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ing of Joss Paper
싱가포르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내 눈에 비친 불기둥. 길가에 불기둥이 치솟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너무 놀란 나는 싱가포르의 화재신고 번호를 급히 검색하고 내가 지금 있는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옆자리 로컬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급히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여자분께서는 귀엽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You don’t have to worry about. That’s burning of Joss Paper’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Burning what?’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Joss paper(지전)’ 란 주로 중국 문화권에서 조상 숭배와 영혼 위로를 위해 사용되는 종이라고 한다.
지전은 종교적, 의례적 목적으로 태워져, 영혼들이 저승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믿는다. 주로 "영혼 돈"(spirit money), "헬머니"(hell money), 또는 "금종이"(gold paper)라고도 불린다
고인을 위한 돈이라니 이거 정말 사려 깊다. 우리나라는 보통 고인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제사를 드리는데생각해 보니 저승에서 가장 필요한 건 돈일지도 모르겠다(자낳괴)
지전을 태우는 문화는 주로 중국계 싱가포르인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전통 의식으로 청명절, 중원절(굿프리데이)과 같은 날에 더 자주 행해진다
조상의 영혼을 위로하며 금박이나 은박이 붙은 종이, 가짜 돈(헬머니), 옷, 집, 자동차 등 다양한 모형을 종이로 만들어 태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hbd앞에도 화로 같은 것이 있는데 이제야 이게 지전을 태우기 위한 용도임을 깨달았다(처음에는 고구마 구워 먹는 화로인 줄 알았다;;)
이러한 전통이 현대적인 도시 생활 속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각 인종이 모여사는 HDB 단지 내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지킬 수 있게 배려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에 제사가 있다면 싱가포르에는 지전태우기가 있다. 형태와 방식은 달라도 조상에 대해 안녕을 빌고 가족끼리 유대감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본질은 동일하다.
점차 우리나라에서도 제사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많은 노동력, 공간,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은 지전 태우기를 보며 이러한 비슷한 형태의 추모가 한국에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의 수고를 줄여줄 수있었을지 상상해 본다 (중요한 건 마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