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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Angie May 21. 2024

여행의 이유

Reason for Travel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여행이란 일과 여행의 중간이랄까 안개처럼 모호하기만 하다.

체력적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고, 스테이가 긴 데스티네이션에 갔을 때에는 여행지가 되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방전된 날에는 호텔방이 내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승무원으로서, 여행을 좋아하는 개인으로서 현재까지 다녀온 여행지를 세어보니 20 국가가 훌쩍 넘는다(+국내 여행도 좋아해서 방방곡곡 다 다녔다)


내가 이토록 여행을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일상을 떠나 맛있는 것을 먹고,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서 (돈 쓰니까 즐겁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본다면 1. 새로운 세상을 보는 순수한 즐거움 2. 한국인 아닌 다른 세상을 봄으로써 굳이 한국에만 살아야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 같은 거였달까. 한국에서의 삶이 힘들었던 건지, 단순 도피처를 찾았던 것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는 항상 떠나고 싶은 탐험가의 기질이 흐르고 있었다.


생에 처음으로 혼자 베트남의 사파라는 지역에 갔다가 했던 생각이 잊히지 않는다. '세상이 이렇게 넓고, 우리네인생은 짧은데 부지런히 눈에 담고 죽어야지'


내가 좋아했던 여행 방식에 대해서도 적어보자면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머무르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들은 어떻 삶의 모습으로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나와 다른 국적을 가진 그들을 최대한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만을 찍는 여행은 되도록이면 지양하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케냐의 마사이족의 집에서 하루 묵었던 경험 (나 이 집 첫째 아들한테 청혼받았잖아. 염소 키우며 같이 살재) 이탈리아 남부의 소렌토에서 2주 넘게 머물며 매일 바다 수영을 했던 경혐,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수많은 여행을 해온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이러하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눈으로 낯선 장소를 바라보고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집을 떠나오는 것.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고 떠난다고 해서 그것이 여행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눈으로 낯선 장소를 바라보고,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집을 떠나오는 것. 그래서 더욱 설레고, 조그마한 아름다움에도 크게 감동하는 것이다


이는 내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도 같다.


내 귀에 들리는 게 많았으면 좋겠고, 내 눈에 보이는 게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다.

세상에 좋다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내게 가치 있는 것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고 싶고 작은 것도 잘 찾아내서 쉽게 감동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번 여름에는 어떤 새로운 세상을 나에게 보여줄까. 발리의 우붓해변(사람이 너무 많지는 않을까?) 그리스의 센토리니(지중해의 태양, 덥겠지만 꼭 직면해보고 싶다), 여름의 제주도도 너무 좋겠다 (감귤 와인 마시고싶네)


사실 장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다. 나에게 더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고,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여행 가려면 돈부터 모아야지(에헴)


최근에 본 글귀인데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글귀를 보고 무한 공감을 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고 우리는 곧 지루해질 일상도 여행지에서의 행복한 기억들로, 떠날 여행지의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일상을 꾸역꾸역 버티다가 떠나는 여행이 아닌, 내 일상도 잘 살아가다가 그 와중에 또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훌쩍 떠나야지


'당신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길위에서 만난 수 많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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