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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Nov 25. 2022

엄마가 된 후 첫 여행을 다녀오며, 내 딸에게

우리 딸 안녕.

엄마는 지금 한국행 비행기에서 편지를 쓰고 있어.

이번 여행은 너의 이모인 우리 언니와 단 둘이 온 것인데, 너를 낳은 이후 첫 해외여행인 데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해외로 나온 거라 더 설레고 의미 있었단다.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 해외여행을 참 좋아해서 일본 여러 차례, 동남아, 영국/프랑스/체코/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미국까지 여러 나라를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다녔어. 특히 너의 아빠 그리고 이모와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항상 가족들의 배려와 도움을 받으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단다. 그래서 너도 가족, 친구들과 다양한 곳을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많은 고난이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그리고 현장에 와서 계획대로 잘 될 때, 계획과 다른 상황에 닥쳤을 때 모두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더라. 엄마는 계획형 인간이라 아주 사소한 것까지 미리 알아보고 익혀두고 대비해두는 걸 좋아해. 너는 어떤 여행자가 될까?


엄마의 이번 여행은 '귀여운 것 감상+쇼핑'이 목적이었어.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실컷 보고, 소유하면서 대단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어.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할 수 있는지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누군가를 돌보느라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던 평소와 달리, 여행에서는 온전히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갈 시간이 있지.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 내가 사고 싶은 것, 내가 가고 싶은 곳. 나를 위한 것으로 가득한 여행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까닭은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느끼면서 본래 좋아하던 것을 오랜만에 볼 수 있고, '오, 이런 것도 좋네' 하면서 새로운 취향까지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거야. 그런데 그것들이 뭐 대단한 것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소박하고 별 것 아닌 경우도 많단다. 아직 가게 문이 다 열리기도 전 이른 아침에 사람 없는 길을 둘이 걷는 것이라든지, 커다란 나무의 빼곡한 잎 사이로 햇볕이 새어 나오는 걸 보는 것이라든지,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꾸며진 작은 장난감 장식을 보는 것. 우리는 이렇게 작은 취향과 작은 행복을 발견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


이번에 디즈니랜드, 퓨로랜드 같은 테마파크를 다녀왔는데 아이와 함께 놀러 온 가족들이 많더라. 부모님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났어. 만약 너와 같이 왔다면 무엇을 하며 놀았을까, 너는 무얼 하고 싶어 할까, 그리고 얼마나 예쁘게 웃을까. 오열하는 아이를 안고 가는 엄마를 볼 때마다 너와 외출할 때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 엄마는 한 달 뒤 복직을 앞두고 있단다. 그래서 너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어. 매일 하원 후 버스를 타고 근처 공원이나 놀이방, 박물관, 도서관 등을 다녔지. 그 과정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둘만의 추억도 많이 쌓았고, 네가 소리 지르며 떼를 쓸 때면 제발 조용히 하자고 타이르다가, '다신 둘이 안 나온다' 결심하기도 했어. 사실 너와 부지런히 다닌 외출은 네가 나와 놀아준 셈인데, 엄마가 무리해서 데리고 나온 건 아닐까 미안해지기도 하더라. 그럼에도 너무나 귀여운 너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을 잔뜩 보내서, 마의 2년은 참 행복했어. 감히 내 인생 최고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어!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 더 즐겁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계속 만들어 갔으면 해. 먼 곳이 아니더라도 매일을 여행하듯 즐겁게. 다가오는 시간을 여행 준비할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마주하고, 매일의 일상에서 많은 걸 배우고, 행복한 것을 찾으면서 소박하면서도 위대한, 그런 여행 같은 인생을 같이 살아가자.


우리 딸, 내 인생에 와줘서 고마워. 인생이 기나긴 여행이라면, 너의 여행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언제나 함께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가고 싶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렇게 행복하게 살자.


2022.11.21 도쿄 여행을 마치며 엄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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