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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28. 2022

면접관에게 고(告)함

  인사 관련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면접을 자주 보게 된다. 면접관으로 잔뜩 긴장한 지원자들을 만나면 애틋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이 순간이 얼마나 지원자들에게 절실하고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여 이 자리에 왔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 출근길에 마주친 취업준비생 

 늦은 출근길에 허겁지겁 지하철 출구를 나오다가 벤치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앳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고운 얼굴이며 단정한 옷차림을 보니 노숙자는 아니고 대학생인 듯 보였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가진 술자리가 파한 뒤 귀가 길에 피곤에 못 이겨 쓰러져 잠이 든 모양이다.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취업준비서’를 보니 아마 어젯밤 술자리 대화의 주제는 ‘취업난’이 아니었나 싶다.


  #2: 달라진 대학가의 졸업 축하 현수막

 일전에 모처럼 모교를 찾아서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았다. 친구들과 도시락을 펴놓고 먹던 잔디밭, 어깨를 걸고 집회를 하던 광장과 학구열을 불태우던 중앙도서관 등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모두가 그대로였다. 그런데 유독 달라진 게 하나 있었다. 졸업시즌을 맞아 여기저기 걸려있는 졸업 축하 현수막의 글귀였다. 예전에는 “축 졸업!”, “졸업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 등 사회인으로서의 첫출발을 축하하는 내용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7년 만에 졸업! 이제 뭐하지?”, “백수 대열 합류” “어서 와, 백수는 처음이지?” 등 취업난을 반영한 문구들로 온통 채워졌다. 졸업을 축하하기보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대학생들의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뜬금없이 필자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이유는 기업의 면접관으로 나서는 이라면 면접에서 만나는 지원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해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지를 꼭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요즘 ‘코로나 불황’으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탓에 가뜩이나 바늘구멍이던 취업문이 아예 닫혀버린 느낌일 것이다. 오죽하면 청춘들 사이에서 ‘코로나 취포세대(취업 포기 세대)’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기약 없는 취업준비에 지친 청춘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기도 미안할 만큼 눈앞에 펼쳐진 채용시장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청년실업’이라는 단어를 멍에처럼 지고 산다. 학교 문턱을 나서자마자 자기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받고, 명찰을 목에 걸고 커피잔을 든 채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는 번듯한 직장인이 되기란 말 그대로 ‘낙타 바늘귀 뚫기’다. 오죽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정규직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할 정도다.


 그러나 결코 기성세대보다 능력이 모자라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춘들을 맞이해줄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저성장 시대를 잘 못 만난 불운 때문에 취업을 못할 뿐이다. 실제 면접에 가보면 처음 면접관으로 온 직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 정말 똑똑하네요. 생각도 똑 부러지고, 아는 것도 많고, 자기표현도 잘하고… 우리 세대는 저 나이에 저 정도의 내공을 갖추지 못했는데… 지원자들을 ‘평가’한다는 게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예요. 우리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네요. 저런 친구들과 같이 면접을 보고 경쟁했다면 취업은 꿈도 못 꾸었겠어요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이룬 1970~80년대에 대학 졸업자들은 당시 사세 확장에 여념이 없었던 대기업에 손쉽게 입사했다. 아니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 졸업장만 손에 쥐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기업을 서너 곳 이상 합격한 후에 어디를 골라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친구들도 많았다. 지금처럼 학점관리를 안 해도, 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굳이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아도 대학을 나오기만 하면 갈 수 있는 직장은 많았다. 대학 졸업장이 곧 취업으로 가는 ‘프리패스’였던 셈이다.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 매년 6~7%씩 너끈히 경제가 성장할 만큼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였기에 당시 대한민국에는 일자리가 넘쳐났던 덕분이다. ‘넘치다’가 아니라 ‘넘쳤었다’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멈추고 어둡고 깊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면서 언제부턴가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청춘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전쟁’,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했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지금의 청춘들은 역설적이게도 취업을 위해서 어떤 과거 청춘들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


 예컨대, 요즘 취업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터디그룹'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업종), 취업 시기 등에서 뜻을 함께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짧게는 1~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여가 넘는 기간 동안 힘을 모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혼자서는 구하기 힘든 취업 정보를 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본인의 보완점을 찾는 등 각자 나름의 목적을 위해 취업스터디에 참여한다.


