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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29. 2021

[암밍아웃] 갑상선암 좌측 측경부 곽청술 수술

드디어 수술 날, 아침 6시부터 일어났기에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드디어 수술방에 들어갈 채비를 했다.


압박 스타킹을 미리 신어 두고, 속옷은 모두 탈의했다.

그리고 초록색 수술복 상의를 입고, 머리는 양갈래로 묶었다.


그리고는 초조하게 기다리는 일만이 남았다. 부모님께 새벽 일찍 문자를 보내두고, 수액을 놓아주는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혈관이 잘 안보였던 나는 몇번의 주먹쥐기를 반복한 끝에 오른쪽 팔목에 혈관 하나를 찾아내고 수액을 맞았다.


복도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불안하다. 나를 실어갈 수술침대가 올 것만 같아서,  긴장과 초조함이 감돈다.

10여분을 누워 기다리니 드디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침대에 누웠고,잘 때 입는 극세사 이불을 덮고 수술방으로 이동한다.


복도의 불빛을 따라 7층 수술실에 도착하니 4명의 수술환자들이 누워있었다.

모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곳에 들어서니 떨리는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내가 생전 처음 접한 이 곳의 광경을 눈으로 담아두고 싶어서 고개를 들어 기웃기웃 하였다. 그러는 중에 그 수술 대기실에 거의 20명 정도의 환자들이 가득했다.

의료진과 환자들 가득한 방에서 수술 부위, 이름, 치아 검사 등 수술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의례적인 일들이 이루어지고, 한 사람씩 수술 방에 들어간다.


떨리는 마음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괜찮아 괜찮아라는 동요를 계속 되뇌였다

남자 간호사님이 오셔서 머리를 정리해 주셨고, 나는 곧 수술방으로 이동했다.


긴 복도를 따라 수술방에 들어가니 말로만 보던 다빈치 로봇이 보였다, 천장에 매달린 모습에서 연식이 느껴졌다. (삐까뻔쩍하게 새거 느낌은 아니었다)

수술 침대로 이동을 했고, 나는 온갖 것들로 침대에 고정됐다.

로봇이 어떻게 나를 수술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지만 그걸 생생하게 체험하기는 무섭기에 잘 될거라 믿을 뿐이다

 멀찌감치 대기하고 있는 주치의 교수님을 보았고, 와서 손이라도 잡아 줄지 알았지만,

나는 입에 마스크가 벗겨지고 마취를 당해버렸... 교수님이랑 인사도 못했는데.......


(진짜 기억이 아무 것도 안남)


눈을 떴는데 회복실이다. 정신이 없지만 옆 간호사 분에게  가장 먼저 지금 몇시에요? 라고 물었다

간호사분은 오후 2시라고 이야기 해줬다. 8시에 수술 방에 들어가 14시나 되서야 나온거다. 와우.

그 시간동안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게 놀라웠다.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안나다니... 놀라운 마취의 세계다...


로봇수술을 겨드랑이로 했고, 좌측 곽청술도 했기에 좌측 부위의 감각이 굉장히 무뎠다.

오자마자 진통제를 맞았고,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았다.

전신마취 후 4시간은 깨어있어야 한다고 해서 열심히 호흡하며 잠을 깨려 노력했다.

마취 가스가 입안에서 느껴졌고 목소리는 생각보다 잘 나왔다.


솔직히 수술 전에는 엄청 아플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고통의 강도가 쎄지는 않았다

블로그에서 곽청술 한 사람들 글 읽어보면 이튿날까지 너무 아프다고 했는데, 나는 수술 당일이나 그 다음날도 생각보다 고통 스럽지 않았다.

 2시간이 지나 얼음물을 마실 수 있었고, 아기 새마냥 야금야금 마시며 통증을 가라앉혔. 저녁에 나온 죽도 2/3 정도를 먹었다.


당일 날은 고통보다 그냥 몸뚱아리 이곳저곳이 불편했다.

수액 맞은 부위의 통증, 배액관이라 부르는 피통의 덜렁림, 무엇보다 어깨와 쇄골, 목, 귀까지 이어지는 내 살 같지 않은 이 느낌.

왼쪽 쇄골 윗 부분의 림프를 얼마나 떼냈는지 움푹 패였다

치과 치료할때 치아에 마취한 그 느낌이 좌측 상부를 관통하고있다. 이건 꽤 오래 간다고 한다...

압박 스타킹의 불편함때문에 무릎 부위를 접었다 폈다 반복하다가 늦은 밤이나 되서야 스타킹을 벗어도 된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는 벗어버렸다.

 진짜 압박 스타킹만 벗어도 살거 같았다,


자려고 누웠지만,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앉아서 자자니 허리가 아프고 누워서 자자니 목이 땡겼다

난 원래 옆으로 누워 자는 스타일인데, 정면으로 자려니 편하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접힌 침대에서 안타깝게 잤더니 새벽에 온 간호사가 왜 이렇게 자냐며 나의 잠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줬다

이불도 2개나 가져다 주었고, 겨드랑이 부분을 지질할만한 받침대도 만들어줬다.


그녀의 마법같은 배치덕에 정말 누워서 자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되었다.

6시 반 신지로이드 150 알약이 배달되었다.

아 ,, 나 갑상선 없는 여자지... 내가 수술한 게 이제야 사실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갑상선 측경부 수술 ,,, 엄청 겁나고 무서웠는데, 생각보다 수술 후 통증이나 고통은 죽을만큼은 아니었다.

수술 전에는 미치도록 아프까봐 걱정했는데, 하고나니 아기 낳을 때보다는 괜찮은 (?) 고통 이었다.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나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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