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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폭탄과 유도탄들 Jun 22. 2023

공공외교의 단계 및 효과와
한국의 공공외교

국제정치학 #10

공공외교는 크게 다섯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1. 인지(awareness)

말 그대로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advocate)가 그 존재를 공공외교를 펼칠 대상국가(target)의 대중들에게 알리는 단계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상국가의 대중들은 외교관과의 직접적인 만남 또는 외교공관에서 발행하는 공식적인 공보물을 통해 정보를 접하기보다 뉴스 기사나 TV,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한다. 따라서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는 대상국가의 대중들을 겨냥해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기사를 내보내고 TV 광고나 프로그램을 송출하며 온라인 공간에서의 홍보와 캠페인에 열을 올린다.


#2. 흥미(interest)

인지의 단계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는 능동적이지만 대상국가의 대중들은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공공외교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흥미의 단계라고 일컫는다. 이 단계에서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는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자국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보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도서관이나 문화원 등을 건립하여 시민사회에 녹아들어감으로써 대상국가의 대중들의 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필요가 있다.


#3. 지식(knowledge)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흥미의 단계를 지나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나 행사를 소비하기에 이르렀다면 이제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에 관해 공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 공부란 학생들이 책상 앞에서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흥미로 말미암은 소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만드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을 의미한다.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는 대상국가의 대중들의 공부를 지원하기 위해 훨씬 더 많고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월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4. 지지(advocacy)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스스로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의 외교정책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상국가의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러한 지지는 암묵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명시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또한 암묵적인 지지로 출발했다 하더라도 대상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대중의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5. 행동(action)

앞서 대상국가의 대중들이 형성한 지지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드러나며,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든 간에 그것이 대상국가의 정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대상국가의 정책 또한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대상국가의 국익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이는 곧 조약의 체결이나 국제기구에서 특정 어젠다(agenda)에 대한 연대 표명으로 이어진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는 경우 공공외교는 소위 대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행동 단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에 공공외교가 가지는 특유의 색깔이 살짝 옅어진다.


공공외교를 펼치는 국가는 1단계에서 2단계, 3단계에 이르기까지 정보 확산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미디어를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친다. 한편 4단계 이후로는 상호 신뢰의 형성과 유지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 어떤 유형의 정책이 더 효과적이거나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 적절히 조화를 이뤄낼 때 공공외교의 효과가 가장 커진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외교의 중요성은 매우 커졌다. 우리나라는 경제력과 군사력 등 이른바 경성권력(Hard Power)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국가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한계로 인해 확실한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아시아의 지역강국이자 선도적 중견국(Leading Middle Power, Upper-Middle)의 위치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연성권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경성권력을 활용한 국력의 경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연성권력을 활용한 공공외교의 경쟁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연성권력은 무형의 외교자산에 해당하고, 이를 활용해 국가 간의 매력을 경쟁하는 것이 공공외교이기에 투입 대비 산출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나도 훌륭한 외교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K-POP이나 K-Beauty로 대표되는 K-컬쳐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음식 분야에서 한식, 의복 분야에서 한복 등 탁월한 잠재력을 지닌 외교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공공외교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최우선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펼치는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double dependency)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공공외교를 통해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제3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나라는 고래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돌고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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