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단함
10시 반 넘어 늦어지는 퇴근에는 한강공원 걸어 집으로 가지 못하고 버스를 탄다. 그러면 비슷한 복장의 아저씨들이 비슷한 핸드폰 화면을 보며 버스 정류장에 계신다.
버스를 타도 한 두 분은 비슷한 화면을 보고 계신다. 아마 대리운전 연결 프로그램을 보고 계신 듯하다.
삶이 고단하다. 나만 이러나 싶다가도 대리기사 운전 하시는 분들 심야 쿠팡 물류창고 일하시는 분들 보면 괜히 위로가 된다. 쿠팡은 자리가 안 나서 한 번도 못 가봤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가며 투잡 쓰리잡을 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나도 뭔가 해야 하는데 조급해지기도 한다.
영원하지 않을 것들을 붙들고 사는 것에 다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뭘 이렇게 이고 지고 사나 싶다가도 소유가 아닌 인생 멋지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뒤늦게 철이 드는 건지 이제야 아쉽고 그래서 욕심을 내며 이것 저것 모아보기도 하고 소소한 투자도 해서 수익도 올리고 이대로만 몇년 허리띠 졸라매면 좀 다르게 살 수 있겠다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비웃듯 주요 소득원인 수업들이 약속한 듯 하나씩 중단되면서 그 사이 좀 모인 비상금(?)도 바닷가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가듯 다 떠내려 가버렸다. 또 정신을 못 차리겠다.
20대 30대에는 어려움이 오히려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되어 한 걸음 나아가는 원동력이었는데 이젠 에너지도 안 올라온다.
다들 삶의 고단함을 어떻게 이겨내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더 이상 위로가 안된다. 파도처럼 간 줄 알았는데 계속 온다. 모래성은 쌓지도 못하게 계속 온다. 반복되는 불안은 행여 쓰나미로 나타날까 더 큰 불안으로 모습읓 바꿔 나타난다.
훗날 이런 날이 있었지 웃으며 이야기할 거라는 것도 위로가 안된다. 이런 날은 떠올리지도 않아야 웃을 것 같다.
고단한 프리랜서의 삶은 오늘 하루 그저 버틴 걸로
또 내일 하루 버틸 걱정으로 마무리된다…
삶이 고단하다고 달려갈 할머니가 있었던 애순이가 부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