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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Aug 17. 2022

직장생활에서 '신뢰'란?

회사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업무 중 '나 혼자 한다'라 할 만한 건 99% 없다 봐도 무방하다. (나 혼자 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너머 의도가 있을 수 있음을 자주 경험함) 조직 구성원들과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직장 스트레스 1순위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이해된다. 업무협조에서 생기는 마찰을 직장생활 '신뢰(credivility)'의 관점에서 다뤄보려 한다. 


뜬금없이 경제학

경제학에서는 이상적인 시장 균형을 설명할 때 완전경쟁시장이라는 가정을 한다. 얼마나 이상적이면 '완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완전'의 사전 뜻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이다. 이 이상적인 시장형태를 가져올 수 있는 핵심 전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거래와 관련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질(quality)이나 지불의사(willing to pay) 등 거래와 관련된 정보를 거래 주체 간에 동일하게 보유하고, 또 그런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시장이 '불완전' 하다는 건 주체 간의 정보의 양이나 질이 서로 다를 때 발생한다. 정보가 비대칭할수록 효율적인 거래를 가져올 수 있는 '신뢰'가 부족해지게 된다. 정보가 비대칭할 경우 누군가 차익을 보거나 거래량이 줄어들거나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파레토)효율적이지 않게 된다.


업무 협조에서는 밀당하지 마세요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정보가 더 많을수록,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이 더 적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협조가 힘들다.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 이 협조사항이 내게 어떤 유불리를 가져올지를 따져보는데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특히 협조받은 상대방이 업무 자체보다 업무가 어떻게 시작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궁금해한다면 정보비대칭 상황이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정보비대칭은 결국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자신의 업무 관련 협조자에게 협조공문이나 메일을 보낼 때는 업무 자체보다 업무의 히스토리를 부담스럽지 않은 양과 톤으로 전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업무 내용보다 협조를 구하게 된 히스토리를 자세히(친절히) 알려주는 메일이 상대방 협조를 끌어내기에 더 효과적이다.

 

또 협조를 구하는 담당자나 부서가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따른 비대칭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협조에 대한 반대급부를 명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사실 이건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잘 설계해야 한다. '왜' 협조해야 되는지가 명확해야 하며, 협조를 통해 얻어갈 사항도 두루뭉술 해선 안된다. 실무적으로는 얻어 갈 사항(output)보다는 협조해야 할 시간, 양, 정도(input)를 무리 없게끔 그리고 정확하게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우선이다. 두루뭉술하게 '일단 제출해봐라, 선택은 우리가 하겠다'식의 협조 공문이나 메일은 보내지 않는 게 좋다. 협조자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일정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다음 협조를 구하기 원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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