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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Jun 01. 2022

보고서 쉽게 쓰기

이름도 어려운 개조식

쉽게 읽히는 보고서 쓰기는 힘들다. 쉽다는 기준을 '중학생 조카가 읽어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도록' 이란 비유를 많이 든다. 내용 그 자체가 어려운 건 별개로 보고서 특유의 문체가 보고서를 어렵게 읽히는 주범일 때가 많다. 바로 '개조식' 표현이다.


개조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고 가독성 향상을 위해 키워드나 개요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간결성'에 힘을 줄수록 문장이 '짧아야'한다는 강박이 생기면서 문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품사 중 조사를 생략하거나 동사형을 명사형으로 바꿀 때가 많다. 


예를 들면 'A상품을 전해주다'라는 표현을 보고서에 담을 때 'A상품 전달'이라고 작성할 수 있다. 작성자의 의식 흐름을 풀어내면 다음과 같다. 대개 목적어인 'A상품'이 가장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하므로 건드리지 않고 '을'이라는 조사(명사나 대명사 뒤에 붙어 그 뜻을 도와주는 품사로 '은' '는' '이' '가' 등이 있음)를 생략해 문장을 줄인다. 다음 '전해주다'는 동사는 '전달'로 바꿔 4글자를 2글자로 줄인다. 


그런데 이렇게 문장을 줄여버리면 의미가 모호해진다. 작성자는 A상품이 전달할 대상이란 걸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A상품 전달'이라는 표현만 최초로 접하게 되는 누군가(대개 상관)는 A상품'이' 전달 '된'것인지, A상품'을' 전달'할'것인지를 표현만으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보고서의 맥락(context)을 알아야 그 의미가 명확해 지므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고 그 보고서가 어렵다고 느낀다. 좋지 않은 수정이라 할 수 있다.


거저 떠먹여 준다는 마인드로 글을 써야

보고서는 압축적으로 작성되다 보니 내용을 줄여야 할 때가 많다. 내용을 줄이면 글은 대체로 어려워진다.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꾸거나 조사를 생략하는 등으로 문장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입주 대상 기관 분석 및 유치 전략 개발'이라는 예시 문장이 있다. 읽기도 해석하기도 어렵다. 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장이 들어간 보고서를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이 문장이 의도하는 바가 뭔지 안다. 그래서 그러려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가 쓰인 업무적 배경과 타이밍이라는 외적 요소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코 좋은 예라 할 수 없다.


'입주 대상 기관 분석 및 유치 전략 개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뜯어서 보자.

1) (어딘가로) 입주를 하려는 기관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분석하고,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입주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내겠다는 말인지

2) 이미 입주해 있는 기관들이 어떤 공통점들을 지니고 있는지 분석해서, 비슷한 특징을 지닌 기업들을 추가로 발굴해  입주를 유치하겠다는 것인지..

 

해석에 따라 분석대상(입주를 하려는 기관 vs 이미 입주해 있는 기관), 분석 내용(애로사항을 분석 vs 공통점을 분석), 전략 대상(입주를 고민하는 기업을 유치 vs 새로운 기업들을 발굴하고 유치)이 달라진다.

예시로 든 1)과 2) 외에도 보고서 원문이 의미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 조사
를 지나치게 생략하다 보니 그 뜻이 모호해지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차라리 한 줄 더 길어지더라도 쉽고 명확하게 쓰는 게 낫다. 중요한 내용은 충분히 풀어쓰고 중요하지 않는 건 과감히 줄이는 식이 나은 것(말은 쉽지만..) 중요하지 않다면 문장 전체를 들어내는 것도 좋다. 그 고통(?)을 감수하기 싫어 이것저것 단어만 바꾸다 보면 고약한 문장이 나온다. 한두 단어 바꿔서 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대개 느낌이 옴) 맘 단단히 먹고 문장 전체를 들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해와 숙지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내용이 중요해 2장을 1장으로 줄일 수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굳이 줄일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그러나 대개는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고, 상사를 설득시킬 핵심 메시지에 확신이 있다면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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