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2> 3화 퇴행정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시즌 2>는 지난 2년간 두 여자, 유영과 캘리의 내밀한 개인상담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엮은 공동매거진입니다. <잃시상 시즌2>는 평범한 직장인 유영이 우연히 심리상담전문가 캘리를 만나 편지와 개인상담을 나누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던 유영이 캘리의 상담을 통해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游泳)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제3화 ‘이기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유영의 개인상담 이야기입니다. 유영과 캘리, 두 여자가 상담을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시즌 2>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첫 개인상담을 받고 두 달이 훌쩍 지났네요. 한동안 먹고, 자는 시간에도 일만 생각하느라 상담을 계속 미루게 되었어요. 상담예약을 캔슬한 죄송한 마음도 상담을 받을 여유가 생겨 기쁜 마음도 모두 제 안의 감정이겠죠.
이렇게 주말근무와 야근이 계속되면 원망과 짜증을 담아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 봐라’ 하고 뾰족하게 날을 세울 텐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에는 바쁜 에너지와 멍한 감정만 남아 있었어요. 그것이 감정일기 덕분인지, 개인상담의 시너지 효과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감정일기는 기록 이상의 그 무엇이고, 상담은 두 사람의 대화이상의 그 무엇이라는 느낌은 알겠어요. 기록과 대화로 저는 자기를 인식하고, 자기를 탐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힘듦에서 경험을 발견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연주자가 된 것처럼, 무용수가 된 것처럼 제 삶을 장식하고 지휘하게 돼요.
두 번째 상담의 문을 여는 선생님의 첫 질문이 이것이었죠. 오늘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이 누구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은 내 안에 나도 모를 소망이나, 욕구로 라고 생각했는데, 굳이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셔서, 인정하기 싫지만 남편이라고 대답했어요. 신혼 때부터 책을 읽고 공부해 보라고 권해 주었는데요, 그런 응원의 선한 영향력이 아닌, 이면의 다른 욕구가 작용했어요. 논리적이고 말을 잘하는 남편과 말다툼하게 되면, 분명히 남편 잘못인데, 결론은 내 잘못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이 뒤쳐지는 느낌말입니다. 여기서 벗어나 남편을 이겨 먹고 싶은 마음이요.
선생님의 적당한 추임새에 맞춰 신나게 떠들고 한숨 돌리는 사이에 선생님이 두 번째 질문을 던지셨죠.
“유영님의 말에 포인트가 있어요. 왜 이기고 지는 것에 목마를까요. 유영이라는 사람은 왜 그렇게 이기고 싶어 할까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임신 5개월쯤에 친구 결혼식에 다녀와서 펑펑 울었던 기억을 말씀드렸죠. 공부 밖에 모르던 촌티 나는 A는 대기업에 취직해서 커리어 우먼이 되었고, 적당히 하던 귀티 나는 B는 유학 가서 혀에 기름칠한 것처럼 발음을 굴린다는 이야기에, 직장도 친구도 없이 시골에서 남편만 의지하며 사는 내가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못난 나는 친구를 축하하는 마음도, 엄마가 된다는 뿌듯함도 아닌, 슬픔을 느꼈어요.
또 하나의 옛이야기는 15년 전 계약제 직원으로 근무하던 때의 일입니다. 근무한 지 한 달쯤 되었을 까요? 실장님이 공무원채용공고를 보여주시며 도전해 보라고 하자, 옆자리의 C가 팩폭 한 마디를 던졌어요. “그게 쉬운 게 아니죠”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아요. 그리고 분명 나쁜 의도로 한 말도 아니었고요. 그러나 내 마음은 그 말을 나쁜 의도로 해석해서 나를 불태우고, 잠을 재우지 않고, 공부를 시켰어요.
그렇게 아이는 크고, 저는 공무원이 되고 나서야, 이제는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살금살금 올라오는 게 아니었을까요. 사실 그런 추측조차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을 보면 이기고 싶었던 마음을 인정해야겠죠. 선생님은 상담을 통해서 그 추측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도 받아들이게끔 이끌어 주셨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죠.
“친구들과의 열등감 이전에 더 깊이 내려가 보세요. 내가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미진한 마음들을 생각해 보세요. 엄마가 나만 바라봐주고, 온전히 나를 사랑해 준 시간들이 있었는지… 충분한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시간들이 모여 어느 시점에 퇴행정서가 발동하게 되죠. 그렇게 부정적인 마음들을 다 무의식으로 넘겨버렸을 수 있어요. 무의식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그 덩어리를 옆자리 C가, 친구 A, B가 건드린 거죠.”
저의 기억이 더 깊이 내려가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주었다면 좋으련만… 그래도, 친구의 결혼식에서 느낀 열등감, 15년 전 계약제 직원으로 근무했던 기억들을 통해서 원망스러운 A, B, C에 대한 오해가 풀렸습니다. 그들은 때마침 나타난 귀인이며,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안의 덩어리를 움켜쥔 채로 계속 다녔겠죠. 평생 그렇게 사는 사람이 허다하지 않을까요. 과거를 뒤적이다 보니, 원망의 시간이 성장스토리로 바뀌었네요.
그냥 옛날이야기만 한다면 그건 상담이 아니라 수다겠죠. 옛날이야기를 통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야 수다가 아니라 상담이겠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상담소 2>는 격주에 한 번 일요일에 발행됩니다.
본 감정일기를 읽은 후 (아래 링크)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을 읽으시면 화나고 우울한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캘리의 피드백
https://brunch.co.kr/@ksh3266/80
캘리와 유영의 개인상담 1,2화
https://brunch.co.kr/@youyeons/71