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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것은

내면의 희망을 반증하는 것


낯선 이들을 만나도 그리 어색해하지 않는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충분히 잘 대화할 수 있다.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강점이기에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모임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읽혀 그들에게 웃으며 질문을 한번 더 건네는 편이다. 그렇기에 긴 시간 나의 관심사와 어울리는 여러 모임들을 만들거나 다른 모임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나를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한 사람, 유쾌한 사람, 상냥한 사람, 어디에 있어도 모나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기억한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서도 많은 에너지를 얻는 편이지만 일상에서 꾸준히 만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나도 알지 못했던 마음의 벽이 있었을까. 스스로 일상에서 깊이 있게 만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높이 설정해 놓는 편이었다. 항상 분주한 일상을 살았기에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만날 수는 없었다. 선한 사람, 내면에 깊이가 있는 사람, 다른 이를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 어떤 거리낌도 느껴지지 않는 사람. 주로 내 곁에는 이런 사람들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을 곁에 두지 않기에 종종 외로움을 느꼈지만 단지 그 외로움으로 인해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간 독서 모임에서 영혼의 단짝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친구를 만났다. 나의 이야기 속에서 가치를 발견해 주고, 모임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눈을 맞춰주고 편안히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성인이 되어서 만났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잘 통했다. 서로를 보며 거울을 보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힘들 때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서운해하지도 않았고, 동굴에 들어갔다 나온 나를 오히려 반겨주었다. 우리의 대화 속에서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침묵도 함께했지만 어떤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난 날이면 깊은 치유를 받은 것처럼 몸과 마음이 시원해졌다.


우리를 살게 하는 관계는 이렇듯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찾아온다. 예상할 수 없는 곳에 찾아와 나를 채워주고 살게 한다. 살아가다 보면 나의 마음과는 달리 인연이 끊어지게 되는 일도 있지만. 삶은 그런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고 새로운 관계의 문을 열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다시 이 삶을 지속할 이유를 찾아간다. 그것이 삶이 우리를 돌보는 방법이다. 그러니 지금 외롭고 마음이 헛헛하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말자. 그 외로움, 우리가 삶에, 관계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신호니까. 삶이 곧 우리를 돌보기 위한 누군가를 선물처럼 보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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