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awing by 태권
23.01.13
올해도 먼가 특별한 마음으로 시작해보려 다이어리에 그쩍이던 중 문뜩 작년 한해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장소가 어디였는지를 생각해봤다.
머릿속으로 스치는 수많은 장소들 중에서 얼마 전 다녀온 삿포로의 한 료칸이 바로 생각났다♨️ 정갈하게 정리된 소품이나 마감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 특유의 정갈함이 건물입구에서부터 반겨주었고 그 감동은 대욕탕에서 정점으로 치닫게 된다. 몸을 간단히 씻고 처음 욕탕에 들어가 밖을 바라보면, 낮은 창 너머로 내 눈에 딱 맞는 설원의 풍경이 들어온다. 그렇게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가 몸을 더 깊이 담그고 욕탕 벽에 있는 나무에 기대 목을 젖히면 그 시야로 이번엔 설원의 하늘 풍경이 들어온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혼자서 손스레 치고서 옆에 있는 칸막이 벽을 잡았더니, 깎여진 손잡이 위에 손이 딱 올려졌다...
이 짧은 순간의 경험으로 내가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지금까지 작업해온 모든 프로젝트, 연구, 디자인들이 얼마나 가벼운 수준이었는지 노골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5평도 안 되는 작은 야외 욕탕이었지만, 이곳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 번에 가르쳐줬다. 그 진심 어린 공간을 가슴에 품고 2023년은 매사에 정성스러운 한 해를 보내야겠다고 다이어리에 적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