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독후감
제목 : 도시논객
저자 : 서현
날짜 : 24.03.26.mon~24.05.17.fri
대학원 졸업후 지도교수님이 발간한 첫 건축교양 서적. 대학원 논문 지도당시 때부터 단어하나 문장의 구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기에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어떤 정성과 노력이 담겨졌는지 알 수 있었다. 학부시절때부터 존경해왔었지만, 건축적 경험이 더해진 지금도 여전히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자도 그렇지만 작가역시 시대에 따른 다양한 사건들로 함께 성장해온거 같아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역시나 명쾌한 문장으로 쓰인 책이었다. 쉬운말을 어렵게 쓰려는 기교따윈 찾아볼수 없으며 어려운 상황이나 전문용어를 어떻게든 순화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잘 느껴졌다. 이 책을 읽어 나아가면서 저자가 언급하는 조언이나 생각의 문장 자체를 기억하기 보다 작가가 가져야할 태도와 자세가 더 감명깊었다. '누구가 어떻다더라' '그 일은 어떻다더라' 이런 차용의 글이 아닌 나의 시선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작가가 독자와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책의 내용을 있는그대로 받아 적었던 대학생 시절에서 어느정도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함께 늘어놓을 수 있게된 지금에 까지, 제법 스스로 건방져지고 있음을 느낀다.
책은 완성품이 아니다. 그 책 역시 당시 작가의 생각의 정도이며 과정이다. 나의 생각과 시선을 많이 늘어놓을 나에게 있어 발랄한 용기를 붙돋아준 멋진 응원서였다.
이 책을 마무리 하며... 24.05.23.thu
24.03.26. tue
p.17
잉여 물자의 더 자유로운 저장과 유통은 미래 기술의 가치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인류는 '생존기술'에서 '보관기술'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문명의 초석, 도시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도시의 보관기술로 확보된 잉여물자의 이동기술, 즉 유통의 속도에 따라 발전의 규모가 결정되왔다는 생각은 참으로 흥미롭다!
p.35
도시가 공공재이고 개별 토지에 일정한 공공성이 있다면 국가가 개발 행위에 개입하는 방법은 그 사유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토지의 효용을 높여주되 토지를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건축법 용어로 서술하면 건폐율은 낮추고 용적률은 높이는 것이다.
이 대목에 대한 '저자의 제안'에 대한 평가를 늘어놓기 앞서 먼저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건축에서 사용되는 공공성이라는 의미는 개인보다는 전체를, 수익보다는 헌납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며 개인이 아닌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민주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계속)
p.47
서울의 아파트 공급의 문제는 신규 공급분이 무주택자가 아니라 더 큰 판돈의 다주택 소유자에게 빨려간다는 데에 있다...
명쾌한 지적이다. 그러나 다시한번 되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시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나아가 인류에게 해로운 것인지.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고는 하나 다른이들의 아픔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p.48
숫자는 현실을 치환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인구 분포와 건설 시장 규모로 볼 때 수백만 호 주택 공급 공약은 우리 정치판이 도박판과 유사하다는 불행한 자백이다.
똑같은 문장이라도 시대와 그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언제나정치의 말과 언어를 반대로 뒤짚으면 현실이다. 수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건 현재 주택이 부족한 것이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건 현재 잘 살지 못하는 것이다. 언제나 정치는 현재의 갈증을 증폭시키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주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정치라는 증폭제에 현안되지 않고 부단히 진실을 들춰내야 한다.
24.03.27. thu
p.62
숲은 침묵의 전쟁터다.
흥미로운 문장이다!
p.79
교환이 도시를 만들었다면 도시의 근본이자 핵심은 상업시설이다.
잉여 물건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 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이를 체계적으로 균등히 분배하고 유통하기 위해 교통이 발달했다. 물자를 유통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식과 정보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학교와 대학이다. 지식이 도시처럼 기능하는 대학은 더 이상 '지식의 창고'가 아닌 '지식의 연결'에 집중해야한다.
p.83
외식 한 번 하려면 자동차를 타야만 하는 구조의 도시를 만들면서 친환경, 탄소 중립, 지속 가능성을 설파하는 건 무지이거나 위선이다.
