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경이다. 앞질러 가던 두대의 차량 중에 한대는 마지막으로 주차를 하고 또 한대는 계속해서 주차장을 맴돌고 있다. 정말이지 속으로 '환장하겠네!'를 반복해서 외쳤다. 이른 새벽에 주차장은 벌써 빽빽하게 차들이 주차된 상태이고 차를 몰고 온 등산객들은 들머리(등상로 입구)를 지나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후였다. 도대체 대한민국 등산객들의 부지런함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며칠 전에 친구와 북한산 일출산행을 약속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며 시간체크를 하던 중에 새벽 4시경이면 주차장 자리가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시간계획을 잡았다. 일출시간은 6시 15분경, 도선사(들머리)에서 백운대(정상) 끼지는 넉넉잡아 90분 정도, 역으로 계산하면 4시 30분경에 들머리에서 출발하면 문제가 없었다. 들머리인 도선차 주차장에 4시경에 도착해서 주차만 한다면 모든 게 완벽했었다. 그런데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그런데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급하게 머리를 굴려서 플랜 B를 가동했다. 마음 같아서는 불법주차를 하고 싶었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북한산 우이동 입구까지 약 3km 구간(고도 230미터 차이, 차로 10분 거리) 내에 아무 데나 불법주차를 하고 다시 도선사로 걸어 올라가는 방법이 최선인 듯싶었다. 차 방향을 돌려 아래로 내려가는 중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았다.
급하게 머리를 굴려서 플랜 B를 가동했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니 벌써 한참을 내려가는 중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길가에 불법주차하고 낑낑대며 걸어 올라가느니 차라리 지하철역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를 타고 다시 도선사로 올라가는 것이 나을 듯했다. 탁월한 선택!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역이 6만 원짜리 불법주차 과태료 딱지가 수시로 발급되는 지역이란다.
공영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두 번째 난관에 부딪쳤다. '젠장!' 주차장이 문을 안 열었다. 새벽 5시가 넘어야 문을 연단다. 다행히 관리인에게 주차가 가능안 인근 주차장을 알아내서 겨우 주차를 하고 카카오 택시를 불러 다시 도선사 주차장으로 올라가 부리나케 들머리를 통과했다. 그때가 새벽 4시 30분이 조금 지나서였다.
꼭두새벽부터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일단 주차문제는 해결되었고 두 번째 걱정거리는 '비예보'였다. 다행히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주차와 비예보를 해결하고 나니, 왠지 멋진 일출의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 '도선사 코스'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63m)'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이다. 하지만 정상까지의 이동거리가 짧으면 그 반대급부로 경사도가 급한 것이 일반적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거치 호흡과 등줄기를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멈추질 않았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쉬지 않고 헉헉거리면서 산을 올랐다. 백운대 바로 아래 평평한 마당바위까지 도착하니 새벽 6시가 살짝 지나간다. 이제 일출시간까지 몇 분 안 남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발아래 얇게 깔려있는 운해를 지나 저 멀리 동쪽 산끝자락에 초점을 맞춰본다.
잠시 후에 주변의 구름빛이 붉게 물들면서 빨간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여기저기서 몰려있던 등산객들이 함성과 함께 둥그런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자연 속에서의 일출은 장관이다. 뭔가 뭉클한 감정이 심장을 때린다. 이런 맛에 일상생활 중에도 문뜩문뜩 '북한산 일출'이 생각난다. 오늘도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오늘 '추석맞이 일출 등산'으로 친구와의 약속을 ' Mission complete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