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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27. 2021

[암밍아웃]수술 하루 전

드디어 수술 하루 전 날이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원 시키고 집에와서 멍하니 앉아 있다보니, 어머님께서 오셨다

내가 자리를 비우는 일주일동안 아이를 돌봐주셔야 하는 어머님은  양손 바리바리 짐을 들고 오셨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어머니도 식사를 안하셨기에 샐러드와 닭갈비를 해주셔서 단 둘이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개고,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왔다.

어머님이 캐리어를 들고 배웅해주셨고, 나는 택시 안에서 갔다올게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아마도 진한 썬팅에 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테지만, 그렇게 들리지 않는 인사를 전했다.

택시 기사님께서는 어디 가냐고 물어보셨고, 수술하러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시작된 택시 아저씨의 수술과 병원 이야기는 병원에 도착 때까지 이어졌고, 잘 하고 오라는 응원과 함께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긴장해서 그런지 소변이 자주 마려운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12층에 입원을 많이 한다고 알고있는데, 나는 9층에 배정되었다

원무과 매니저님과 간단한  입원 수속을 하고 창가에 배치된 침상을 배정받았다. 가운데 병상이면 2인실을 가야하는게 아닐까 싶었는데, 다행히 창가석 뷰 좋은 자리여서 5인실을 이용하기로


3시 30분 갑상선 교육을 위해 7층 채플실에 갔는데, 교육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근데 그 모두가 여자, 나이도 내또래부터 어린 사람, 나보다 조금 많은 사람들까지... 다들 너무 멀쩡해 보이는데  암환자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왜 갑상선 환자는 여자가 많은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한창 나이에 암에 걸리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는 이 암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니 슬플 뿐이다.


갑상선 간호부장님과 영양사님, 3년차 의사 분께서 설명을 해주셨다

마지막에 질문 없으시죠? 라고 묻는 간호부장님의 질문은 "질문 없으니깐 끝낼게요" 라는 암묵적 신호 같았고, 질문충(?)인 나는 그 기에 눌려 다시 병동으로 올라와야했다.


남편과 만나 병동에 올라와서 여러가지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나니 꽤 맛있는 밥이 나왔고, (병원밥 완전 내 입맛,,,)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간단히 수술 시간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일 가장 먼저 수술 하실 거에요."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다.

한없이 기다리는게 무서웠고, 수술 시간도 길어서 빨리 수술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측경부 전이 수술만 3시간 반에서 4시간이 걸리고, 준비시간 회복시간까지 합치면 5시간에서 6시간이 걸린다.


빨리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12시간도 남지 않은 수술이 미치도록 두렵다

잠은 새벽 2시까지 오지 않았고, 5인실은 이곳저곳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에 들기 쉽지 않았다.


새벽 2시에 잠들어 4시에 깼고, 또 멀뚱 거리다가 억지로 잠을 청해 6시 즈음 깼다.

그 뒷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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