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취준생의일상 수필
삶을 살아가면서 인생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기분이다.
신은 항상 견딜만한 시련과 고난을 주신다는데, 왜 나에게는 늘 한계치까지 아슬아슬하게 주시는 것 같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행운이 와도, 기회가 와도 나는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리고 지나서야, 다시는 도전해 볼 생각도 못할 때가 되어서야 그것이 기회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사람의 인연이라는 형태로, 취업의 기회라는 형태로, 혹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저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티는 삶을 살아가야 할까. 삶의 낙이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삶의 의미를 채울 수 있을까. 그저 생명을 유지만 하는 것은 사육당한 채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내게 주어진 것을, 그 가치들을 모른 채 하루하루 소비해나가는 삶을 계속 살아야 할까. 실패에 절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지고, 포기가 습관이 되는 삶을 계속 놔둬야 할까.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추억에 살든, 미래를 꿈꾸든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기계장치가 아니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삶을 지탱하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을 한 후 마시는 맥주 한 캔, 방을 정리하고 난 뒤 누워서 즐기는 영화.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다. 우리가 보려 하지 않은 것일 뿐. 길가의 핀 이름 없는 꽃, 집 앞에서 팔고 있는 호떡 한 봉지, 잠시 누워서 만끽하는 선선한 바람. 그것들이 하나하나 모이고, 쌓이고, 커져서 언젠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목적과 행복이 될 것이라 믿어야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도 언젠가는 다시 해가 뜰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아는 척하는 것은 또 잘하니까. 그렇게 자신에게 말하며, 다시 몸을 움직이자.
살면서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 연인과의 헤어짐, 가족 간의 불화. 모두 우리를 힘들게 하고, 한없이 깊은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 그렇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다시 사람에게 치유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가장 위험하고 슬픈 것은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것이다. 자신의 변변치 않은 모습, 겁에 질린 모습, 두려워서 도망가고 포기해버리는 모습, 나약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나태한 본인의 의지와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기대가 부재된 상태에서 가능성은 발견될 리 없다.
그래서 이 악물고 하나씩 작은 것이라도 발을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라진 열정을 찾아내고, 타인의 칭찬이나 반응에 의지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서 믿음의 근원을 만들자. 마음을 불태우고,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서, 무엇이라도 하자. 한쪽이라도 책을 읽고, 한 기사라도 좋으니 신문을 읽고, 산책이라도 좋으니 밖을 나서고, 다시 한번 나를 움직이자. 고개를 들고, 눈빛을 빛내고, 가슴을 편 채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