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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혁 JUNG HYUK Feb 25. 2021

그냥 "스펙스"

소년은 "프로스펙스"를 신고 싶었어요.


“그날은 생일이었습니다.”



어린 소년은,

외할머니 손을 잡고 운동화를 사러 가기로 했죠.

오래전부터 “프로스펙스” 운동화가 신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어요.

    

어라!

“프로스펙스” 매장을 지나쳐, 한참 아래 신발 가게로 들어갔어요.

여러 중저가 신발 브랜드가 다 모여있는 동내 신발가게..

지금 생각해 보면 “편집매장”이네요.


아! 여기가 아닌데..

외할머니 지인분이 운영하는 매장이었고, 그렇게 소년의 손에는 “스펙스”가 들려있었죠.

“프로스펙스”에 “프로”는 어디로 가고, 그냥 “스펙스”


실망이 컸어요..     

속치마에서 그간 모으신 용돈을 꺼내 계산하시는 외할머니를 보면서, 소년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세월이 지나,

소년은 “스타일 디렉터”가 되었고, 정말 다양한 운동화를 즐기고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가지고픈 운동화는 그냥 “스펙스”입니다.



PRO SPEC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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