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살면서 누리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물놀이가 아닐까 싶다. 사시사철 여름인 나라니 낮이고 밤이고 원하는 때에 아무 때나 내려가서수영을 하면 된다. HBD(공공 임대 아파트)를 제외한 싱가포르의 대부분의 콘도(부대시설이 딸린 민영 아파트)는 야외 수영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콘도는 애초에 설계 당시에 법적으로 수영장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유는 전시에 비상식수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수원지인데 비상시에 국경이 닫히고 물자공급이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마실 물마저 없어지기 때문에최후의 보루로 수영장 물을 이용한다고 한다.
물공급이 끊기다니 얼마나 무서운 소리인가?
이처럼 싱가포르는 지하자원 부족, 기후로 인한 일정치않은 물의 수급, 높은 인구 밀도 때문에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며 상당수를 인접국인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말레시아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 차원에서도 물을 아껴 쓰는 편이다.
싱가포르의 고급 음식점을 제외한 곳에서는 물을 사 먹어야 하며 가정에서도 물, 전기 등 공공재를 절약하는 편이다.
처음에 싱가포르에 와서 싱가포르인 집주인과 살며 이 나라 사람들은 잘 살면서 왜 이렇게 절약을 하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읃고 깨달았다. 우리나라가 걱정 없이 물,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는 것을.(*한국의 물, 전기 요금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이처럼 싱가포르에 와서 외출 시 텀블러를 들고 다니게되었고 전기 사용 후에는 꼭 소켓을 내리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공공요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세입자끼리 N분의 1을 해서 냄) 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수영을 맘껏할 수 있는 싱가포르의 삶도 좋지만 동시에한국에서의 ‘이모 여기 물 좀 주세요’라고 외치는 게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