 서류전형이나 면접 합격을 위해 함께 공부하면서 (전공) 지식을 가다듬고, 기업정보를 수집하고, 면접 기출문제를 구해서 머리를 맞대고 모범답안까지 만들어낸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나서 계속 읽어보면서 다듬고 고치는 ‘퇴고(推敲)’를 거듭하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면접을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표현하는 연습을 수없이 반복한다.


 일전에 <사관학교 뺨치는 취업스터디>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다가 가슴이 짜안해졌다. 기사 제목대로 청춘들 사이에서 취업의 필수 관문처럼 여겨지는 스터디그룹의 규율이 사관학교처럼 깐깐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늦잠을 자거나 나태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엄격한 규칙을 정해놓고는 실천 여부를 인증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기상' 인증을 위해 '화장실 세면대 사진' 등을 단톡방에 올려서 확인받는 식이다. 이렇게 지금 청춘들은 취업을 위해서 그 어떤 과거 청춘들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노오력’이라는 말에는 청춘들의 아픔과 눈물이 서려있다. 청년 실업난의 원인을 오롯이 청춘들의 ‘노력 부족’으로만 돌리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마뜩잖음을 ‘노력’을 ‘노오력’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면접관들은 지원자들만큼 고민하고 준비해서 면접에 오는 걸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례로 내용이 맞든 틀리든 간에 면접에서 통하는 바른 자세, 단골 질문과 모범 답안 등 취업준비생들을 겨냥해서 ‘면접 잘 보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면접관을 위해 질문이나 평가방법 등을 설명하는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가 무얼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테다. 셀 수 없이 많은 취업준비생과 비교하면 면접관 숫자는 터무니없이 작다. 게다가 누가 면접에 대한 책을 읽느라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까? "내가 직장생활이 얼마이고 또 사람 보는 눈이 있는데" 대부분의 면접관들이 가진 '근자감'이다. 하지만 “면접관의 수준이 뽑는 인재의 수준이다”라는 말이 있다. 면접에서 뽑히는 인재의 수준은 결국 면접관의 수준과 비례한다는 의미다.


 특히 면접관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인간이 지닌 탁월함의 최고 형태는 자신과 타인에게 질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물음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존재다. 면접이 대표적이다. 면접관의 역할은 질문을 통해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끌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면접은 기본적으로 면접관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면접의 핵심은 질문이고 면접관의 무기는 ‘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끄럽게 면접을 진행하려면 시작하기 전에 한 사람 한 사람 이력서(입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 그에 맞추어 질문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똑똑한 대답은 똑똑한 질문에서 나온다. 질문이 잘못되었는데 올바른 답이 나올 리 없다. 제한된 시간 내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지원자를 파악하려면 핵심을 꿰뚫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지원자가 질문내용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질문 하나하나에 분명한 의미를 실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면접이 시작되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준비한 질문을 바꾸거나 꼬리 질문을 해야 하므로 잠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좋은 질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면접관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 취업을 준비하는 여주인공이 면접을 보는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그녀는 지방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서 상경했지만 회사가 3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만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 그녀는 다시 취업전선에 나섰다. 부모님께는 “회사 일이 바빠서 못 내려간다”라고 둘러대고는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매일 같이 입사지원서를 쓴다. 서류전형에서 계속 미끄러져서 실의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꿈같은 면접 기회가 찾아온다.


 그런데 면접관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르고 그것도 모자라 무반주에 춤까지 열심히 추었지만 면접관들은 키득키득 웃기 바쁘다. 눈물이 핑 돈 주인공의 외침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원래 면접을 이런 식으로 봐요? 당신들 습관인 거 같은데, 가뜩이나 취직 안 돼서 괴로워 죽겠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갖고 놀아? 아무리 약자라고 해도 인간적이고 기본적인 대우는 해줘야 할거 아냐


 그런데 주인공의 서글픈 처지가 오래전 영화 속의 꾸며 낸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형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얼마 전 <지원자들이 뽑은 면접에서 받은 쓸데없는 질문>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1위로 뽑힌 질문은 “아버지는 뭐 하시냐?”“연봉은 얼마나 되시나?”였다. 도대체 아버지의 직업이나 아버지가 받는 연봉이 면접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아버지의 직업과 연봉을 알아야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혹은 아버지의 직업이나 연봉이 지원자의 역량을 대변할 수 있는가?

