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달 Oct 04. 2022

과유불급 보고서 디테일

1. 볼드(Bold)는 적당히

보고서 대부분은 그 자체가 요약의 성격을 지니므로 특정 키워드나 내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드 처리를 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볼드 처리가 많은 보고서는 마치 요약해 놓은 글을 또 요약한다는 느낌을 준다. 볼드체를 남용하면 글의 집중도가 분산되고 산만해진다. 1페이지에 1~2개 키워드 정도만 볼드 처리하는 게 낫다.


볼드 처리 안 하면 밋밋해서 참을 수 없다면 볼드 처리된 단어들만 읽어 내려가도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한다는 느낌으로 작업하는 게 좋다. 가령  "1. 언제 2. 어디서 3. 누구와 4. 무엇을 5. 어떻게 6. 왜"라는 소목차가 있고, 해당되는 내용이 적시된 문장에서 볼드 처리해야 할 단어는 소목차에 해당하는 "22년 상반기 중, ㅇㅇ컨벤션 홀..."식이다. 좀 더 실무적인 예를 들어보면 '개선사항'이라는 목차 아래 쓰여진 문장 중 "FGI 등 심층 분석으로" 보다는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인증 절차 간소화"를 볼드 처리하는게 낫다는 것.


2. 다양한 색깔은 금물, 줄 처리도 자제

보고서는 어쩔 수 없이 건조하고 딱딱할 수밖에 없다. 문장 군더더기를 최소화해 드러나야 할 단어만 부각시키는 개조식 스타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파란색, 빨간색, 밑줄까지 들어가면 보고서가 muddy 해진다. 볼드 처리와 마찬가지로 집중도가 분산되고 산만해진다. 하고자 하는 말을 개조식으로 쓰는 과정에서 애초에 눈에 잘 띄는 표현과 키워드를 쓸 생각을 하는 게 낫지 이미 써놓은 글을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색깔을 넣거나 줄을 긋는 건 좀 과장된 말로 "나 보고서 못 썼으니 여기를 보세요"라는 식이 된다. 목차 정도에 파란 계열의 색을 넣어 경계를 분명히 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3. 당구장 표시와 박스 활용

보통 문장이 길어지거나 복잡해질 때 당구장 표시로 문장을 분리시킨다. 구체적인 예시나 부연설명을 할 때 활용되는데 그 내용이 많거나 여러 가지 정보를 담아야 할 땐 또 적절하지 못하다. 당구장 표시나 별표로 분리시킨 내용이 너무 많으면 마찬가지로 보고서가 산만해진다. 그럴 때는 박스를 활용하면 좋다. 행사내용이라던지 사업의 실행계획처럼 독립된 내용으로 묶을 수 있는 내용을 박스 처리해서 활용하면 보고서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박스는 하나의 모듈처럼 여러 보고서에 활용하기도 좋다. 다만 박스는 눈에 확 띄기 때문에 보고할 때 물어볼 만한 것들을 미리 박스 안에 담아놓는다는 느낌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참고자료로 빼기엔 내용이 많지 않지만 상사가 궁금해할 구체적인 내용을 스냅숏 정도로 알려주고 싶을 때 활용하기에도 좋다.

 

4. 두 단어씩 연결 지어 만드는 문장 자제

개조식이 주는 특유의 건조함과 애매모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사가 아니라 동사 형태로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개조식 특성상 조사가 생략될 때가 많긴 하지만 지나치게 명사 + 명사 + 명사로 이어지는 문장을 쓰지 않는 게 좋다. 예컨대 목적어가 명확하지 못하면 의미가 왜곡될 수 있고, 명사 + 명사로 이어지는 문장은 편안하게 읽히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민 접근성 개선 관련 소통 채널 마련 추진'이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단어로 이어지는 문장 구성은 툭툭 끊어지는 느낌을 준다.


6. 제목만 보고 보고가 끝나도록

잘 쓴 보고서는 제목만 봐도 전반적인 내용을 짚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기관평가에서 최하위 성적을 받은 A부서가 올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상위 20% 내 진입이 목표다. 평가 기준 중 시책개발 분야에서 최하점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됐다고 하자. 보고서는 시책개발을 독려하는 직원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쓰였다. 어떤 제목을 붙이는 게 좋을까? '22년 성과평가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은 무난하지만 보고 '대상'만 제시되어 있을 뿐 '목적'과 '내용'이 드러나 있지 않다. '22년 성과평가 상위 20% 달성을 위한 개선방안'이라고 쓸 수도 있다. 나쁘지 않은 제목이지만 보고서의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목표만 제시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22년 성과평가 향상을 위한 시책개발 지원방안'이라고 보고의 내용과 목적이 드러나도록 제목을 붙이면 보고의 목적을 더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생활에서 '신뢰'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