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面接)은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평가의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Evidence)를 찾기 위해 면접관들이 얼굴을 맞대고 지원자들의 면면(面面·각각의 여러 사람 또는 여러 얼굴)을 살피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의 면접은 일반적으로 크게 인성(역량) 면접, PT 면접, 토론면접 등의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다양한 유형의 면접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코 인성(역량) 면접이다. 채용 결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에서 인성(역량) 면접은 채용 프로세스에서 최종합격자를 뽑는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토론면접이나 PT면접 등 다른 유형의 면접은 생략하더라도 인성(역량) 면접을 보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성(人性)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성품’을 말한다. 또 역량(Competency)은 해당 조직에서 업무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지식·경험·태도·특성과 행동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인성(역량) 면접에서 기업은 지원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잠재적인 직무역량이나 인성·가치관을 파악해서 평가한다. 서류전형이나 필기시험 단계에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는 지원자의 내면(內面)이나 역량을 심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면접관은 ‘검증하는 사람’이고 지원자는 ‘증명하는 사람’이다. ‘검증(檢證)’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명제의 참, 거짓을 사실에 비추어 검사하는 일”이다. 그럼 증명(證明)은 무언가? “어떤 사항이나 판단 따위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힘”이다. 이를 면접이라는 상황에 포개면 면접관은 지원자의 말(주장)이 사실인지 진위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지원자는 자신의 말(주장)이 사실이라는 근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면접은 기본적으로 면접관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면접관은 질문으로 검증하고 지원자는 대답을 통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를 구분하는 심리학 이론 ‘요하리의 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요하리의 창’(Johari’s Window)은 한 사람의 자아가 자신(Self)과 타인(Other)에게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한자의 밭전(田) 자처럼 4가지 창(Area)으로 구분한다.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도 아는 ‘열린 창(Open Area)’, 남들은 알고 있으나 정작 나는 모르는 ‘눈먼 창(Blind Spot)’, 나는 알고 있지만 남들은 모르는 ‘숨겨진 창(Hidden Area)’,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의 창(Unknown)’이 그것이다.
‘요하리의 창’을 면접이라는 장면에 적용시켜 보자. 자신을 ‘지원자’, 타인을 ‘면접관’으로 치환시키는 것이다. ‘치환(置換)’이란 바꾼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면접관은 어떤 영역에 관심이 있을까? 답은 3사 분면의 ‘숨긴 창’이다. 왜 그럴까? 1사 분면의 ‘열린 창(Open Area)’은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스펙’처럼 면접관도 지원자도 서로 알고 있는 공식적 정보다. 또 2사 분면(Blind Spot)과 4사 분면(Unknown)은 면접관이 지원자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알래야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면접관이 주목하는 영역은 3사 분면 즉 지원자 본인만 알고 면접관은 모르는 ‘숨긴 창’이다. 쉽게 말하면 지원자가 자신에 대해 감추거나 부풀린 정보다. 면접에서 뽑히고 싶은 지원자는 자연스레 자신이 돋보이도록 최대한 장점은 부풀리고 단점은 감추기 마련이다. 당연히 지원자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열린 창만으로는 왜곡된 정보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숨긴 창’이 ‘열린 창’이 될 수 있도록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지원자를 검증하고자 애를 쓴다.
거꾸로 ‘증명하는 사람’인 지원자 입장에서는 면접관의 입에서 어떤 질문이 튀어나올지 궁금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번 칼럼에서는 면접 때 많이 받게 되는 질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물론 앞으로 소개하는 질문들이 독자 여러분의 면접에서도 등장한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면접의 목적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인가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적합한 인재에 대한 잣대는 기업마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직무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 또 어떤 잣대로 바라보는지가 결국 질문의 방향이나 내용을 결정짓는다.
당연히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묻는 질문(항목)은 기업마다 다르고 또 같은 회사여도 면접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춘들이 요즘 즐겨 쓰는 말로 면접 질문은 완전 ‘회바회’, ‘면바면’이라는 애기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기업이나 직무에 관계없이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궁금해하며 묻고자 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비슷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업종과 기업을 불문하고 인성(역량) 면접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들을 모아봤다. 소위 ‘기출 질문’이다. 질문들을 꼼꼼히 뜯어보면 면접관들이 질문을 통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테다.
면접관들이 지원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왜 우리회사와 지원한 직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다른 하나는 “당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회사와 지원한 직무에 적합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입니까?”이다. 바꿔 말하면 면접은 지원자가 조직/직무적합도 측면에서 기업이 찾는 ‘적합한 인재’인가를 검증하는 절차이고, 이를 위한 질문(주제)은 크게 기업/직무, 경험/경력, 성격/가치관에 대한 질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기업/직무
기업/직무에 대한 질문은 말 그대로 우리회사와 지원하는 직무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는 가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입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읽고자 하는 것이다. 취업시장에서 ‘나’는 상품 자체이자 판매를 책임지는 ‘세일즈맨’이기도 하다. 면접은 바로 ‘나’라는 상품을 세일즈 하는 무대인 것이다. 그리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나라는 상품을 사줄 고객인 기업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취업을 희망하는 대상인 직무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 디폴트다. 실제 면접에서는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는 지를 검증하기 위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기업/직무에 대한 질문은 인재상과 지원한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 등 일반적인 내용에서부터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 시장에서의 위치, 주요 고객 및 경쟁사, 대응전략, 지원한 직무의 고충과 애로사항 등 심층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우리회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 단어 또는 물건에 비유해보세요. 그 이유도 함께 설명해주세요.