 다음은 “이 (영어) 성적으로 어떻게 우리회사에 지원했느냐?” 심지어 ‘압박면접’이라는 허울 아래 “옆 지원자에 비해 부족한데 왜 뽑아야 하나?”“지금 얘기한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사회성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본인 생각은 어떻나?” 등등 지원자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인신공격성 질문이 난무한다.


구직자 10명 중 9명 “면접에서 불쾌감 느껴

 구직자 10명 중 9명이 취업 면접에서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제공 전문기업 벼룩시장구인구직이 20대 이상 성인남녀 2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가 면접에서 불쾌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감을 느꼈던 이유로는‘면접에 적합하지 않은 질문(34.5%)’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어‘반말·휴대폰 보기 등 면접관의 성의 없는 태도(26%)’,‘성의 없는 짧은 면접시간(20.5%)’,‘채용공고와 다른 면접 내용(12%)’, ‘지나치게 긴 면접 대기시간(7%)’순으로 답했다.

  면접에서 만나고 싶은 면접관으로는 ‘지원자를 존중해주는 면접관(45%)’을 1위로 꼽았고 ‘연봉·직무 등에 대해 잘 설명해주는 면접관(20.8%)’, ‘스펙·경력·나이·성별 등에 선입견이 없는 면접관(17.2%)’, ‘지원서류를 꼼꼼히 읽고 질문하는 면접관(9.8%)’, ‘지원자의 장단점에 대해 피드백해주는 면접관(7.2%)’이 뒤를 이었다.


  일부 기업만의 사례이겠지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압박이 아니라 수모를 주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압박은 너무 점잖은 표현이다. 아무 쓸데없는 그야말로 갑(甲) 질일 뿐이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질문을 건네는 면접관에게 면접은 그저 '놀이'요, 면접실은 회사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일 뿐이다.


 지원자들은 서류전형에서 필기까지 겨우겨우 면접까지 올라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면접관 앞에 앉아있다. 절대적으로 을(乙) 일 수밖에 없는 지원자의 입장에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감히 면접관에게 불평을 토로할 수 있겠는가? 만약 면접장에 문 열고 들어오는 지원자들처럼 나의 자녀도 누군가 앞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면접을 본다는 생각을 한다면 결코 ‘면접 갑질’로 취업에 목마른 청춘들의 가슴을 후벼 팔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둘만 모여도 서로를 위해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곧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마음이다”- 한상복 著, <배려> 中 


  면접관 경험이 많아서인지 다른 면접관들로부터 “우수한 인재를 가려낼 수 있는 최고의 질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뽑아야 할 인재를 골라내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을 말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오랜 면접관 경험을 통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단 하나의 결정적인 질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질문이 효과적인 가는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질문은 주질문과 이어지는 탐침 질문 또는 후속 질문으로 이뤄진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답변을 듣고서 궁금하거나 미심쩍은 내용에 대해서는 소위 ‘탐침 질문’(probing question·지원자의 대답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면접관이 추가로 던지는 질문)을 통해 ‘왜’와 ‘어떻게’를 집요하게 캐물어야 한다.


 예컨대, 면접관이 지원한 직무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뒷받침하는 경험이 있는가를 먼저 확인한 다음 입사 후 해당 직무에서 일할 때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혹은 그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꼬치꼬치 묻는 식이다. 그래야 복붙 신공과 전문가의 첨삭으로 완성된 '자기'아닌 '남의 소개서', '자기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을 말하는 지원자를 가려낼 것 아닌가? 만약 지원자의 대답을 고개만 끄덕이며 그냥 들어준다면 면접관으로서는 자격상실이다.


  면접관이 효과적인 질문 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면접 진행도 어려워지고 지원자의 거부감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당연히 면접관은 좋은 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소한 바쁘다는 핑계로 지원자의 이력서(입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도 제대로 읽지 않거나, 면접 질문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고 면접에 참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갈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면접관의 당연한 본분이다. 또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 임에도 단군 이래 가장 치열한 일자리 경쟁에 내몰린 이 땅의 청춘들을 위해 면접관이 마땅히 갖춰야 할 예의이자 배려이기도 하다.