오늘날의 도시가 잘못 계획 되었다는 증거가 여기있다. 문제는 이 사실을 직감하고 있음에도 명쾌한 해결책을 제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24.04.01. mon
p.85
판매자가 구매자 얼굴을 힐끗 보고 값을 부른다면 그것 시장이 아니다. 시장이 시장인 것은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건축시장을 시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정한 기준없이, 누구하나 모범을 보이지 않는 의구심 덩어리. 무슨재료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콘크리트 같은 시장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신뢰를 약속하고 요구하고 있다. 건강한 시장은 무엇인가. 공급자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 관리하여 수요자에게 약속된 시간에 제공하고 수요자는 그에 응하는 보상을 확고히 하는,노력에 대한 보상이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p.89
인구가 토막토막 줄어간다는 도시 옆에 신도시는 왜 더 필요할까. 국토의 합리적 이용 방침이 아니라 개발 주체들의 생존에 사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 그게 중요한거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사회를 '어른들의 세계'라 벽을 쳐놓고 그 어른들이 지금에 와서야 '소통'을 원한다고 하니 어처구니 그지 없다. 모두들 알지만 말하지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화,
p.90
마법 능력 없이 원도심과 신도시를 다 살리겠다는 건 산술 실력 부족이나 거짓말이다.
p.91
우리는 더 작은 국토면적을 점윻고, 대중교통이 전제된 도시를 만들고,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작동하는 건물을 지어 살아야 한다.
24.04.02. tue
p.111
룸은 기능적으로 규정된다... 베드룸, 리빙룸 같은 것들. (그에비해) 방은 관계와 위계로 규정된다. 안방, 사랑방, 아들방... 그런데, 2002년 월드컵의 풍경은 서양의 광장과는 아주 달랐다. 룸이 방이 아닌 것처럼.
광화문 광장 개편은, 사회의 현상이, 혹은 짧은 이데올로기가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는 매우 확실한 사례였다.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그 당시에 처한 상황에 따른 개인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개인의 사고의 교집합이 설득력을 가지고 대중에 앞에 나설때, 그것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도시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것이 우리 건축가들이 사회의 작은 목소리와 생각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24.04.03. wed
p.117
사라진 왕조의 흔적을 모조품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에 늘어놓겠다면 역사관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공간과 민족 계승이 정치체제의 연속성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p.123
서울에서 부족한 것은 역사를 증언하는 공간이다.
24.04.04~05. thu~fri
p.139
다수결 원칙으로만 운영되는 사회의 도시에는 숫자만 남는다....대한민국의 각종 사회 지표는 북아메리카에서 수입한 민주주의를 운전하여 남아메리마의 사회 구조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다.
'효율성'이 만들어낸 사회는 결코 자립할 수 없다. 한국이 이토록 외세에 흔들리는 근원은 모방을 기반으로한 급속한 성장속에서 놓친 국가적 정체성이다. '한국성'이라는 공간이 제대로 구현된것이 없다는 것이 이를 증언한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수결로 결정하 나아가는 것이 아닌, 그 사안이 왜 필요한지, 그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것이 무엇인지, 철학을 논해야 한다.
p.143
옆집 트로피를 구경했으면 땀 흘려 운동하자 다짐해야지 우리도 트로피 만들어 진열하자면 곤란하다.
p.144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 가면 즉시 장애인이 된다. 한국말 못하는 방문객도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는게 배려하는 도시가 당연히 국제화된 도시다.
최고의 공항, 도서관, 청사 등의 공공시설은 어떠한 설명도 없이 공간을 이해할 수 있다. 공공시설이 국격을 보여준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p.147 (노들섬 이야기)
총괄 기획가가 설계할 대상은 건물이 아니라 사업방식이었다. 대상이 뭐든 설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업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다. 가치를 확인하면 방향이 드러난다. 방향이 정해지면 방식도 정해진다. 다음이 사업 진행이다.
p.149
민주사회는 결론이 담은 가치를 넘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가치를 판단한다.
Successful이 아닌 Respectful 인 사회속에서 피어난 도시. 아직도 수천년이 지난 유럽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그 과정과 역사가 도시 곧곧에 새겨져 있고 그 과정이 문화, 음식, 옷 등 다양한 문화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이해되며 그것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매력있는 도시는 그 형성과정이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공정함을 동력삼아 만들어진다.
