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성의 눈 Jul 02. 2023

마약 범죄는 정말 심각한걸까?

feat. 통계와 경향성에 대한 고찰

 최근에 급속도로 마약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먼 이야기라고 느껴졌던 마약 범죄가 일상을 위협하는 것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말 늘어난 것은 맞을까?


 최근 마약 범죄가 이슈가 된 상황을 지켜본 결과 다음과 같이 4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 최근에 어떠한 이유로 마약 범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2. 마약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으나 단속이 미흡했다.

3. 마약범죄가 꾸준히 증가하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준이 된 것이다.

4. 마약범죄는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것일 뿐이다.


 무엇이 되었든 경향성의 문제인데, 마약 범죄 단속 관련 자료를 확인하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되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마약 범죄 단속이 급격히 증가하였다면, 1번 또는 2번 가설이 유력해진다. 하지만 마약범죄가 꾸준히 증가한 것이라면 3번 가설, 만약 마약 범죄 단속 현황에 별 차이가 없다면 4번 가설이 유력해지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자

 "마약류 범죄계수"라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범죄 단속 인원수"라는 지표가 있다. 20을 넘으면 급속한 확산 위험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지표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인구수인 5000만 명을 기준으로는 마약류 범죄 단속 인원수가 1만 명이 넘어서면 급속한 확산 위험이 있는 것이다. 즉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아래 대검찰청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2015년에 이미 마약청정국이라는 칭호는 놓치게 되었다.


 그 외에 검찰이 밝힌 마약류 사범 단속실적을 보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최근 10년간 단속한 마약사범수는 총 65,226명으로 그 이전인 1981년부터 1990년까지의 10년간 단속사범수 20,916명에 비해 무려 211.8%가 증가하였다. 이를 통해 1980년대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마약범죄 단속이 우상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에 따르면 3번 가설 '마약범죄가 꾸준히 증가하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준이 된 것이다.'이 유력해 보인다. 필자를 포함해서 큰 관심이 없었을 뿐, 8년 전인 2015년부터 "급속한 확산 위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좀 심해 보이는데...

 확실히 청소년들의 마약범죄, 일상 밀착형 마약 범죄 뉴스를 보면 사태가 심각하긴 하다. 직접적으로 주위에서 마약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실제로 범죄 단속 실적이 매년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나 해보고자 한다. 한스 로슬링이 집필한 "팩트 풀니스"에서는 세상을 왜곡하게 해석하는 인간의 본능 중에 '단일 관점 본능'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단일 관점 본능이란, 인간은 단순한 생각에 크게 이끌려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성향을 말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시를 들자면 "1996년에 호랑이, 대왕판다, 검은코뿔소가 멸종 위기종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현재는 개체수가 더 줄고 위급하다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오늘날 현대인들의 증가하는 암 발병률은 비만,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이유로 현대인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것으로 인식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을 단일 관점 본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호랑이, 대왕 판다, 검은코뿔소의 개체 수는 오늘날 오히려 증가하였으며, 암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진단 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성원 전체 대상의 건강 검진 복지 덕에 암 진단이 늘어났을 뿐, 단순히 이를 두고 사회 건강 문제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암 진단율이 높아져서 암 발병률이 같이 증가했다.) 이렇듯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이끌려 단순한 결론에 쉽게 이끌린다. 그렇다면 마약 범죄의 경우는 어떨까?


 확실히 이전보다 쉽게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번 마약범죄 증가 이유로 SNS와 비대면 서비스의 발달이 지목되는데, 이는 17년도를 포함한 그 이전 뉴스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이다. SNS와 비대면 메신저의 등장은 10년도 더 되었는데, 매번 같은 이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마약사범이 가장 많았던 시기로 꼽히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검거율도 높아진 것을 고려하면, 마약 범죄 관련 단속이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검거율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 수치가 달랑 하나 나오면 내 머릿속에는 항상 경보음이 울린다. 그 수가 1년 전에는 어땠을까? 10년 전에는? 1인당으로 환산하면 몇일까?

여러 가지 비율을 비교한 뒤에야 그것이 정말 중요한 수인지 판단할 수 있다.
- 한스 로슬링, "팩트 풀니스" 中


 본 글은 마약 범죄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적의 글이 아니다.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 언론과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의 심각한 상황인지, 심각하다면 언제부터 심각한 것이었는지, 인구수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 다양한 시선에서 확인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껴 쓰여진 글임을 알린다.


--

(참고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EnDHZRr1RP8

작가의 이전글 이 서비스를 안쓸 사람이 있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