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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에서 글로 버티는 법

by young

사회복지 현장은 언제나 분주합니다.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리고, 계획은 늘 바뀌며, 오늘도 누군가의 사연이 저를 기다립니다.


처음에는 이 속도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퇴근길이면


“오늘 나는 제대로 무언가를 해낸 걸까?”


하는 의문이 남곤 했습니다.

좋은 마음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곳, 그것이 제가 발 딛고 있는 자리였습니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금세 무너집니다.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 앞에서 무력했고, 행정의 벽 앞에선 번번이 멈추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브런치를 열게 되었습니다.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숨을 고르게 되었고,


“혹시 나도 이 현장을 글로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작은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치매어르신과의 웃지 못할 해프닝, 실수로 배운 교훈 같은 것들을 글로 옮겼습니다.

그러자 글이 저를 일으켜 세우는 듯했습니다.


“오늘도 충분히 애썼다”


는 위로를 스스로 건네게 되었고, 이 브런치 스토리에 적은 기록들은 사회복지현장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로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글을 통해 만난 독자님들의 반응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같은 사회복지사로써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라는 짧은 댓글들이,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장의 고단함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품게 된 제 꿈은 단순합니다.


첫째, 사회복지 현장의 언어를 아카이브처럼 기록하는 것입니다.

둘째, 막 이 길에 들어선 이들에게 작은 버팀목 같은 문장을 전하는 것입니다.

셋째, 언젠가 이 글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어 누군가의 숨 고르기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사회복지는 언제나 바쁘고 고단하지만, 글을 쓰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지만, 좋은 기록은 다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도 현장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글을 씁니다.

글은 저에게,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브런치와 함께 이루고 싶은 제 꿈은 크지 않습니다.

그저 현장에서 건져 올린 작은 목소리들을 오래도록 기록하여, 누군가의 하루를 덜 외롭게 만드는 것.

저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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