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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May 06. 2023

기획의 출발점을 찾아서

린스타트업을 다시 고민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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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기획의 시작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변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가설 설정"일 것이다. 기획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정말 효용성이 있다는 가설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대학생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할 의향이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대학교 내에서만 활용 가능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 가설 검증을 시도했었다.

초창기 페이스북 화면

 그렇다면 가설 설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문제 정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가설 설정을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가 정말 효용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즉, 고객이나 목표 시장이 겪는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정의하고 이를 기획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해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설정해야 한다. 과거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사회적 고립과 대학생 간의 연결성 부족"이라는 문제를 정의했었다. 페이스북이 정의한 문제를 듣고 나니 페이스북의 가설 설정이 한결 설득력이 느껴진다.


<페이스북>
문제 정의: "사회적 고립과 대학생 간의 연결성 부족"
     ▽
가설 설정: "대학생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할 의향이 있다."


 그렇다면 문제 정의를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일상 속에서 개인이나 지인 혹은 불편함을 발견하면 될까? 이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가설 설정의 밑바탕이 될 문제 정의는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의 예시를 계속 이어서 설명해 보자면, 마크 주커버그가 어떻게 "사회적 고립과 대학생 간의 연결성 부족" 이러한 문제를 정의할 수 있었을까? 주커버그는 실제로 대학에 다닐 때 외로움을 느꼈다고 인터뷰하기도 하긴 했었다. 그렇지만 주커버그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팅 어플, 명상 어플, 모임 어플 등이 아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러한 간극은 "시장 조사"에서 탄생한다. 대학생 주커버그가 느낀 외로움을 해결할 방식은 다양했다. 그래서 단순히 문제를 대학생의 외로움이라고 정의했다면 페이스북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외로움에는 데이팅 어플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니 말이다. "시장 조사"는 개인이 발견한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더 뾰족하게 파헤치고 본질에 다가서는 데 도움을 준다. 잠재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는지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처음에 정의했던 "문제"가 점점 더 고도화된다. 그렇게 탄생한 "좋은" 문제는 "좋은" 가설을 낳게 되고, 결국에는 몇 번의 가설이 실패할지라도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좋은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다. 요약하면 아래 그림과 같은 구조가 되겠다.


 글의 가독성과 몰입도를 고려해서 역순으로 서술했지만, 기획의 시작은 "문제 정의와 시장 조사"이다. 그리고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최근에 린스타트업과 애자일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소외받는 것 같다. 사실 린스타트업과 애자일 방법론이 이 부분을 경시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괜찮은 문제를 고민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프로덕트로 풀어낸 다음, "좋은 시도였다", "실패하다니, 린하게 테스트해서 다행이다"라고 위안 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획의 시작점에서는 애자일을 방패로, 가설의 성공을 운에 맡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단 빠르게 제품을 기획해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한 마음가짐이지만, 그에 앞서서는 "좋은" 문제와 가설을 찾아야 한다. 속도는 그다음이다.


 물론 문제와 시장에 대한 고민 없이도 성공적인 제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앞서 예시로 많이 사용한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버그는 "하버드 학생들이 연결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멋질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속마음은 본인만 알고 있기에 정말 페이스북이 그냥 멋질 것 같아서 만들어진 것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제 정의와 시장 조사를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명확한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서비스가 성장하여 확장함에 따라 초기에 정의했던 문제가 흔들리기도 한다. 사용자 수와 사용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가 초기에 설정했던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목표 사용자는 누구였는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명확하지 못한 문제 정의로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 기준이 생기게 된다. 결국 비효율적인 리소스 할당, 뜬금없는 기능 추가, 주요 기능 제거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최종적으로 사용자들도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다.


 문제 정의가 변화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이 성숙해짐에 따라 기업의 사명과 가치는 개선되는 것은 건강한 변화이다. 하지만 초창기 서비스의 경우는 다르다. 예를 들어 "클럽 하우스"의 경우 엄청난 인기로 떠올랐지만, 요즘에는 성장과 인기가 매우 둔화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BM 문제, 서버 문제, IOS만 있다는 점, 폐쇄성 등 다양한 원인이 이야기되지만 필자는 "기획"에 있다고 생각한다. 클럽 하우스팀이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부랴부랴 추가한 수익모델은 "송금"이었다. 초대장을 받으면 일론머스크, 주커버그 등의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서, 폐쇄적인 성격이 주목받아 "인싸앱"으로 등극했던 클럽하우스이다. 그런데 주최자에게 "송금"을 한다는 기능은 조금 부자연스럽다. 일론머스크나 주커버그가 부업을 하기 위해 클럽하우스를 했을 리도 없는데 말이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기획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클럽하우스의 성장을 견인했던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실 타깃 고객이 아니었다거나, 명확한 타깃층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어쨌거나 "송금"이라는 수익 모델은 클럽하우스의 기획이 부족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명확한 기획은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명확하지 못한 기획은 실패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설사 기획 단계에서 부족함이 있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는 많은 서비스들이 겪는 문제이며, 어쩌면 문제와 가설 설정은 기업이 생존하는 내내 다듬어가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고객과 소통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다음 글에서는 가설 설정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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