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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끝에 남은 여름

소소일상

by 사브리나 Sab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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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구두를 꺼내 신었는데 출근길 바쁘게 나와서 발 상태를 확인 못했다. 우체국 다녀오는 길 신호등 앞에 멈췄는데 발로 눈길이 갔다. 맙소사... 페디큐어가 반쯤 사라지고 없다. 발톱이 많이 자라 있다. 문득 저렇게 자란 만큼 여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가고 있다. 그렇게 더운 여름이 아직도 머물고 있지만 시간은 어떻게든 흐르고 있다. 시간 특히 계절이 바뀌는 것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편이다. 뭔가 발라드 찾아 듣고 기분이 업다운이 생기거나 생각이 많아지거나 뭔가 평소와 다르다 하면 주위에서 먼저 알아차린다. 네가 이러는 거 보니 계절이 바뀌는가 보다... 하고.


어디선가 봤었다. 계절 변화를 잘 인식하는 사람이 건강하다고. 보통 마음이 아프거나 병들면 오히려 계절감도 없어서 한 여름에 패딩을 입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계절 변화를 잘 인식한다고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어릴 때 눈치가 빠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두 살 터울에 예쁜 언니가 있다. 그래서 어디 가든 언니는 눈에 띄고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언니와 다르게 생겼다. 좀 남자애 같고 예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온 감각으로 사람들을 읽어내려고 했던 거 같다. 자연스럽게 민감한 아이가 된 것이다.


예민한 것과 민감한 것은 다르다. 예민한 것은 좀 더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감정과 행동이라면 민감한 것은 남들이 느끼지 못한 것까지 느끼고 시야기 넓어서 읽어드리는 정보가 많고 그렇다 보니 처리하고 받아들이고 하는 과정이 남들보다 많다. 그래서 또 따라오는 감정이 불안이다. 민감해서 예민할 수도 있는데 또한 불안도 높다. 둔한 아이는 절대 불안해하지 않는다.


여름이 가고 있다. 올해는 생경하게 발톱으로 여름이 가는 것을 느낀다. 곧 여름을 몰아내는 가을비가 오기 전에 가는 여름 오는 가을 인사하러 바다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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