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의 갈등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모두가 나와 같은 크기와 모양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여전히 무겁고 어렵다.
되돌려 받기 위해 애정을 베푼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는 것도 잘 안다.
그건 인간의 욕심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니까.
해야 할 숙제들이 아주 많다.
소설 쓰기, 토익시험 보기,
2학기 수업 빼먹지 않고 듣기,
밥 잘해 먹기, 이번 여름 잘 보내기, 게을러지지 않기,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더 열심히 사랑하기
작년에 비해 올해는 일상의 기록들을
하는 데에 많이 소홀해졌다.
월간 일기를 쓰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려도,
돌이켜 보면 너무 좋은 기억들 덕분에
자주 웃곤 한다. 비록 힘들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올려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가며 여름을 맞이하는 중이다.
다행인 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것보다 커서 그런지
포기하는 것에 대해 속상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주는 특유의 청량함이 뿜어져
나오는 계절이니까 더 친해지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이렇게 여름을 지내다 보면 내가 애정 하는 계절이
올해의 마지막에 나를 반겨줄 거라는 것도 잘 안다.
남은 해의 절반은,
결핍과 같이 외적인 것들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어떠한 형태의 부족함도 삶을 환기시키며
마음 쓰지 않는 조금은 더 많은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