-우리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고객으로서 평소에 우리회사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또는 궁금한 점이 있나요?
-우리회사의 가장 큰 경쟁사는 어디이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리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 적이 있나요? 있다면 전체적으로 느낀 점이나 특징을 말씀해주세요.
-기억나는 우리회사 광고의 장단점을 말씀해주시고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현재 우리회사 주가는 얼마이고, 5년 후에 주가는 얼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근거는 무엇인가요?
-우리회사가 속한 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또는 우리회사가 속한 산업의 현재 상황을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해 보세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회사가 현재 당면한 이슈 한 가지를 선택하고, 그를 선택한 이유와 이슈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우리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노력한 점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원한 직무에서 담당자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자질은 무엇일까요?
-전공(수업)이 지원한 직무에서 일할 때 어떤 도움이 될까요? 혹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전공과 관련된 역량이나 경험을 우리회사에서 어떻게 발휘할지 말씀해주세요.
-학창 시절 수강했던 전공과목 중 가장 흥미를 느껴 공부했던 과목은 무엇인지를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복수전공 경험이 있다면 왜 복수전공을 하였고, 그를 통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지원한 직무와 관련하여 자신만의 차별화된 준비 내용이나 꾸준히 노력한 경험을 말씀해주세요.
-지원한 직무에서 일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성장과정 속에서 지원한 직무(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우리회사에서 지원자를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회사의 인재상 중에서 지원자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사례나 경험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우리회사의 일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0년 후에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 상사나 선배가 되고 싶습니까?
이렇게 면접관들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와 관련된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낸다. 그러니 면접에 가기 전에 핵심적인 기업정보·인재상·주력사업(상품)·최근 이슈·(지원한) 직무역량 및 직무요건 등을 파악하는 기업·직무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회사인지 또 어떤 일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면접관의 눈에 ‘적합한 인재’로 비칠 리 없다. 꼼꼼한 기업·직무분석이 바로 면접 합격의 열쇠다.
# 성격/가치관
성격/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앞에서 말한 “당신은 누구입니까?”와 직결된 질문으로 지원자의 인성이나 가치관을 주로 묻는다. 인성(人性)은 지원자의 성품(성격이나 됨됨이), 가치관은 사고방식 또는 삶의 기준을 말한다. 인성 및 가치관에 대한 질문은 성격의 장단점·직업관·윤리의식에서 취미·별명·스트레스 관리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폭넓고 다양하다. 따라서 ‘나’라는 상품을 세일즈 해야 하는 면접의 성패는 자기 성찰에서 갈린다. ‘나’라는 상품을 제대로 모르면 판매는 언감생심이다. 면접관의 기본적인 질문조차 당해낼 수 없다. 나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바로 면접이라는 마케팅에 성공하는 첫걸음이다. 성격/가치관을 묻는 대표적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주위 사람이 평가하는 지원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학창 시절을 돌아보고 평가한다면 자신은 어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자신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 문장으로 말씀해주세요. 또 그러한 피드백이 주어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칭찬은 무엇입니까?
-자신을 3가지 해시태그로 표현해 보세요?
-별명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친구를 사귈 때 깊게 사귀는 편입니까? 혹은 넓게 사귀는 편입니까?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어떤 사람입니까? 그 친구와는 어떻게 친해지게 된 것입니까?
-스스로 자신의 대인관계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요? 그렇게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지원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과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오늘 아침에 일어날 때 어떤 생각을 떠올렸나요?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적이 언제이고,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지원자의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원자에게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성격 면에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나의 성격 가운데 바꾸고 싶은 1가지와 왜 바꾸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말씀해주세요.
-타인으로부터 곤란한 부탁을 받으면, 어떻게 거절하나요?
-학교·학회·동아리 등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지원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유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지금까지 삶에서 가장 영향을 준 책 또는 영화,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과 이유를 소개해주세요.
-성장과정 속에서 지금의 태도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지원자가 생각하는 직업의 의미와 직업 선택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지원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직장은 어떤 곳인가요?
-직장에서 오랫동안 잘 생활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원자의 꿈은 무엇이고? 회사는 그 꿈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직장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취업시장에서 지원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늘 면접을 보면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면접에서 꼭 받고 싶은 질문이 있나요? 그 질문에 대해 답변해 보세요.
