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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Apr 20. 2024

탕후루 안 먹어본 사람 이야기

그렇지만 탕후루만 생각하던 사람

 나는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시간을 탕후루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유행했던 것 중에 몇 안 되는 역주행에 성공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탕후루는 우리가 관심이 없었을 뿐, 예전부터 홍대, 명동, 차이나타운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2023년 갑자기 우리는 탕후루에 뜨거워졌다.


탕후루 열풍과 SNS

 단순히 SNS에 의해서 탕후루가 유행했다는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다. 탕후루를 주제로 한 먹방, ASMR, 후기, 요리법 등 다양한 콘텐츠가 SNS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사실이다. 이와 맞물려 탕후루 체인점이 이미 존재하여 쉽게 접할 수 있다 점, 탕후루 마진율이 높고, 창업 비용이 저렴하다는 등 다양한 이유가 맞물려 폭발적인 유행하게 되었다.


 SNS가 유행의 도화선이 된 것은 맞지만, 불을 붙인 건 SNS를 따라 하는 문화적 현상에 있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콘텐츠를 따라 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경험을 획일화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장소를 찾아가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대상이 평소에 자주 마주칠 수 있었던 음식이더라도 SNS에서 유행하면 왜인지 관심이 간다. 그렇다면 이게 나쁜 현상일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SNS 등장과 함께 탄생한 새로운 문화의 탄생이라고 생각된다.


레퍼런스에 의존하는 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문화가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요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인용에 많이 의존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일론 머스크의 생각을 대신 전해주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화에 인용이 많아지는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의 생각보다 외부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SNS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도가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내 의견이다)


 SNS에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덕분에, 많은 자기 계발 영역에서도 인용에 많이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성장에 큰 힘을 쏟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용에 그치는 스터디가 아닌, 능동적인 자기 계발을 하려면 의심하는 태도와 실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령 탕후루 요리 콘텐츠를 시청했다면, 왜 설탕을 오래 끓이면 안 되는지, 왜 저만큼 저어야 잘 되는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심이 필요하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공부가 끝난다. 이렇게 공부함으로써 인용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가 탕후루는 이렇게 만들라고 하더라"가 아닌 "누가 탕후루는 이렇게 만들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체인점이 아닌 가정집에서는 요렇게 만드는 것이 더 맛이 좋다"는 개인의 의견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단순 인용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경험을 개발할 수 있다. 주류의 의견은 안전하다. 하지만 개성을 키우고, 창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면 의식적으로 일상을 새로운 시각을 바라보려 노력해야 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마주한다면, 그 유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혹은 내가 속한 산업군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탐색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탐색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의견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개개인의 소중한 의견은 챗GPT보다는 뭉툭하지만, 빛이 난다. 그리고 빛나는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항상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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