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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Feb 25. 2024

 겨울왕국, 태기산

강원도 태기산 눈꽃산행

'Let it go, Let it go~ (내버려 둬!) '라는 노랫말이 귓가에 맴돈다. 애니메이션 영화인 '겨울왕국(2014년)'에서 엘사여왕이 부른 주제곡이다. 과거의 자신을 억매는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메세기가 담긴 노래이다. 'I am free~(나는 자유로워!)'  엘사여왕이 자유로워지듯이 나도 눈 덮인 태기산 정산에서 자유로워진다.  


겨울이 다 지나가듯이 요 며칠 날씨가 포근해졌다. 거기다가 봄을 재촉하는 비까지 내리다 보니 과연 눈꽃산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동호회에서는 몇 주 전부터 눈꽃산행으로 유명한 강원도 태기산(1,261미터) 산행이 안내되었고 '참석' 버튼을 꾹 누른 상태였다. 하지만 이틀 전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나름 기대를 했다. 들머리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와~!!!'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Let it go, Let it go~ (내버려 둬!)




한동안 100대 명산을 다닐 때야 전국을 누비다 보니 등산용 대형버스를 이용하는 '원정산행'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인근을 주로 다니다 보니 모처럼 오랜만에 대형버스(28인용, 리무진)를 탔다.  버스에 타자마자 슬리퍼와 목베개를 꺼내고 등산화를 벗어, 좌석 밑에 두고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도 꺼내놓는다. 동호회에서 미리예약한 대형버스는 광진~사당~죽전을 거치면서 참석인원 27명을 모두 태웠다. 


일반 대형버스가 45인승인데 반해 오늘 버스는 럭셔리하게 28인승이다 보니 좌석이 넓고 편안하다. 모든 참석인원이 탑승을 하고 경부선에서 영동선으로 바뀔 즈음 리더의 '웰컴 코멘트'와 함께 운영회원 측에서 준비한 먹거리(김밥,음료수)와 핫팩을 나눠주고 개인회원들이 준비한 초콜릿 세트와 홍삼정 스틱도 전달된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김밥을 입속에 넣고 우걱우걱 씹어본다. 역시나, 맛나다!  


역시나, 맛나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을 연결하는 6번 국도 고개인 '양구두미재'에 버스가 섰다. 도로 안내 표지판을 보니 이곳의 높이는 '해발 980미터' 다.  관악산 정상(632미터)을 한 배 반이나 버스를 타고 올라온 셈이다.  머릿속으로 얼른 올라가야 할 높이를 계산해 보니 약 280미터만 올라가면 된다. '앗싸~!' 속으로 괘재를 부른다. 


들머리를 지나자마자 하얀 세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눈이 내린 서울 주변산들이 백색 슈거파우더를 뿌린 느낌이라면 여긴 그냥 온통 겨울왕국, 그 자체이다. 서울에서 두 시간 반 거리 밖에 되지 않지만 전혀 딴 세상이다.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거리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힐링을 받는다. 


희한하게도 '눈'이 가져다주는 특별함이 있다. 순수하고 포근한 느낌은 감정을 정화하고 어린아이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멋진 강원도에서의 겨울왕국을 느끼게 해 준 자연에게 감사하다. 건강하게 등산을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다. 하산후에 늦은점심으로 먹은 곤드레나물밥을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식당 아주머니에게도 감사하다. 


희한하게도 '눈'이 가져다주는 특별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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