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ying Angie Sep 06. 2024

싱가포르에서의 첫 Singlish 경험

Did you makan?

싱가포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싱가포르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소통에 있어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공식적인 공용어는 영어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와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른 Singligh(Singaporr + English)를 사용한다. 나의 자신감은 싱가포르의 독특한 언어문화, 'Singlish'와 마주하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싱가포르에서 지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지친구들의 모임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었고,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점점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들이 분명히 영어를 하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낯선 단어들이 튀어나오면서 내가 아는 영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었다.


‘’Eh, Angie, Do want to makan here or dapao?”


친구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을 때, 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칸? 다파오?’ 이게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름 영어에 알아듣는다고 자부했지만, 이 두 단어는 그야말로 외계어처럼 들렸다. 내 당황한 표정을 눈치챘는지, 친구는 웃으며 “Makan means to eat, and dapao means to take away”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제야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Singlish로 영어에 중국어, 말레이어, 그리고 현지 방언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만들어진 Singlish는 싱가포르 사람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였다. 그날 저녁, 나는 "Can lah", "No need", "Where got?" 같은 표현들을 접하면서 Singlish에 입문하게 되었다. 직관적이면서도 신기한 표현들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Can?)(할수 있니?), (No need)(필요 없어) 이처럼 간단하고 직관적이게 말할 수가 있을까 싶다.


그날의 충격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Singlish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Singlish 표현과 그 유래를 조사하면서, 이 언어가 싱가포르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소통 도구인지 깨달았다. 단순한 언어적 변형이 아니라, Singlish는 그들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는 살아있는 언어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Singlish를 조금씩 배우고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도 대화 중에 "Can lah!"나 "No need lah!" 같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싱가포르의 친구들은 내가 Singlish를 구사할 때마다 재미있어했고 그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가끔 내가 모르는 사이에 Singlish가 튀어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처음 Singlish와 마주했던 그날이 떠오르며 피식 웃음을 짓게 된다. Singlish 덕분에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단순한 해외 체류가 아니라,새로운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가는 경험이 되었다. 이곳에서의 일상은 이제 더 이상 영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언어적 풍경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의 이전글 신기한 싱가포르의 빨래 문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