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이지 Mar 21. 2022

[바깥 육아]  엄마만의 시간 vs 아이와의 시간

어느 워킹맘의 바깥 육아 이야기


남편과 주말에 각자의 시간을 하루에 3시간씩 갖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카페에 가거나 운동을 하거나 어떻게 시간을 쓰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하지만 그 약속을 한지 이주가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 시간을 나 홀로 보내는 것도 좋지만, 아이와 바깥놀이를 하면서 보내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혼자 나갈 준비를 하지만, 그 옆에는 항상 연수가 딸려 온다. ㅎㅎ


워킹맘인 내가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주말이 전부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와 뭘 하면서 놀지?를 매일 고민한다. 주말 아침밥을 먹으면 나는 나갈 채비를 한다. 아이는 엄마가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하면 함께 나갈 채비를 한다. 남편은 '프로 집콕러'이기에 집에서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한다. 나는 아이를 킥보드에 태워 집 주변 안양천을 걷기 시작한다.


아이의 킥보드에 두발을 올리게 하고 킥보드를 끌면, 아이는 힘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나 또한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편하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조금 더 힘들다)


날씨가 좋은 봄부터 가을이면 안양천은 놀러 나온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코로나 시대의 북적거림은 반갑지 않은 분위기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땀을 내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넘친다. 뭔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동네에 야외 트램펄린(이하 방방)이 생겼다. 예전에 혼자 산책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상쾌한 공기를 마쉬며 온 힘을 다해 뛸 수 있는 곳이라 아이와 꼭 오고 싶었던 곳이다. 하지만 아이가 걸어서 오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어제 킥보드를 탄 김에 마음먹고 데리고 왔다.


봄을 반기듯 아이들이 붐볐다. 2살 꼬마부터 초등학생, 또 나 같은 철(?) 없는 어른들까지. 아이들은 방방 위에서 뛰며 봄의 기운을 맞이했다. 방방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자기들만의 놀이를 하는 초등학생들, 처음 방방 위에 올랐는지 무서워하면서도 폴짝폴짝 뛰는 아이,  힘들다면서도 뜀을 멈추지 않는 아이 등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뛰며 그들만의 교감을 만들어 낸다.



 연수는 있는 힘껏 뛰면서도 쉽사리 외투에서 손을 빼지 않는 겉멋을 유지하며, 누나 킬러답게 또 누나 옆에서 알짱 되며 뛰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누나들은 꼬마 연수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안쓰럽다. ㅎㅎ


 30여분 정도를 그렇게 뛰고 난 후 연수는 정글짐에 오르고, 달리까지 마치고 나서야 킥보드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 갈 생각은 없다.  최애 슈퍼마켓 '다이소'에 가고 싶다고 한다.  또 킥보드를 태워 약 20여분 다이소까지 걸어갔다. 그 사이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공터에서 킥보드를 또 20여분 타고나서야 이동했다.


 연수는 다이소에 도착하면 바구니 카트를 가장 먼저 꺼낸다. 그 카트를 끌며 1,2층을 돌아다니며 과자부터 욕실용품까지 세세히 구경한다. 10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물건들 중 자기가 필요한 물건들을 담는다. 간식은 사지 않기로 해서, 피자 만들기 클레이 토이, 동물 모양 쿠키 틀, 풍선을 사서 본인이 바코드까지 찍어 계산까지 완료했다. 언제부턴가 엄마가 하는 일은 다 따라 해야 했던 연수는 이제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 찍는 일은 자신의 몫이 되었다.  


 뒤에 사람이 많을 때면 왠지 빨리 계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안하다. 하겠다는 아이와 못하게 하는 나 사이에서 대개는 연수의 '떼 부림'이 승리한다. 생각해보면 아무도 아이가 바코드 찍는 일을 못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육아를 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나로 인해 생긴 조바심이다.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요하는 일들을 하게 함에 조급함이 느껴진다. 빨리빨리를 종용하게 되고, 빨리빨리 할 수 없는 아이와 충돌이 생기는 일들이 있지만, 대개는 내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아이는 무사히 일을 마친다. 엄마의 조급함을 없애니 아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아이가 다섯 살이나 돼서야 깨달았다.


 아이와 다이소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파트의 모습이 나오면  아이는 하차 초인종을 누르고, 내릴 채비를 한다. 그렇게 내리고 나서 집에 도착하고 나서 아이는 손을 씻고 자기가 사 온 풍선을 불고, 클레이 토이를 만든다.  나의 바깥 육아는 이렇게 끝나고 이제 남편이 인도어 육아가 시작한다.


육아 never stop!


   



  



작가의 이전글 [바깥 육아] 바깥 육아하기 좋은 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