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사랑하라 대본집 리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니라 법의 가벼움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법은 매우 가볍다. 웹소설 원작이라 그런가. 법을 다루는 드라마가 이렇게 가볍기 드문데, 참 가볍고도 가볍다. 사실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글자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하긴 했는데, 나름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만, 작품에서 실제로 다뤄지는 사건들 자체는 전혀 가볍지 않은 편이다. 학교폭력, 층간소음, 건설업체 비리, 성추행 및 미투 관련 사건 등. 그런데 왜 이렇게 가벼운 느낌이 드는 걸까?
일단 주 배경이 카페다. 주인공 유리가 운영하는 Law 카페. 게다가 의료혜택이 부족한 마을에 의료 봉사를 가듯 무료 법률 상담 봉사를 간다. 그저 단순한 노인들 간의 다툼이라 생각했던 것이 대마 재배 및 유통에까지 확대된다. 사안은 무거운데 접근 방식이나 해결이 가볍고 친근하다.
법정 드라마인데 그 흔한 법정 장면이 없는 것도 특이하다. 단골 멘트인 “이의 있습니다.” 따위를 들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Law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고민을 토로한다. 그러면, 유리나 정호가 그것을 듣고 같이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사실 이 작품은 초판본 대본집을 사놓고, 전자책으로 읽었다. 초판본 대본집을 구매한 이유는 한정판으로 ‘비하인드북’을 주기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비하인드북의 내용은 그저 그런 편이다. 드라마의 광팬이 아닌 이상, 별다른 감동을 주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랄까. 설사 광팬이라 할지라도 고개를 갸웃하게 할 만하다.
물론 주목할 부분도 있다. 작가님이 그려낸 유리와 정호가, 실제 연기를 했던 배우 이세영 님과 이승기 님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대본을 읽는 내내, 유리의 대사나 행동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민효원’이 떠올랐다. 정호의 대사도 이승기 님이 이렇게 대사를 하거나, 행동했을 거란 예측이 쉬운 편이었다.
가벼운 대사들 사이에 가끔 생각할 거리가 나오기도 한다. ‘법이란 가진 자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보듬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해하고 난 법전이랑 판례에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빼곡히 담겨있더라고. 엄청엄청 치열한 고민들이 말이야.’ 등등.
어쨌든 이 작품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드라마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법이 좀 가벼웠으면 좋겠다는 거다. 법 자체가 지닌 무게가 아니라, 법에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말이다. 법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좀 더 가깝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나 할까.
주인공 유리가 변호사가 되기 전처럼, 이 세계의 법은 여전히 있는 자들의 편에만 선 것 같다. 공부하면 할수록 법 사이사이에 묻어난다는 치열한 고민이 나에겐 전혀 와닿지 않는다. 여전히 법은 일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더 어렵게 써 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가님은 작가의 말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법은 지금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에 나 또한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법대로 사랑하라.
추신: 대본집 리뷰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100일의 글쓰기 시즌 2가 끝나면 대본집 리뷰는 2주에 한 번 올라올 예정입니다. 요일은 다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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