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으로 가자
그칠 일 없는 눈발이 잔뜩 쌓이고
시컴한 산등성이 경계를 하얗게 긋는 골짜기
아무도 찾지 않는 한 칸짜리 도로 지나가는 곳에
그래도 매일 같이 켜지는 기특한 가로등
그 아래 벤치 하나 두고서
올 일 없는 손님 기다리며 눈 쓸어내고는
녹고 얼어 눈알맹이 진 장갑 툭툭 털어 벗어던지고는
김 내며 주전자 달구는 난로가 있는 나의 집이 있는 구석으로 가자.
별도 안 보이는 밤, 빽빽한 은하수 같은 도시 한참을 지나쳐
멀리 혼자서 떠 있는 별 같아도
여기 이곳에도 온기에 몸을 녹이며
하루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아끼는 따뜻한 저녁이 있다, 조용히 말하는 구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