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도대체 뭘 기억하는 건가?
피렌체는 나에게 첫사랑의 도시이다.
왜냐하면 '냉정과 열정사이' 때문에.
다시 그곳에 가게 되면서
옛 기억을 정리해 본다.
나에게는 아픈 역사고 이불킥 상황이지만
남 얘기는 재밌으니까
응원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풀어본다.
준세이와 아오이가 세월이 흘러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광장에서 만나게 된다.
아오이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다시 만난 준세이에게 흔들리고 만다.
하지만 또 만나지는 않는다.
준세이도 그사이 첫 이별의 이유가
자신의 아버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다시 아오이를 찾아가지만
결국 다시 헤어진다.
노라와 해성이 어릴 때 기억만으로 둘은 서로를 찾게 된다. 물론 해성이 찾은 거.
이미 노라는 결혼해서 남편도 있었다.
“네가 기억하는 나영이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아.
근데 그 어린애는 존재했어.
네 앞에 앉아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니야”
나에게 첫사랑은
늘 찜찜하게 혹은 제대로 된 이별을 못한 탓인지
누구를 만나도 늘 내 연애는 그 옛날에 머물러 있었다.
해결되지 않았던 관계의 모습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지점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연락이 닿았고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다.
다시 만난 그 사람은 물어볼 게 있다 했었다.
처음에 그 이야기를 꺼낼 때는
내가 어떤 이야기든 옛날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못하게 했었다.
한편으로는 뭔가 다시 시작될까봐
감당못할 일이 생길까봐 회피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거지... ㅠㅠ
이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오히려 나한테 왜 그랬냐고 한다.
내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로.
더 찜찜한건
다시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지도 못한채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자리가 끝나버렸다.
표현 그대로 어안이 벙벙한 채 돌아왔는데...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가위도 눌리고 악몽이 하나가 아닌 연속된 다른 악몽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그 사람이 물 위로 올려 주는 꿈
내 집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물건 다 꺼내고 비우고 청소하고 있어서
정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했다
다음날 뭔가 수습은 해야겠는데…
드라마나 영화처럼 카톡을 썼다 지웠다 백만 번.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더라.
두 영화를 보면서 왜 좀 더 이야기하지 않을까
솔직하게 마음속 이야기를 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더라.
그러면서 지금의 나를 봤다
나는 어떤 기억으로 지금까지 온 건지
잊었다 생각했는데
그동안 내가 그 시간과 이별하지 못했구나
내가 왜곡된 기억을 붙잡고 있었구나
나라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왜곡된 채 살아온 건가…
그런데 또 되돌릴 수 없는 그 시절을
붙들고 있어 봤자 어찌하겠는가.
하루가 지나고
정신줄의 끝을 잡아본다.
노라의 대사처럼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내가 아니다.
그도 아니고.
과거에 만약은 없다.
이 글을 피렌체에서 이동하는 기차에서 쓰다가
멀미를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정신력으로 버텼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코피를 쏟고 ㅎㅎㅎ
계속 너무 아팠다...
전에 없이 아파서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에 걸린건가 의심할만큼...
병원에서는 몸살감기라는데 일주일 내내 컨디션이 안돌아와서
하던 일 다 멈추고 쉴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몇 년 중에 제일 아팠다.
몸도 마음도.
그렇게 아프게 나의 청춘과 이별한 찌질하고 쓸쓸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와중에 특이점 온건 더이상 김동률 노래를 안듣게 되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