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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14. 2024

김씨 아저씨, 아님 김교수님

교수생활 2주 차(아우스빌둥 특별반)

치맥 먹을 때 치킨은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먹고 중국식당에 가면  짬짜면(짬뽕+짜장면)을 먹는다. 인생 2막이 시작되면서 일주일의 반은 식당 알바생으로 '김씨 아저씨'가 되고 나머지 반은 '김교수님'이 된다. 물론 식당에서 나를 김씨 아저씨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딱, 그런 느낌이다.


어느 날 식당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나를 부르는 호칭에 깜짝 놀랐다.  '아버님~' 이라니. 마스크에 모자까지 썼지만 나이가 드러나긴 하나보다. 그래도 여태 들어본 호칭 중에 가장 낯선 호칭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그 친구의 아버지 나이를 물어보았다.


"77년생이십니다."라는 소리에 나는 더 이상 그 호칭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에고, 그 친구 아버지가 나보다 10살이나 어리다니, 이곳이 진정 내가 있어도 되는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식당에서는 그냥 '형님~'이 낫지 않냐고 부탁하고 나서야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식당에서 육체노동을 한다. 식당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온몸이 쑤셔오기 시작했다. 특히 허리 부분이 끊어질 듯이 아프다. 그나마 자기 전에 부앙을 뜨고 나면 찌릿찌릿한 느낌이 잔존해서 고통을 무마해주곤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식당에서 육체노동을 한다.


한 달 정도 식당일을 하고 나니 그나마 낫다. 일하는 중간중간에 스트레칭도 하고, 반복작업도 요령 있게 하다 보니 한결 수월해졌다. 식당 알바생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커버하기 때문에 12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업무를 마친다.


출근하기 전 오전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정오가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벌써부터 온몸의 근육들이 긴장을 시작한다. 출근해서 유니폼 갈아입는 것이 귀찮아, 이제는 출근할 때 아예  까만색 유니폼을 입고 외투를 걸친다. 전투를 앞선 군인이 전투복을 갈아입고 전장에 나가는 노병이 된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대학교에서 정신노동을 한다. 새벽 일찍 일어나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챙긴다. 일 년이 넘도록 와이셔츠 입을 일이 없다 보니 비상용으로 남긴 마지막 한벌을 용케도 옷장에서 찾았다. 옷을 갖춰 입고 이동할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대학교에서 정신노동을 한다.


출발은 서울특별시, 목표지점은 충남 보령시다. 시내버스, 고속버스, 셔틀버스를 갈아타기를 여러번, 하루 반나절을 이동하는 여정이다. 확실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다. 고속도로를 한 시간가량 달리고 나니 도시의 빌딩숲을 뒤로하고 산과 나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주에 강의할 내용을 리마인드 하면서 창밖을 보니 어느새 봄 햇살이 버스창문에 부딪친다. 대학 캠퍼스 양지바른 구석에서는 봄 꽃들이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직 공기는 쌀쌀하지만 봄이 온통 주위를 감싸고 있다. 사월이 되면 캠퍼스 내에 벚꽃이 만발한다고 하는 동료교수의 말에  은근히 사월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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