없는 여유와 평화로움을 느낀다.

이게 바로 바다가 내게 주는 선물이며 자연의 힘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녹여주고 달래주는 드넓은 바다를 잔잔히 가로지르는 크루즈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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