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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01. 2024

내 마음이 가난할 때, 타인 돌보기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의 건강치 않음을 진심으로 수용하고 마음 쓸 수 있는가?


30대 초반에 본 50대 CEO분들은 예외 없이 나보다 걱정이 덜해 보였다. 허겁지겁 사는 내 하루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튼실해 보였으니까.

 

내 마음이 가난해서 그들의 염려를 축소하곤 했던 서른의 나는-

마음이 가난한 것이 얼마나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소중한 인간관계를 단칼에 잘라내기 쉬운 조건임을 알았다.


고객이라 하기엔 개인사를 나눌 정도로 적당함보다 조금 더 나간 관계의 CEO님이 주변에 계셨다.

지금 떠올려보면 그분이 나를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해 주셨는지  알겠는데,

당시의 나는

말했듯,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죽을 맛으로 죽지 못해 살고 있던 나였기에

해주시는 모든 조언들을 담기에 마음의 그릇이 종지그릇 마냥 작았다.


마음이 가난하면

쉬운 행동도 무겁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생략하는 행동은 타당화된다.


마음이 가난할수록

의뢰로 결정은 쉬워지곤 한다.


그분의 큰 딸이 결혼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무렵,

내 마음의 가난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냥 굴속에 있었던 것 같다.


어설펐지만 신앙조차 없었다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선택들을 했으리라.


그분은 딸의 결혼식에 내가 꼭 와주길 바라셨다. 아니, 와야 한다고 까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가지 못했고

예상했듯 관계는 멀어졌다.


지인 경조사를 챙기지 못해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하지만 이 사례는 내내 내 마음에 남아 묵직한 교훈으로 남겨져 있다.

당시의 내 마음이 지옥이었던 것,

최대한 정중히 죄송함을 표현했지만, 상대방은 한사코 나와의 관계의 소중함을 어필해 줬던 것.

그 둘이 상충하였던 미묘함.

멀어짐.



뒤늦게 내 상황이 좀 나아지고,

아내가 경조사만큼은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이 들더라.


그게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지.




마음이 풍족하고 비전이 확실한 사람은

사업을 하더라.


마음이 풍족하지 못하고, 비전이 불확실해서

전문코칭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풍요와 비전을 경험하게 되며

전문코치가 되어가더라.


내 마음이 가난해서

과거 서른에 만났던 CEO님과의 멀어짐이..

내겐 '인간관계'에 대한 공부와 욕망의 확신으로 주어졌다.


서른 남자?

고작 이십 대에 쌓아 놓은 배경을 지탱하며 출발하는 것이

대한민국 서른 남자다.


나의 서른은... 전문성과 자본, 배경과 학벌, 경험이 전무했지만

주변에 CEO가 많았다.

그들을 고객으로 대하기 위해 그에 맞는 공부와 매너, 태도를 갖추었고

그들을 도와야 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조금 지나자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게 되었다.


서른 후반에 다다르기 전까지

내 마음의 가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늘 결핍 속에서 빈곤한 하루를 걸어온 것 같지만-


떠올려보면

나아지고 있었던 것 한 가지는 있더라.


내 마음이 가난한 건 여전할지라도,

타인의 마음에 가난이 보이는 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그만두게 된 것.


코칭을 만나기 전 후에 일어났던,

내 나이 서른을 대변할 수 있던 큰 교훈.

 



내 처지가 그저 그렇고,

그 그저 그럼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지금일지라도.


그 나이 되면 어느 정도 달라졌겠지 하던

과거의 상상 속의 지금의 내가 아닐지라도


내 마음의 가난이 여전히 돌고 돌아 내 곁에 있더라도

타인을 바라보는 다른 선택은 가능하다.


사람은 늘 그 단계에서 겪고 있는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학생은 학생 단계에서의 고충이 있고

부모는 부모 나름의

노인은 노인 나름의...


고충은 늘 곁에 있다.

관건은 그 가운데에서도 나아지고 있느냐

관점을 바꾸고,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느냐.




큰 딸아이가 교회수련회를 다녀와서

컨디션이 좋질 않다.

열도 있고 두통도 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안타깝다

고충이다.


어머니의 잇몸 수술이 다가온다.

본인 몸은 본인이 아신다며 치아 발치 후 약을 잘 드시지 않으셨다.

곪아 염증 덩어리가 된 잇몸이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되었다

나이 들수록 쌓이는 건 고집이다.

안타깝다.

고충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많다.

고충은...


내 마음상태를 본다.

내 마음은 어떤가.


마음이 풍요롭던, 예전처럼 가난하던

이젠 크게 동요가 없다.


돌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돌본다.


내 마음과 무관하게

백배의 마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마음으로 기도하며

진심으로 행동이 가능해졌다.


서른에

어쩌면 나는

지금의 나를 욕망하고 갈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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