-면접에 오기 전에 예상 질문으로 첫 손에 꼽은 질문과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지원자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겠습니까? 혹은 어떠한 지원자를 뽑겠습니까?
그를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요?
# 경험/경력
경험/경력에 대한 질문은 면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경험/경력을 묻는 질문은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 그리고 지금까지 지원자의 삶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면접관은 우리회사와 직무에 꼭 맞는 인재임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경험이 있는가로 지원자의 조직적합도·직무적합도를 평가한다. 대표적인 질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기억나는 경험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보세요.
-학창 시절, 밤을 새울 정도로 몰입해본 일이 있나요?
-학교생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나 어떤 일 또는 프로세스를 개선한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남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에 대하여 말씀해주세요.
-학회나 동아리 등 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갈등과 이를 극복한 혹은 갈등을 중재한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단체생활에서 소속감을 가장 강하게 느낀 경험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원자가 생각하는 ‘잘하는 소통’은 무엇이고? 그를 위한 자신만의 비결과 관련된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설득한(마음을 바꾸게 한)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성공적으로 협업을 이루었던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내가 속한 조직(학과·학회·동아리 등)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말씀해주세요.
-내게는 불리하지만 내가 속한 조직이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한 경험이 있나요?
- ‘원칙’과 ‘유연함’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와 관련된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그동안 본인이 이룬 성과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는 무엇이고, 또 어떤 점이 그 성과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나 의견을 수집하고, 이를 꼼꼼하게 분석·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학창 시절, 불합리하다고 느낀 학교의 규칙이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나요?
-현실과 타협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나요?
-지금까지의 봉사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무엇이고, 이유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누군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준비해서 도움을 준 경험이 있나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습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후회되거나 부끄러웠던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그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이나 깨달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경험 관련 질문에 답할 때는 면접관이 묻는 일련의 경험들을 20~30초 내외로 압축적이면서도 핵심 위주로 소개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고 매끄러운 말발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진심이 담겨 있다면 거침없이 말을 잘하는 달변보다, 서툴게 더듬거리는 눌변이 오히려 더 낫다. 면접관에게 중요한 것은 ‘달변’이냐 ‘눌변’이냐가 아니라 내용의 진정성에서 오는 공감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면접에서는 지원자에게 가상의 (업무) 상황을알려주고, 그상황에서어떻게행동할것인지를 묻기도 한다. 소위 ‘상황 질문’이다. 말하자면 “퇴근시간이훨씬지났는데도상사가퇴근할기미가보이지않는다면어떻게하시겠어요?” “입사후에본인이지원한직무(분야) 말고다른직무에서일하라면어떻게하시겠어요?” “일을 하다가 동료직원과 의견이 맞지 않거나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과 회사 업무가 공교롭게 겹칠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식이다. 질문의형태가조금다를뿐이지큰틀에서보면 경험 관련 질문들과 차이가없다.
독자들의 불평이 벌써부터 귓전에 울리는 듯하다. 질문만 말하지 말고 정답도 함께 알려달라고. 하지만 면접에는 정답이 없다. 똑같은 질문이 주어지더라도 어떤 대답이 합격으로 이어지냐는 지원한 회사와 직무 등 질문과 답변이 이뤄진 상황과 맥락, 또는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흔히 유튜브나 취업컨설팅에서 합격의 비법처럼 알려주듯 ‘OO경험(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 혹은 이 질문에는 이렇게 또는 이런 식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나 절대적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연히 앞의 기출 질문들에도 단 하나의 모범 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면접에서 정답을 찾는 노력은 시간 낭비고 부질없다. 대신에 기출 질문을 참고하여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맞추어 예상 질문을 만들어보고, 자신의 역량과 강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도록 답변하는 연습을 해보자. 특히 예상 질문은 가능한 ‘꼬리 질문’까지 감안해서 준비해야 한다.
면접관 경험이 많아서인지 다른 면접관들로부터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뽑아야 할 인재를 골라내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을 말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원자들의 변별력을 가리는 결정적인 질문은 주질문과 이어지는 탐침 질문(probing question·지원자의 대답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면접관이 추가로 던지는 질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평소에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더없이 평범한 예상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면접관이 준비한 회심의 질문은 따로 있다. 지원자가 미리 준비한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럼 스트레스는 보통 어디에서 오나요?” 혹은 “어떨 때 또는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나요?”라는 후속 질문이 이어진다. 훅하고 들어온 질문에 십중팔구는 엉겁결에 사실을 말하게 된다. 바로 면접관이 정작 궁금하고 묻고 싶었던 포인트다. 그리고 면접의 성패는 대개 뻔한 예상 질문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후속 질문에서 갈린다.
면접은 언제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모를 ‘복불복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수학공식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꼭 나왔으면 하는 질문은 묻지 않고, 내심 절대 나오지 않았으면 바랐던 질문은 꼭 나온다. 그러니 누군가가 일러준 예상 질문과 모범답안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접을 준비하는 편이 지혜로운 자세다. 면접은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