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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돌 Jul 07. 2023

동해에 가다(2)~(3)

동해의 여름은 경기도 도심보다 시원하다. 이 시기(7월)이 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기간이었지만 내가 갔을 때에는 다행이 하루정도만 비가 왔다.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하늘이 파랬다. 


처음 삼화사를 찾게 된 계기는 20대 후반이었다. 공무원에 욕심이 있어서 도전했는데 절에 가서 정리를 하고 돌아왔었다. 그 시절엔 사흘간 초가집처럼 된 장소에서 낮에는 안에 있다가 저녁에 잠시 휴식하는 시간을 보냈다. 근래에 갔을 때에는 담당자가 바뀌었고 차도(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이 없었다. 


동해의 무릉계곡에는 고요하다. 목탁두드리는 소리, 바람이 불면 나는 종소리, 사람들이 가끔 절을 하러 올때 대화하는 소리만 들리고 무료할 때가 있다. 커피도 아메리카노는 없다. 녹차와 물이 다수이다.  


새벽공양시간 6시30분에 일어나 먹고 11:30분이 되서야 먹을 수 있기에 아침일찍 일어나는 사람만 든든히 끼니를 챙길 수 있다. 저녁시간은 5시30분~6시 사이다. 그 이후는 먹지 않고 10시에는 취침시간이기에 불을 오랬동안 켜놓고 있을 수 없다.  공부하러갔을 때에는 나만 특별히 11시까지 소등을 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다시 찾아간 삼화사 에서는 그대로 10시에 취침을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날파리가 문 주변에 있지만 불쾌하거나 비위가 상하지 않았다. 사람사는 공간이고 자연이 있는 공간이니 당연히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첫날에는 혼자 글 끼적끼적 하기 위해 노트와 펜을 들고 왔다. 음악듣기를 좋아하지만 방음에 주의해야하기에 이어폰을 들고 왔다. 라디오와 음악을 조용히 들으며 멍을 때리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했다.

집에서 하는 취미 그대로 하였지만 기존에 듣던 마님의 잔소리가 아닌 개울가 물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가 있어 정말 행복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휴식을 잘 못한다. 


뭔가 손에는 쥐어야 하고 듣고 머리 속에 들어가야 편안함의 중독을 가지고 있다. 삼화사는 그런 중독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곳이다. 잔뜩 챙겨왔던 공무원 수험서 책도 아니었고, 잔뜩 고민거리를 들고 온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위한 휴식을 즐기러 왔다. 제주도 만큼 자연의 힘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힐링이었다.  


첫날에는 이렇게 혼자 있었다가 둘째날에 어느 모르는 언니와 함께 방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언니는 군무원 생활을 하고 은퇴를 하셨다고 한다. 나이 33살은 은퇴하기에 이른 젊은 나이었다. 불과 나와 한살차이이다.

공무원이고 군인조직에서 생활하는 멋진 직업이지만 생각보다 현실은 만족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너무 뚜렷하고 군조직은 여자 남자할 것 없이 동등하지만 동등하지 않은 것들도 많기에 힘듦이 있다고 한다. 머리  스타일도 짧게 자르고 보통여자처럼 이쁜 옷을 입고 근무하는 것도 아니다. 보수적인 체계가 강한 곳이기에 그만큼 고통도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은퇴하고 쉰지 얼마 되지 않기에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도 있지만 딱히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결혼을 할만큼의 사람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모르는 언니의 일상에 큰 중심을 찾는 시간이라고 한다. 연애,직업보다 가장 하고 싶고 작고 소소한 시간이 자신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반강제적인 안식년이었고 모르는 언니는 자유로운 안식년이었다. 서로 비슷한 자유로움을 찾던 사람끼리 만나 밤까지 수다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던 추억이 있다.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쉼은 많았는데 진심으로 여유를 느낀 적은 없었다. 항상 무언가를 위해 달려나가야 하고 자기가 원하는 만족함의 기준에 못미치고 한번에 되지 못하는일에 실망만 해서 편안하게 쉼을 잘 못느꼈는데 언니와 대화하고 나니 정말 구애받지 않고 이 시간을 마음 편하게 즐겨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진심으로 휴식을 취하는 일이란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음 공기와 공기사이에 있음을 작게 인식하였을 때 우리는 비로소 "쉼"을 즐기고 있다는 뜻이라 한다.(누군가에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어디 책에서 본 문장이기도 하지만.. 쉼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싶다.) 이 글을 쓴 지금 23년, 이때의 사진을 보며 또 그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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