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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17. 2021

[암밍아웃] 부모님에게 말씀드리기

수술 이야기를 듣고 한달이 지나서야, 부모님에게 알렸다.

내게는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었고, 최대한 알리고 싶지 않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꼬박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부모님에게 수술 소식을 알리게 됐다.


토요일 아침 나 평상시처럼 본가를 찾았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수육용 고기를 한아름 샀고, 남편은 나대신 실력을 발휘해 무수분 수육을 했다.

밥을 준비하기 전에 말씀 드릴 시간은 충분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빨리 말씀 드리라고 무언의 압박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기다려"라고 입모양만 뻥긋될 뿐이었다.


수육으로 모두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

나는 아기랑 놀다가 다시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는 할 말이 있다고 말하고는

"나도 갑상선 수술해야 한데"라고 이야기를 던졌다.

담담하게 던졌지만 그 순간 와락 울음이 나왔다,

내가 울자 엄마도 눈물을 흘리셨다.

"엄마아빠도 아픈데 괜히 부담주는거 같아서 이제 말하게 됐어"라는울음 섞인 말을 던지고

나는 나름의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한없이 우울해질 분위기였기에, 나는 수술해지면 괜찮아진데 걱정하지마 라고 부모님을 다독였다.

엄마도 눈물을 흘리셨지만, 애써 담담한척, 나를 위로해 주셨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슬픔이 가시지 않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무엇보다 잘 알았고,

나는 깊어져버린 상태를 더 고백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를 위로하며, 2박 3일 정도 입원하면 잘 회복될거야라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나는 더이상 내 상태를 언급하기 싫었기에, 그냥 응~ 동생처럼 잘 회복하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누군가는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 말하고 수술만 하면 금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됐음 좋겠다 생각한다. 그게 내가 수술 전 할 수 있는 유일한 바람이며 기도이다.

아직도 전이된 암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 하필 내가 지금 아픔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하는데 턱부터 어깨까지 알수없는 통증이 있다. 잠을 잘못 자서 그런건지, 목디스크가 있어서 그런건지 정확히 모르지만, 암세포가 퍼진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불안하다.


엄마의 복시 치료로 병원에 들락날락 할 일도 많고, 돌봐야할 일도 많은데 옆에서 잘 케어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아프더라도, 엄마의 복시 현상이 완화된다면 이 아픔과 고통의 시간은 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복시에 관절에 골반에. 아픈거 투성인 엄마를 두고 내가 먼저 수술을 해야 하는게 나에게는 가장 큰 아픔이다.

엄마에게는 지금 내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이다.  그런 엄마를 두고 수술하러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않는다.


언젠가 엄마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길래 이렇게 아픈걸까? 라는 말을 혼자 되내이신적이있다. 그 당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식을 전하지 못했을때였는데, 그 말이 내 가슴 속에 깊게 파고 들어  멀찍이 떨어진 방에서 혼자 슬픔에 빠져야 했다.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원망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마음을 다 잡지 않으면 안된다.

엄마아빠에게 소식을 털어놓으면 모든게 후련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의 두려움과 미안함은 여전했고, 일정 부분에서는 더욱 두려움이 커졌다.


부모님께 암밍아웃을 한 그날 , 나는 두 분만 남겨지는게 미안하여

하룻밤을 엄마집에서 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엄마는 시금치며, 김치며, 상추며 밭에서 재배한 이것저것을 한아름 싸주셨고,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피곤하지 않느냐고 전화를 해주셨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를 받고,

전화를 끊고는 차안에서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카시트에 앉아 나가기 싫다는 아이와 차 안에서 한동안 머물며,

그저 멍하니 빗소리를 음악삼아 눈물을 훔치고 나니

아이는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우산으로 막으며,

아이는 빗물로 고인 웅덩이 속 떨어진 새빨간 열매를 찾았다.

한없이 해맑은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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