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달은 시간
1.
애들 데리고 어딘가 놀러 갈 때 기대했던 것보다 애들이 더 즐거워할 때가 가끔 있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즉흥적이었다. 어디선가 부여 롯데리조트가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방을 예약하고 다음 날 첫째랑 둘째를 데리고 갔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에 있는 오락실에서 총 게임도 하고 레이싱 게임도 하고(내가 액셀 밟아줌) 뽑기도 하고.
'비 베러 디시(Be Better Dish)'라는 리조트 내 식당에서 밥도 먹고.
무엇보다 빼빼로룸이라는 키즈룸에서 지쳐서 잠들기 전까지 쉬지 않고 놀았다. 아지트 만들고 무료 대여해 준 씽크빅으로 게임도 하고, 자기들끼리 역할극도 하고...
다음 날 집에 와서도 빼빼로룸 또 가고 싶다고 몇 번이고 언제 갈 건지 묻는다. 눈 올 때 그냥 빼빼로룸 말고 이번엔 미끄럼틀 있는 빼빼로룸(스위트)나 말랑카우룸(스위트)에 가자고 했다. 그때는 발코니에서 눈사람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니 0_0 애들 눈이 이렇게 커진다.
최근 몇 달 월 1회 꼴로 리조트를 다니며 묵었던 방 중에는 스위트룸도 있었고 비즈니스룸도 있었다. 넓어서든 아니면 비즈니스룸 분위기가 신기해서든 애들은 매번 재밌게 놀았더랬다.
아, 그런데 이번엔 재밌어하는 게 달랐다. 표정부터 집으로 돌아온 후 애들이 꺼낸 기억에서 그려진 리조트의 모습까지. 이래서 리조트 키즈룸 예약이 항상 일찍 찼던 거구나, 싶었다.
2.
안전한 오딧세이(그리고 트래버스) 놔두고 팰리세이드 사면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수리비 많이 들고 정비하러 회사 일정 조정하는 게 귀찮다고 애들 목숨 위험하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비록 오딧세이 살 돈에서 천만 원 남은 걸로 애들이랑 원 없이 놀러 다닐 수 있겠다며 위안 삼았지만(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지난 몇 달간 숙소 가격 걱정 없이 놀러 다니고 있다) 마음 한편에 '이게 맞나'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 돈이면 셋째 치아 교정비하고도 남는 돈인데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누군가는 웃을 수 있겠지만 나는 첫째랑 둘째 임신 소식 듣자마자 치아교정비부터 모을 정도로 치아 콤플렉스가 심했다. 결혼이란 말이 뭔지도 모를 나이였지만 막연하게나마 '혹시라도 내가 애를 낳으면 교정은 꼭 해줘야지' 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번에 애들 노는 거 보면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지금 여기' 내 애들이 나중에 커서 희미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고 쓰지 못하랴 싶었다.
오딧세이, 트래버스 안 사고 팰리세이드 사서 현금 남겨 놓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동시에 모하비에 들인 튜닝비랑 팰리세이드 단 머드가드 비용이 아까웠다. 그것만 해도 애들이랑 1년도 넘게 매달 키즈 스위트룸에 갈 수 있을 텐데...
3.
돈. 돈. 돈.
문제는 돈이다. 답도 돈이다.
부디 지금 갚고 있는 대출금 무사히 다 갚기 전까지 천재지변, 전쟁, 질병, 비명횡사 같은 일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