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인간관계 단편집
많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직장생활 스트레스 요인 1위가 '인간관계'로 나온다. (참고: 2020년 벼룩시장 구인구직 설문조사에서 동료와의 인간관계가 25.2%로 1위)일 하러 나온 공간에서 일보다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가 큰 게 아이러니하다. 많은 업무가 더하기 뺄셈처럼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일 테다
어느 조직에서건 있을 법한 그래서 더 짠한 직장생활 인간관계를 소개해보려 한다.
구관 타령
인사발령 시즌은 언제나 어수선하다. 과장, 국장으로 누가 온다더라. 꼼꼼하기가 자장면 시켜서 밀가루 반죽 성분까지 따지는 정도라더라. 의전 엄청 따진다더라. 우리 회사에서 내로라하는 꼰대라더라 카더라 카더라. 지연스레 전임 상사와 비교하는데 업무보다는 인성이 단연 압도적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구관이 명관'이란 말. 전임 상사가 현재 상사보다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표면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달리 해석 가능하다. 앞서 말했듯 두부 썰듯 딱 맞게 떨어지는 일이 드물고 상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다 보니 전임 상사 스타일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새로운 상사에게 익숙해져야만 하는 스트레스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구관 타령은 업무 보단 성향의 문제인 경우가 많은 것. 결론적으로 내게 주어진 일만 문제없도록 하면 겁낼 일도,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 날 이유도 없으니 카더라 통신에 휘둘릴 필요 없다.
수달도 기억에 남는 '구관'이 있다. '끝은 시원하게' 과장님(지금은 국장님이 되심) 당시 수달은 실력도 부족했고, 상관 구미에 맞는 보고서를 갖다 바칠 센스도 없었다. 그러니 수달 보고서가 한 번에 결재될 리도 없었다. 그래도 당신이 생각한 나름의 최저요건을 맞췄다고 판단되면 '딱 됐다' '아주 잘 됐다'라고 즐거운 마침표를 찍어주시던 분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성에 차지 않았을 퍼포먼스였을 텐데도 마지막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함일 테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남이 쓴 보고서가 내 마음에 쏙 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걸 알고 나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그때 과장님께 사뭇 감사함을 느낀다.
프로 불편러
매사에 투덜거리는 사람은 함께 일하는 동료까지 지치게 만든다. 본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도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 성향 탓이 가장 크겠지만 조직 차원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다. 조직 동력인 체계(system)는 동전의 양면 같다. 내 역량이 부족해도 촘촘한 시스템이 보완해 준다는 건 한편으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온다. 어떤 이유로 개인의 업무가 팀이나 과 단위에서 쪼개져 분담하는 선례가 쌓이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당연한 내 업무'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빈틈이 생길수록 업무를 분장(업무를 나누는 것)할 때도 눈치보기와 일 쳐내기가 만연해진다. 시스템을 악용하는 불편러가 많아질수록 조직 분위기는 삭막해진다.
그래서 상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윗사람이 '조직 관리'에 소홀할수록 프로 불편러를 양산한다. 업무에 능숙하지 못하면 상관도 피곤하다. 한번 검토할 걸 두 번 검토해야 하고, 빠진 게 없나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자기 편의만을 위해 미더운 담당자에게 일을 대신하게끔 넘기는 순간 불편러의 씨앗을 심는 셈이 된다. 관리직일수록 왜 자신이 독방을 쓰고 있거나 뒤에 창문이 있는 자리를 주는지 망각해선 안된다. 조직 내 공정한 업무분장 이후 생기는 변수는 우선적으로 관리자가 메꾼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당신을 모시는 이유가 높은 직급이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지 숫자 하나 높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