24.04.17. wed
p.154
우리의 관광 자산은 대관람차가 아니고 한밤중 배회가 가능한 거리와 노트북을 놓고 다녀도 좋은 카페다.
24.04.18. thu
p.155
존치와 철거 사이를 보는 상상력은 없었다.
p.158
이미 독점적 지위 확보를 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미래를 위해 왜 국민의 혈세가 지원돼야 하는지 의아하다... 도로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은 모두 약자의 공간, 그 좁은 인도에 쓸어 넣는다.
국민 모두가 전기차를 타면, 친환경 도시인가? 차없이 도시를 배회하고 거느릴 수 있는 도시가 결국 친환경이겠지.
24.04.19. fri
p.203
존재 가치를 규명하는 첫 문장을 만들려면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국회의사당이 무엇이고, 학교가 무엇이고, 도서관이 무엇인가... 그래서 건축은 인문학으로 출발해서 공학으로 완성되며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열망하는 작업이다.
p.205
행정에서 인사가 만사이듯 건축에서도 위치가 만사라고 해도 좋다.
24.04.22. mon
p.219
'건물'과 '건축'의 구분 선은 무얼까... 용도가 사라졌을 때 철거가 마땅하다면 건물이다. 용도가 사라져도 존재 가치가 있으면 건축이다.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철거를 애달프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것들은 건물이라는 증언이다... 공간으로 해석한 사회를 도시에 새겨 역사의 증언자로 남기는 작업, 그게 건축의 가치다.
지속가능한 건축은 무엇인가. 어떤 시대가 와도 미래의 기술과 융합되며 인간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 단순히 조경면적을 넓힌 것이 아닌, 다양한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가변적 체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늘어오면 결국 건축가가 건들여야 하는 부분은 없어진다. 사람들이 이용가능한 최소한의 공간,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지우는 것. 그것이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현명한 건축공간 일 수 있다.
24.04.23. tue
❣️p.230 대통령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대에 청와대도 아닌 주제에 무엄하게 청기와를 얹어 유명해진 주유소도 있었다.
❣️p.231 분명 자동차들인데 이미 밤새 충전하고 나왔다는 차들이 무심히 주유소를 지나친다.
p.233
역사는 연대하지 못한 약자들의 처절한 생존 목격담으로 충만한 정글의 연대기다. 우리 도시가 정글이 아니라면 그건 공정한 생존 장치들 덕분이다.
24.04.24. wed
p.237
수저 색깔이 아이들 노는 데에 차별 기제로 작용한다면 그 사회는 뇌관이 즐비한 미래를 만날 수밖에 없다.
p238
선거권이 없기에 아이들은 민주사회의 약자다. 선거는 그 약자들의 미래를 향한 권력 투자다. 당선하는 즉시 물리적 구조물을 파고 메우고 깔겠다는 근시안들 말고 아이들 놀기 좋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법규를 제정하고 예산을 배정하겠다는 이들이 선출되면 좋겠다.
투표해야하는 이유
24.04.25. thu
p.242
미래의 도서관은 박물관 혹은 미디에 센터에 가까워질 것이다.
p.247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니고 권리의 실현이다.
24.04.26. fri
p.257
소수가 이익을 취하면 특권, 소수가 불이익을 받으면 차별이라 부른다.
p.260
대중교통 이용자는 쓰지도 않은 주차장 임대료를 상품값에 더해 치뤄야 한다.
24.05.02. thu
p.299 화장실
존재 방식으로는 실내지만 인식 기준으로는 실외인 모순의 해결을 위해 슬리퍼라는 애매한 신발이 필요해졌다.
24.05.07. thu
p.362
대학은 방임으로 자유를 얻는 곳이 아니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서적을 통한 학습이었다. 텍스트가 존재하는 분야가 학문으로 인정받았다.
24.05.09. thu
p.365
우리의 대학 입시는 학생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과거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24.05.13. mon
p.376 빗살무늬토기
그것은 혼돈에서 질서로 한발 움직여 간 것이다. 형태를 알 수 없던 모호한 대상에서 더 높은 해상도로 어떤 모습을 찾아낸 것일 수도 있다.
24.05.15. wed
p.376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는 서랍장을 만들는 것과 같다. 대답은 서랍들을 채워 넣는 일이겠고 서랍들은 디지털 화면을 이루는 픽셀 같은 모양 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