 요즘 취업컨설팅 시장이 순풍에 돛 단 듯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 면접관들도 대부분 구직자 또래의 자녀가 있기에 취업 사교육이 성행하는 현실이 마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방송인 배철수 씨가 방송에서 “나이 마흔이 넘은 사람은 세상을 욕해서는 안 된다. 그 나이쯤 되면 세상이 이 꼬라지가 된 것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취업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업, 그중에서도 취업의 당락을 결정하는 면접관이 바뀌지 않으면 사상 유례없는 취업 사교육 호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소위 취업 만렙들의 첨삭과 대필로 완성된 자기소개서가 버젓이 합격하고 그들이 알려준 정답을 면접에 와서 앵무새처럼 읊는 지원자들이 합격의 기쁨을 누린다면 취업 사교육 열풍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다. 합격 자소서. 면접 성공 비결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바뀌어야 취업준비생이 바뀌고 결국 취업 사교육 시장이 바뀐다. 그래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을 가능성은 높아지고 취업준비생과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한 사람의 수준은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알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질문을 보면 곧 그 사람의 수준이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기업의 수준은 (면접관의) 질문으로 알 수 있다”로 바꾸어도 충분히 뜻이 통할 듯싶다. 면접에서 던지는 질문에 면접관이나 그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면접관의 잘못된 질문이나 태도가 조직 전체의 위기로 연결되는 평판 리스크를 불러오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될 수도 있다.


‘인재전쟁’ 시대, 면접관의 현명한 자세

 ‘인재전쟁’의 시대, 면접관의 임무는 좋은 인재를 걸러내는 것 외에 하나 더 있다.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줘야 하는 이유는 불합격하는 지원자들에게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면접 후기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블로그, 인터넷 게시판 등 다양한 채널에 공유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면접 후기를 통해 합격 팁만큼이나 많이 거론하는 것이 면접관의 태도나 그가 준 인상이다. 면접관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만큼, 지원자도 면접관을 판단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면접관으로 지원자들에게 남긴 인상은 더 많은 잠재적 지원자에게 기업 이미지로 각인된다. 지원자가 면접실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가기까지 멋진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라. 외양, 목소리, 말투, 질문, 행동까지, 최대한 멋지게 하라. 당신의 조직이 멋져질 것이다. 출처: 한국경제신문 2019.12.24


 취업 정보 플랫폼 잡코리아의 ‘잡코리아가 코리아에게’라는 광고 시리즈는 각 세대에게 전하고픈 말을 광고에

담아내서 세대별로 전혀 다른 울림을 주고 있다. 그중 70년대생을 향한  ‘70’s에게’ 편을 보면 “면접 중에도 업무 중에도 라떼 조심 꼰대 조심, 조심조심 눈치 보느라 힘들지 걱정 마! 그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과감했던 X세대였잖아. 요즘 세대와도 잘해보자!”라는 재미난 카피가 등장한다. 청춘시절에는 신세대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오른 70년대생, 그래서 지원자가 아닌 면접관 역할을 하는 70년대생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중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 ‘라떼족’은 요즘 직장인이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별칭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은 까맣게 잊고 “라떼는 말이야~,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입에 달고 사는 ‘벽창호’ 선배나 상사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변화된 시대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낡은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 구닥다리 아재라는 애기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일단 ‘꼰대'로 낙인찍히면 회사생활이 피곤해진다. 지금은 부하직원들이 상사를 평가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자신이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요즘은 지원자들이 면접관을 평가하는 시대다. 지원자들은 면접관이 던지는 질문으로 그의 내공이나 회사의 수준을 평가한다. 지원자에게 면접관은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홍보대사다.

 인터넷 게시판·블로그·SNS 등이 일상화되면서 만약 면접 과정에서 잘못된 질문이나 막말을 일삼는다면 바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기업의 평판(Reputation) 문제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 회사가 그런 상황에 놓이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면접관은  어떻게 되겠는가? 자칫 지금껏 공들여 쌓은 경력이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시쳇말로 한방에 훅 간다. 그러니 면접관들이여, 제발 좋은 질문을 건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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