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하면 정말 쉽게 성공할까?
챗GPT, AI, 메타버스, 쓰레드(페이스북의 새로운 SNS), NFT 등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과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는 '선점'인 것 같다. '선점'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점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기저에 깔려있다. 이는 앞서서 웹 브라우저, 휴대폰, 스마트폰, 가상자산 등의 커다란 신기술이 등장해 온 과거가 큰 기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의 등장에 예전보다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경쟁에 강박을 느끼는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다 보니, '선점(先占)'이라는 의미 자체에서 경쟁심이 유발된다. 안 그래도 경쟁적인 단어가 '성공'과 '돈'에 연결되면서 FOMO(Fear Of Missing Out, 나 혼자 뒤처지고 있음을 느끼는 공포감)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정말 선점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까? 선점 효과는 무엇이며, 정말 성공에 유효한 전략일까?
선점효과? 무임승차 효과?
선점우위 효과(First Mover Advantage)란 시장에 최초로 진입하여 얻게 되는 우위, 즉 이익이나 경쟁사 대비 진입장벽을 뜻한다. 반면에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앞서 진출한 기업의 투자를 이용하는 것을 무임승차 효과(Free Rider Effect)라고 한다. 앞서 진출한 기업의 개발, 시장진입, 마케팅 등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위한 투자를 지켜본 뒤에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무임승차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와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구현하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 단위의 사전적 정의일 뿐이다. 앞서 서술한 선점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 단위라는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기업과 달리 개인이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조건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기업과 개인은 어떻게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1. 새로운 시장이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이어야 하는 것은 최소 조건이다. 하지만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이 출시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시장에 새로운 동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장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 중에서 몇 개만을 기억하는 기억력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초의 시장을 선점하면 소비자의 기억 속에 깊이 자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덤으로 갖게 된다.
카카오톡 이후에도 정말 많은 채팅 서비스가 국내에 등장했지만, 모두 잊혔다. 많은 이들이 챗gpt는 들어보았어도, 구글의 제미나이 혹은 빙챗 등은 못 들어본 소비자들도 많다. 어쩌면 "모바일 메신저 = 카카오톡", "ai = 챗gpt" 이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기억력의 한계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쓰레드는 기업 입장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선점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기존에 텍스트 기반 SNS가 이미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메타 역시도 스스로 후발주자임을 인정하고, 시작한 서비스이다. 최초의 텍스트 기반 SNS인 트위터가 탄생했을 때는 선점의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 짧은 글 기반의 인기를 끄는 여러 인플루언서들도 대거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텍스트 기반이 아니더라도 SNS 자체가 이미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빠르게 선점할 수 있다는 말에는 의문이 생긴다. 오히려 기존 인플루언서들이 이동해서 프로필을 생성하는 전략은 효과적일 것이다. 마치 기존 유튜버가 네이버의 치지직(네이버의 새로운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도 영상을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치지직은 어떠할까? 네이버도 인터넷 방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시작한 서비스는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미 존재해 온 시장을 선점한다는 말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이미 존재해 오던 시장에서, 채널이 하나 더 생긴 곳을 선점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후발 주자인 기업조차도 다른 채널의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와중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으니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야 한다.
다행히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서 선점하려 한다면, 자연스럽게 후발 주자가 생기길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는 후발 주자의 추격 시간을 지연시킬 요소를 만든다. 가령, 고객들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쌓거나, 대량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규모의 경제를 의미한다. 이것만으로는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는 없다. 후발주자가 추격하는 시간 동안 선점한 기업 혹은 개인은 자동/ 시스템화, 체계 구축, 판로 개척 등을 통해 효율성을 증대하고, 원가를 낮추는 등의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어야만 한다.
틱톡 이후에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쇼츠가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지 않은 선점은 얼마나 쉽게 따라 잡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틱톡의 쇼츠 관련 데이터로 더 정교한 쇼츠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는 유리했을 것이다.
개인은 선점 못하겠네요?
맞다. 개인은 선점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그래도 투자의 영역에서 크립토리치(초기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부자가 된 개인), 메타리치(초기 메타버스를 투자하여 부자가 된 개인) 등의 소식은 꾸준히 들을 수 있다. 혹은 1세대 인터넷 방송인이나, 모바일 폰이 등장하고 어플 개발자로 전향하는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선점하였다. 커다란 시장의 흐름에 올라탔다는 말이 선점보다 합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는 통찰력과 결단을 내려 커리어를 전향하는 용기도 요구된다. 흔히 요구되는 '선점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말과는 거리가 먼 사례들이다.
맥도널드가 있어도 쉑쉑 버거, 맘스터치가 생긴다. 페이스북이 있어도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생겨왔다. IBM 스마트폰이 있어도 애플, 삼성이 탄생했다. 1세대 인터넷 방송인이 있어도 새로운 유튜버들은 탄생했다. 쇼츠가 유행하는 현재는 또 다른 유튜버들이 탄생했다. 이렇듯 수요가 창출된 것을 확인한 이후에 움직여도 괜찮다. 시장의 불확실성 문제를 안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선점 효과보다 더 큰 메리트일 수도 있지 않을까? 후발 주자가 시장의 동향과 불만을 파악하여 개선할 수 있다면 오히려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선점해야 할 최초의 시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 시장의 동향과 불만을 포착하는 것이 기업과 개인 단위 모두에게서 요구되는 역량일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갖추어, 선발 주자보다 소비자의 입맛과 니즈를 맞출 수 있는 후발주자라면 선발주자를 제치고,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