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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Feb 15. 2022

보고서를 바라보는 선택적 근시

미사여구로 허세 부리지 말자, 털리니까

전문용어나 미사여구가 많은 보고서가 있다. 처음 수달은 '내가 잘 몰라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했다. 지금은 어렵게 쓴 보고서를 보면, 담당자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단어로 자신의 무지를 숨겼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정말 잘 알면 설명도 쉽다. 조카에게 게임을 설명한다고 해보자. 만렙 찍은 삼촌이 알려주는 게임설명과 시작한 지 삼일 된 삼촌이 알려주는 게임설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수달이 전문 용어가 많은 부서에서 근무할 때다. 최고 상관에게 특정 기술을 설명하는 자료를 작성할 기회가 있었다. 담당자인 수달이 작성하면 과장, 국장, 실장까지 보고하게 된다. 사실 확인이나 논리적인 부분은 과장 단계에서 대부분 수정된다. 


실국장부터는 보고 받을 최고 상관을 어떻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어렵고 자세하게 기술된 내용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지가 관건. 빠삭하게 내용을 파악한 실국장이 구두로 설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한다.


같은 보고서에 대해 직급별 피드백을 받아보면 그들이 어디에 시야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수정사항에 대한 피곤함을 제쳐두면 참 흥미롭다. 담당자는 최대한 자세하게 문장을 구성한다. 빠뜨린 게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일지도? 과장급은 그 사실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논리에 오점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국장은 구체적 서사보다는 결론이 얼마나 선명하고 쉬운 언어로 표현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초점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문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이런 이유로 최종 보고서가 요약본 1장과 붙임자료로 분리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해당 내용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 위함이므로 같은 보고서라도 직급에 따라 그 누군가는 달라질 것이고, 그에 맞게 언어와 문법도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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