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득 그립고 때로 서러운 이름
놀면 뭐하니를 보고 있었다.
도토리 페스티벌 준비를 하면서
성시경이 진행자들과 카페에 모여 그 시절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발라드 가수임에도
MC가 칭찬의 말을 할 때마다
“그게 아니고”
“그게 실은 그런 게 아니었어요.”
“아니요.”
등등 순순히 수긍하는 대답이 없었다.
참다못한 하하가
“그냥 ‘네!’ 하면 안 되는 거냐? 어떻게 다 아니래!”
라며 호통(?)을 치고
이어지는 유재석의 또 다른 질문에 성발라의 대답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자 급기야 재석이 뒤통수를 잡으며 일어서고
하하가 속이 터진다는 듯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치면서 웃었다.
“맞아 맞아, 우리 집에도 저런 사람 있어.”
그 ‘저런 사람’은 내 옆에서 멀뚱히 눈만 씀벅거리고 있었다.
단추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다
“산책 같이 갈래?”
라고 물으면
“아니, 집에서 쉴래.”
라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던 산책도 내가 하자고 하면 그런다.)
주말이니 좀 쉬라고 하면
아니, 쉬는 게 더 피곤해, 라고 하고
바람이라도 쏘이고 오자고 하면
아니, 오늘은 좀 쉬는 게 좋겠어. 라고 한다.
내가 하는 말에는 일단 ‘아니’로 빗장부터 걸어 놓고
자기 얘기를 시작하는 습관이 이제는 몸에 밴 것 같다.
심지어
TV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연예인이 나왔을 때
“00에서 나왔었나?”
라고 말하면
“아냐, 나도 잘 모르지만 00은! 확실히 아냐.”
라고 할 때도 있다.
자기도 모른다면서 그게 확실한 줄은 어떻게 아나?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지나친 오만이거나
확실한 답을 찾기 위한 시간 벌기 이거나
아내에게는 반드시 이기고 싶거나(?)
그냥,
원래 그렇게 생겼거나.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살살 녹는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성시경의 경우는
겸손이 조금 지나쳤거나
아휴, 별거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네? 류의 밉지 않은 거만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달달한 노래를 부르는 무려 성발라인데.
K의 ‘아니 병’으로
요즘 내게는 자문자답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마트 갈래? 응? 아니라고 그래 그럼.”
“치킨 먹을래? 응? 싫다고? 알았어.”
“나 못생겼지? 뭐? 아니라고? 내가 쫌 그렇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