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rence Pugh ; 욕망. 화신. 신예 >
플로렌스 퓨는 떠오르는 신예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언젠가 「레이디 맥베스」가 정말 재미있다고 한 걸 들은 적이 있다. - 애석하게 나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 최근에 영국 BBC와 미국 ABC에서 방영한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도 총 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드라마를 이틀에 걸쳐서 봤는데 정말 역대급이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서도 박찬욱 감독만의 미장센이 잘 드러났는데 특히 다양한 원색을 이용한 배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플로렌스 퓨는 여기서 이십 대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시얼샤 로넌은 하이틴 스타다운 빼어난 외모를 갖고 있지만 퓨는 약간 통통하면서도 뾰로통한 표정이 매력적이다. 그 나이에 그런 성숙한 연기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시얼샤 로넌보다 나은 것 같다.
「작은 아씨들」에서 마치(플로렌스 퓨)는 질투의 화신처럼 보이기도 하다. 조(시얼샤 로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은 오히려 로리(티모시 샬라메)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형제자매가 세 네 명씩이나 되는 집안에는 꼭 그런 못난 아이가 한 명씩은 있다. 한 번 목표를 정하면 꼭 그것을 품에 가져와야만 성이 풀리는 아이. 플로렌스 퓨는 이런 역할에 제격인 것 같다. 욕망의 화신처럼 보이는 그녀가 「레이디 맥베스」와 「리틀 드러머 걸」에서의 캐릭터가 그토록 잘 어울리는 이유다.
아리 애스터의 「미드 소마」에서도 이런 욕망을 건드린다. 대니(퓨)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사이비 종교에서 느낄 수 있는 쾌락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리고 모든 걸 잊어버린다. 자신의 남자 친구도 포기하고 사이비 집단의 핵심이 되기로 결정한다. 인간에게 욕망이란 당연한 것이면서도 반작용처럼 우리 자신을 갉아먹는 원흉이 된다. 우리는 이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욕망은 오히려 우리 자신을 삼킨다. 영화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탐구하는 작업과 같다. 어떤 영화는 작정하고 욕망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욕망은 다른 게 아니라 인간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유령이 된 아버지를 만난다. 그러나 사실 그 유령은 햄릿의 욕망이 투영된 피사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햄릿은 그날 아버지를 만난 게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확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욕망의 화신은 복수를 감행한다. 플로렌스 퓨는 이 욕망 덩어리를 체화하고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배우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